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아직도 애니콜을 쓰세요?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1.28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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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이야기아직도 애니콜을 쓰세요?


“젊은 친구들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했건만 기존 나이든 선배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더군요, 조직이 갈수록 노후화되어 가서 큰일입니다” 어느 기업의 HR임원에게서 들은 볼멘 항변이다.

신입을 받아 들이면서 많은 기업들은 업무 이외의 또 다른 기대를 갖게 된다.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조직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 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회사에서 신입은 아무런 자극제가 되지 못한다. 기존의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에 눌려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색깔을 전혀 내 놓지 못하고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들 또한 기존의 문화에 동화되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색깔조차 잊고 사는 경우도 허다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입들에게 있어서 회사라는 무대는 그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무대이기 때문이다. 전혀 경험이 없는 새로운 무대에서 기존의 선배들에게 배우는 모든 것들이 백지상태의 신입들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이 기준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조직변화를 지나치게 신입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혁신을 기대한다면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내부에서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야지 신입들에게 기대할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내부에서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반드시 일으켜야 하는 머스트(Must)의 사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 모두 끊임없이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 한다. 이런 사고를 갖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아날로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의미의 아날로그, 즉 기계적 표현이 아닌 감정적 표현이나 사람다움이 녹아 있는 서정적 표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남자 여자 가리지 말고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한다. 내가 아는 친구는 아직도 “집안 일은 여자가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옆에서 보기에 너무 불안하다. 쫓겨나지 않는 것만 해도 천만 다행이라 생각한다. 친구이지만 추호도 그의 편을 들어 줄 생각이 없다. 쇄국정책(鎖國政策)을 주장하다 나라를 패망으로 이끈 흥선대원군과도 같다. 개인의 고루한 고집 때문에 불쌍한 백성만 식민지생활을 하게 된 역사의 교훈을 그 친구에게 수십 번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불을 보듯 훤히 보이지만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인지라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다 큰 성인의 사고는 절대 변화지 않는다는 성인학습이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아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친구처럼 아직도 시대적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수년 전, 안양에 있는 어느 제조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관을 봐서는 그냥 어느 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는 기업이었는데, 내부의 모습은 30년 전에 정지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회사다. "저희 회사는 대졸 여직원은 채용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학력이 높으면 부리기가 힘들다는 회장님 생각이 계셔서 반드시 고졸 이하의 여직원만 채용을 합니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말하는 A부장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옛날 분들이야 그렇다 치지만, 이 회사에 근무하는 젊은 남자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젊은 친구들은 이런 입사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저희도 회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여직원들이 학력이 높으면 맘대로 일을 시키지도 못하고 불편한 일이 한 둘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작년에 ‘결혼한 여직원은 퇴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내규정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대구의 모 기업이 생각이 났다.

기존의 문화에 동호되어 가는 신입의 모습은 일종의 '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불리는 심리현상(배가 닻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기준점이 되어 그 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때문이다. 아무리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있는 신입이 입사한다 해도 첫 직장에서의 모든 행동기준이 봉건시대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면 본인 또한 동화되어 선배들의 고루한 의사결정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을 교육의 현장에서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 직원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종종 문제의 발단이 되는 케이스다. 과거에는 일이 우선이고 교육은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우선 회사의 업무를 보고 시간이나 비용에 여유가 있을 때에 사원들의 능력개발에도 신경을 쓰는 사고가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원 개개인을 조직을 지탱하는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산의 가치증대를 위해서 직원교육은 가장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보편적 가치관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이고 보니, 교육을 업무시간에 실시하는 회사가 늘어나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들의 교육계획을 수립할 때에 월~금 사이에서 가능한 날짜를 잡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간혹, 토요일을 끼워서 교육계획을 잡는 곳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대개 주말 아니면 다 같이 모이기가 힘든 특수한 상황에 놓인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혹은 주중에 고객대응 때문에 도저히 시간이 안 되는 상황에서만 부득이 적용될 뿐이지, 옛날처럼 “교육은 무조건 일과시간 이후에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가끔은, 직원교육을 여유 있는 회사가 누리는 사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 얼마 전에 만난 P사장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80년대 고도성장기에 사회입문을 한 P사장의 머리 속에는 '주중에는 회사 일을 보아야 하고, 교육은 주말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너무 능력을 올려주면 다른 회사로 가기 때문에 가급적 교육은 최소한'이라는 자기철학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앵커링효과는 실로 무서운 것이다. 직장생활 초기에 형성된 가치기준이 일생을 관통하며 자신의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위에서 언급한 P사장과 같이, 익숙해져 있는 과거의 관습 그대로 답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대부분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자신도 조금씩 진화를 모색해 간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혀 도태 당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는 수년 전에 「조직문화」라는 테마를 가지고 당사가 조사한 설문 중에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하려는 우리 조직의 노력은 어느 정도입니까?’에 대한 결과를 나타낸 도표이다. 변화의 노력에 있어 실적이 상승한 기업(38%)이 하락한 기업(20%)보다 두 배정도 더 높은 것으로 보고가 되었다. 변화의 노력이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도표

조사내용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눈에 보였다. 자유기입의 형태를 빌린 서술형 답변이었는데, 내용 중에 "아직도 과거의 관습이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간부들 때문에 조직이 병들어 간다"는 식의 의견을 상당수가 보내 준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적응해가면서 진화의 길을 모색한다. 그러나 조직의 진화를 저해하는 과거의 사람들이 조직의 상층부에 남아서 조직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대는 변화해 가는데, 스스로가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서가는 시대와 그대로 남아 있는 본인 사이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질 뿐이다.

“아직도 애니콜을 쓰세요?”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오랜 관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행동양식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의 변화속도에 맞추어 진화하고 있는데, 자신만이 과거의 가치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사람들이다. 본인은 노력하지 않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조직의 변화를 고집한다면, 결국 언젠가는 사회에서 격리되고 배척당하는 참담한 결과에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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