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수용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등록인 김영준 등록일 2018.06.04
아인스파트너
211번째 이야기
수용에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사회과학에서 쓰는 용어 중에 '매직 7'이라는 용어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인간의 뇌는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7가지를 넘어가는 단어나 내용물에 대해서는 기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뭔가를 요청하고자 할 때는 7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는 말인데,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실험이 사람이름 외우기이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카드와 그 이름의 주인공 사진을 보여주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맞추기 실험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 매칭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맞추는 사람도 상당수 있으며 심지어는 7개가 아니라 10개 이상도 거뜬하게 맞추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반면에 불과 3~4개에 불과한 이름과 얼굴조차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아마도 단순한 이름만 외우는 것도 아니고 이름과 얼굴을 매칭시켜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아서 맞추기가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쉬운 실험 중에 하나가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사야 될 것 들을 몇 개까지 외우고 있느냐의 것이다.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가정 일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끔 방송에 등장하는 실험 중의 하나인데, 아내로부터 장보기를 부탁 받은 남편들이 마트에 갔을 때에 주문 받은 물건 중에 몇 개까지 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실험의 본래 목적은 '남자들이 가정 일에 무관심해서 장보는 것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다'인데 대부분의 남편들은 처음 아내로부터 요청 받을 때는 잘 외우고 있다가, 마트에 오기만 하면 "아내가 사달라고 한 게 뭐였더라?"라고 하면서 거의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실험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아내가 요청하는 항목들이 몇 개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지켜본 것이다. 아내로부터 사달라는 물품이 몇 개인지에 따라 미션클리어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가 갈리는 것이지, 가사일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면, 우유 설탕 조미료 등과 같이 주문의 양이 7개를 넘어가는 순간 대부분의 남편들이 머릿속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주문 받은 항목들과는 다른 물건들을 사가는 경향이 생긴다. 참고로 가장 정확하게 요청한 물건을 구매해 가는 물건의 숫자는 5가지 정도인데, 여자들의 경우는 7가지가 넘어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자주 접하는 물건일수록 기억할 수 있는 숫자의 한계도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나도 몇 번 실험을 해 보았는데 5개 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6개 이상이 되는 순간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는 기분을 경험하곤 한다. 이처럼 뭔가를 암기하는 데 있어서 7이 한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7이상을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하라는 취지의 실험이기도 하다.

숫자와 관련하여 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용어 중에 '3의 법칙'이라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주로 우리처럼 컨설팅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 중의 하나인데,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할 때는 가급적 논리구성을 3가지 내에서 구성해서 전달하라는 의미의 용어이다. 어떤 계획안이 되었든 3가지가 넘어가게 되면 요점이 불명확해지기 때문에 포인트가 흐려지기 쉽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조금 전의 마트에서 몸에 좋은 생식을 구매하려고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생식제품을 구매하려는 상황에서 그 물건을 소개하는 직원이 그 제품에 대한 장점을 지나치게 많이 늘어놓는다고 한다면, 이는 오히려 요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강조하고픈 장점 2~3가지로 충분하며, 그 이상은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사례로, 직장 내에서의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기획서를 떠올려 볼 수도 있다. 뭔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하고픈 프로젝트가 있을 때, 혹은 상사의 지시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급적 2~3가지의 안을 가지고 상사를 설득하라는 것이다. 하나는 너무 성의 없거나 위험하게 보이기 쉽고 4개가 넘어가는 순간 상대는 잘 읽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서이다.

위에서 언급한 '매직 7'과 '3의 법칙'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으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팀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적절한 인원은 몇 명입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위에 언급한 '7'과 '3'을 기억해 두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멤버들의 숫자는 7명 내에서 조절하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팀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기억력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7명 이상의 숫자에 대해서는 누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뿐더러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별 장단점에 대해서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팀장의 능력이나 성향에 따라 멤버들의 특징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가 필요한 상황에 그의 능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찬스를 주는 사람도 없지는 않으나, 대개는 그가 통솔하는 멤버들의 숫자가 7명이 넘어가게 되는 순간 멤버들에 대한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숫자 '3'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어느 회사를 방문했다가 MVP(최우수사원) 시상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MVP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하는 식순에서 "이런 점이 동료들의 모범이 되었고, 또 이런 점이 좋았고, 또 이런 점이 훌륭했다"는 글을 듣는 순간 "이 친구가 선정된 진짜 이유가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 생각은 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선정의 이유는 상을 수여하는 진짜 이유를 모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진정성에도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냥 "이러 이러한 이유로 상을 수여합니다"와 같이 실제 있었던 팩트를2~3개 나열하여 낭독하는 것이 시상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도 강하게 인상이 남을 뿐만 아니라 상의 가치도 올려 주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선정의 이유를 한 개만 말하는 것은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이렇듯 숫자를 많이 붙이고 싶은 심리는 마케팅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데, 직무의 특성이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의 사람들은 인사나 연구부서의 사람들하고는 성향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인사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기질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뭔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고 또 뭔가를 벌리고 싶은 기본적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나 혜택은 거의 비슷한데도 내세우는 컨셉만 달리하여 새롭게 시장에 런칭하는 케이스도 적지가 않으며 심지어는 내용물에 대한 수정보완 없이 디자인과 브랜드 이름만 바꿔서 시장에 나오는 제품도 적지가 않다. 이런 심리가 작동하다 보니 M&A를 통하여 흡수한 기업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사업모델이나 제품 군, 담당인력들의 업무분장과 같은 사업구조와 관련해서도 흡수 후의 상황에도 그대로 유지하고픈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모양이다. 심지어는 흡수한 회사와 유사하거나 겹치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도 그대로 제품이나 인력구조를 유지 존속시켜 가는 기업도 적지가 않다.

얼마 전, 내가 알고 있는 코스모통상(가명)에 근무하고 있던 인사팀장이 나를 찾아왔다. 비슷한 사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B라는 기업을 인수하게 되었는데 겹치거나 비슷한 부서에 있는 사업군을 통폐합하여 인력재구성을 해야 하는데 힘이 강한 마케팅부서 사람들이 반대해서 한 발짝도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어느 조직이나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영업이나 마케팅부서의 힘이 인사보다는 강한 편인지라 영업라인의 입김대로 조직이 움직이는 현상은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이 된다. 이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인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생각인데도 영업이나 마케팅의 입장에서 보면, 인수한 기업의 영업망이나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욕심에 사장을 설득하여 인사의 계획서를 폐기 처분하게 만든 것이다. 비슷한 브랜드 이름과 대동소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영업점포들이 같은 상가 내에서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이를 관리하는 지역거점들도 그대로 존속되고 있다고 한다. 보통 매출증대를 위해서 영업이나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주장하는 공식이 '1+1=2'의 배수공식이다. 기존의 영업라인에 더하여 추가로 얹어지는 영업라인은 그대로 2배의 매출을 달성케 해주는 매개변수가 된다는 주장인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위험한 사고라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오히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까지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자료를 통해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미국 MIT 경영대학원에 있는 마틴 모커(Martin Mocker) 연구교수와 잔 W. 로스(Jeanne W. Ross) 수석연구원은 HBR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은 신제품을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하거나 경쟁사의 신제품을 재빨리 모방하고 싶은 바람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제품이 추가될 때 잠재적으로 따를 수 있는 폐단을 보지 못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제품으로 인한 다른 제품들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가능성은 측정하지만 운영상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까지 고려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필자들은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255명의 고위경영진들과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7개 기업에 대해서는 72명의 경영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심층연구에 들어갔다. (해당 기업은 DHL익스프레스, IBM, ING다이렉트, 레고그룹,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 로열필립스, USAA였다.) 그 결과를 보면, 제품다양성은 평균적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고객과 직원들이 겪는 불편함과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만 말하자면 이렇다.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잠재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제품을 추가할수록 당신의 사업에서 잠재적으로 가치를 파괴할 수 있는 복잡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출처: HBR 2017년 5월호 ‘제품다각화가 초래하는 문제’에서 인용)

혁신이나 수용, 변화와 같은 용어는 나도 즐겨 사용하는 용어들 중의 하나이다. 조직은 끊임없이 개방하고 수용하면서 나를 휘감고 있는 허물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해 변화의 길을 동시에 모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주라는 타성에 젖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사고의 메커니즘이 멎어버리는 불치병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말이 무조건 받아 들이고 늘려가야 한다는 '맹목적 추종'이나 '무조건적 시너지효과 창출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업의 본질을 생각하고 제품의 포토폴리오도 이 업의 본질에 맞추어 정렬을 시켜가야지, 순간적인 양의 확대가 욕심이 나서 우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고객은 반드시 그 제품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수용의 미학'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서 피력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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