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독이 된다.
등록인 관리자 등록일 2018.05.29
아인스파트너
210번째 이야기
「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독이 된다. 」

하는 일이 조직개발과 관련된 컨설팅이다 보니 경영자들을 만날 일이 많다. 조직활성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그리는 조직의 이상적인 모습을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조직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의 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그 기업을 일군 오너 CEO에 대한 인터뷰가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가다 전문경영인을 통한 기업성장의 히스토리를 듣는 일도 적지는 않다. 어느 쪽이든 조직의 정점에 서 계시는 CEO들과의 인터뷰는 나의 시야를 넓혀주는 큰 지렛대가 될 뿐만 아니라 좀더 열심히 사업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만드는 동기부여의 촉매제가 된다. 또한 이 일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서 가장 보람되게 생각하는 작업 중의 하나이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잡히는 날이면(참고로 CEO인터뷰의 종류에는 3가지가 있는데, 프로젝트 시작 전의 고객사 인터뷰, 월간지나 협회지에 실을 원고를 위해 리포터 자격으로 만나는 인터뷰, 리더십 탐구를 위해 개인적인 요청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자격의 인터뷰가 있다.) 전날 밤의 금주(禁酒)는 물론이거니와 그 분이 걸어오신 길을 연구하기 위해 네이버 검색이나 그 분을 아실 만한 분을 통한 자료수집에 돌입한다.

전문경인인과 자수성가의 오너경영인 사이에는 확실히 큰 차이가 존재한다. 뭐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여기서는 오너CEO둘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자수성가로 기업을 일구신 CEO의 리더십을 연구하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대부분의 리더십스타일이 '카리스마형'이라는 점이다. 우선 본론에 앞서, 카리스마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의 은총’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을 말한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란 “어느 특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게 하는 특징으로서 초자연적인, 초인간적인 또는 비상한 힘과 능력을 가졌다고 사람들이 믿음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당한 권력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군주 또는 부족장 같은 전통적 권력, 민중의 지도자와 같은 카리스마적 권력, 법률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부여 받은 합법적 권력 등을 들었다. 카리스마 지도자는 순전히 개인적 매력으로 기존의 규칙과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들을 말한다. 베버는 이들을 “개인적인 모범의 힘에 의해서 규범체제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영웅”으로 설명했다.” -(출처: 네이버)

카리스마란 무엇인가? 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도 언급했듯이, 내가 만난 자수성가의 오너 CEO들은 모두 '개인적 매력'을 통해 사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었다. 막스 베버는 이것을 '신의 은총'이라고 표현했지만 창업하여 기업을 일구신 분들의 대부분에게서 이런 신의 은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 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노라면 "그들은 이렇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매력을 통해 기존의 규칙과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창업을 한 것이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 기회의 장이 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분들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 분들의 특징은 리더십은 없고 카리스마만 있다라는 점이다. 리더십이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을 때 존재하는 의미로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단어이다. 따라서 그 기준은 자신이 아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그들을 올바른 목적지로 안내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목적지인지? 에 대한 질문들에 항상 답을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가끔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없이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지만 바라보고 혼자만 달려가는 분들을 만나곤 하는데, 지난 해 알게 된 어느 사장님도 비슷한 경우의 분이셨다.

충청도 어느 산골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다고 한다. 일가친척 아무도 없는 서울에서 다행이 운이 좋아 어느 중견 건설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낮에는 건설 현장을 다니며 동료들이 귀찮아 하는 일들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저녁에는 아무도 몰래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피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한지 10년 맘에 학위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타고난 끈기와 성실성 덕분으로 조직 내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그에게 중요한 일들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공사 발주업체의 고객을 접대하는 일에서부터 그 기업에 원자재를 납품하는 회사의 사장들까지 폭 넓은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특징들인 ‘호기심’과 ‘전달력’에 더하여 ‘언변력’과 ‘인간관계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창업'에 필요한 요소가 없는 것이 없었다. 워낙 가진 게 없어서 꿈만 꾸고 있었는데, 마침 거래하고 있던 기업의 사장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해서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창업 이후, 이 회사의 성장세는 업계에서 주목을 받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처음에는 하청의 하청을 받아 공사 일감을 마무리하는 작은 개인기업에 불과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공사발주를 따내는 수완을 발휘하더니 언젠가부터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조달공사의 현장까지도 공사수주를 따내는 놀라운 영업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거기에는 이곳 대표의 탁월한 친화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누구든지 저녁식사자리만 한 번 갖게 되면 친구가 되고, 형이 되고, 동생이 되는, 인간관계론의 대가라는 데일카네기도 배우고 가야 할 정도의 놀라운 대인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회사가 이렇게 무서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을 때 그 분을 만났는데, "정말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 분이네!"하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만, HR담당임원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같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이 따라가기가 너무 힘이 드네요. 그래서 신 대표님을 부른 겁니다. 앞서가는 저희 대표님과 따라가는 저희 직원들의 속도를 좀 맞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해서요." 그런 생각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왠지 모르게 이 분의 성격을 탐구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약간 들었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스타일의 사람들을 가끔 만나곤 하는데, 그런 류의 사람이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항상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회사를 방문하고 얼마 안 있어 대표가 구속되어 회사가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동종업계에 있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게 되었다. 공사수주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뇌물을 주었다고 하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수주가 거의 모두 이런 식의 뇌물의 대가였다고 한다.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 분의 사업에 대한 열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추진력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위에서 소개한 사장님보다 수십 배, 아니 수백 배나 더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해 준 분을 한 분 더 소개해 볼까 한다. '샐러리맨 신화'로 통하는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다. 2000년대 초반 팬텍이 여의도에 있을 때 나는 박 부회장을 만난 적이 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어찌나 인상이 강했던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교주님의 설교를 열심히 듣고 있는 신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참고로 이 분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박 부회장은 1987년에 맥슨전자에 영업사원으로 입사, 1991년에 전세자금 4천만 원을 들고 팬텍이라는 회사를 창업한 인물이다. 신월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7명과 시작한 팬텍의 초기 사업아이템은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의 제조였다. 이후 휴대폰 단말기제조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였다. 2001년 현대전자에서 단말기를 만들던 현대큐리텔을 인수하였고, 2005년에는 SK에서 단말기를 만들던 SK텔레텍을 인수하였다. 이 여세를 몰아 삼성, LG, 팬텍이라는 휴대폰 삼국지를 만들 정도로 파죽지세로 성장한 회사가 바로 팬텍이었고 그 중심에는 박병엽이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팬텍은 이름만 존재할 뿐 실체가 없는 회사가 되어 버렸다. 회사의 총 자산가치는 1천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멍가게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된 팬텍신화를 다룬 언론기사를 보면서 지나치게 강렬한 카리스마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삐삐 만들던 조그만 중소기업이 어떻게 모토로라에 단말기를 공급을 할 수 있었는지? 현대큐리텔을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는지? SKY라는 브랜드로 최고 명성을 구가하던 SK텔레텍을 어떻게 인수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연매출 3조원에 이르는 스포츠토토사업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어떻게 선정이 될 수 있었는지? 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과연 이 분은 폭주기관차와도 같은 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나치게 강렬한 카리스마 앞에서 경영진 모두가 주눅이 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나친 카리스마와 관련하여, 주리 호프만(Joeri Hofmans)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조직심리학 부교수와 필피프 드 프뤼(Filip De Fruyt) 겐트대 사회심리학 수석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이 하나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카리스마로 인한 단점이 장점을 넘어선다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연구에 앞서 카리스마가 일정 값을 웃돌면, 운영적 행동이 부족할 때 생기는 단점이 전략적 행동 덕분에 생긴 장점보다 클 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는 전략적 야심은 컸을지 몰라도, 적절한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 매일 매일의 일상적 업무에는 무능했다. 이는 효과성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카리스마형 리더들은 전략적 비전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일상적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했고, 단기간에 해야 하는 일에도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카리스마가 약한 리더는 반대였다. 이들은 전략적 리더십이 부족해서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충분히 시간을 쓰지 않았다. 문제를 큰 틀에서 보지 못했고, 현실에 안주했으며, 혁신을 촉구하지도 못했다.” -(출처: HBR 2017년11월호 '지나친 카리스마의 함정'에서 인용)

그렇다. ‘적당한’ 카리스마와 ‘지나친’ 카리스마를 정확히 나누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조직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가 되었다. 아마도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들은 보통의 리더들에 비해 의지와 열정이 훨씬 강한 편이고 이는 초기 성공에 큰 지렛대로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획득한 작은 열매는 더 큰 자신감의 원동력이 되고 이런 지나친 자신감은 자기과신과 도취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을 보면 지나치게 야심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 야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들은 앞만 보고 정신 없이 달려가는 경향이 강했으며 상대적으로 내부의 문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일하는 동료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목적지도착을 위해 필요한 수단과 방법이 과연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력에 있어서 다소 희미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였다. 연구의 결과처럼 나도 지나친 카리스마는 오히려 조직에 독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혹시나 우리 조직의 CEO가 폭주기관차와도 같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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