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진정한 승자는 터미네이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0.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79번째 이야기 진정한 승자는 터미네이터


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카메론 감독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된 건 <터미네이터>라는 영화 때문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덕분에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된 카메론 감독은 이후로 타이타닉, 아바타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만들어 내며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터미네이터>이전까지는 무명에 불과했던 젊은 감독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바꿔놓은 <터미네이터>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여기서 잠시 <터미네이터>와 관련한 영화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한다.

1984년에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유명한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미래에서 온 기계인간 터미네어터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근육질의 신인배우 슈와제네거 또한 이 영화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는데, 슈와제네거는 이후 개봉된 시리즈물 가운데 주지사로 지내던 시절에 만들어진 4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영화에 출연해 주인공 터미네이터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봉한 5편(터미네이터 : 제네시스)에서는 60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계인간 터미네이터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어 관객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만들어 진 총 5개의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에서 전문가들의 찬사와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작품은 1991년에 개봉된 2편(심판의 날)이다. <터미네이터2>는 무엇보다도 특수효과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되는데, 자유자재로 변하는 T-1000의 모습은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했으며 T-1000의 구현에 쓰인 '몰핑(morphing) 기법'은 기존 특수효과의 개념을 바꾸어 놓은 아주 중요한 기법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화에 의하면 <쥬라기공원>을 구상중이던 스필버그가 영화에 나오는 공룡들을 구현해 내는 데 있어 이 영화에 나오는 기법을 도입해 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무튼 이런 최첨단의 디지털 특수효과 덕분인지는 몰라도 <터미네이터2>는 그 해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기록이 되며, 5억달러가 넘는 흥행수익과 함께 세계 흥행랭킹 1위에 등극하게 된다.

나도 1~5편을 전부 보았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은 2편이었다. 2편에 나오는 영상 중에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장면 중의 하나가, 터미네이터가 스스로 용광로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이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용해함으로써 더 이상의 터미네이터 연구가 진행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그가 던진 대사 한 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인간이 왜 눈물을 흘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용광로로 들어가는 터미네이터를 바라보면서 주인공 존 코너가 눈물을 흘리자 그의 눈물을 쳐다보며 터미네이터가 던진 마지막 대사였다.

눈물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올 수는 있어도 그 상황에 어울리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로봇은 아마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눈물을 요새 들어 경험하는 날이 많아졌다. 슬픈 영화를 보고 나면 순간 순간의 슬픈 장면에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흐느껴 우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성호르몬이 과다분비 되어 생기는 생리학적 현상이라고 위안을 해 보는데,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떠나 보낸 직원이 보고 싶어 흘리는 눈물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끔은 조직을 떠난 직원들이 보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 동안 떠나 보낸 직원들을 생각하면 하나 같이 서운하지 않은 직원이 없다. 그러나 서운함의 정도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는 하지만 아픔의 정도가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서운함의 정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생각이 많이 나는 직원 하나가 있다. 썰렁한 개그로 어정쩡한 웃음을 만들어 주는 유머코드와 함께 실수를 하고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순진 무궁한 얼굴은 그 아이 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포인트였다. 실수가 많은 만큼 선배들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러나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주변에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은 모두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낼 것이라 믿었는데, 갑작스런 사고가 생겨 고향에 내려가게 되었다. 떠나고 한 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끔은 "뭐하고 지내나? 밥은 먹고 다니고 있나? 새로운 환경에서는 잘 적응하고 있나?"하는 쓸데 없는 상념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라는 수필집에서 나오는 말처럼 '차라리 아니 만나는 것이 더 낳을 수도 있다'는 문구를 떠올리며 그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보고 싶은 직원들의 얼굴도 다 같이 함께 가슴 속에 묻어 둔 채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떠나가는 직원의 송별회가 열리는 장소에 있게 되었다. 고객과의 저녁식사를 위해 일찌감치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서 소소한 이벤트가 한참 진행 중에 있었던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지라 사회자의 굵직한 목소리는 물론이거니와 조용히 오고 가는 작은 목소리의 대화까지도 가감 없이 들려왔다.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귀를 막지 안은 이상은 어떤 상황인지 가늠할 만한 모든 이야기들이 들려왔는데, 대화의 내용을 보니 그들의 자리는 퇴사하는 직원을 위한 송별회의 자리였던 것이다. 모두가 한 마디씩 그 동안 함께했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았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잚은 남자였는데, 무슨 사연으로 퇴사하는지는 몰라도 함께 생활했던 동료들이 이처럼 진심으로 아쉬움을 표현해 줄 수 있다면 아주 유능하고 성실한 직원이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이나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는데, 저기 저 앞에서 중년의 어느 남자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아까 그 옆자리의 송별회의 자리에서 보았던 멤버 중에 하나였다. 분위기로 봐서는 그 무리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 분이기도 했다. 떠나 보내는 직원을 생각하며 먼 하늘 바라보며 눈물 훔치는 모습에 나도 조금은 감정이입이 되었던 상황인지라 가까이 가서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만, 퇴사하는 직원의 송별회 자리이신 모양입니다" "네, 맞습니다. 한 5년 정도 데리고 있던 직원인데, 사업부가 없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일이라도 맡겨보려 했는데, 회사보다는 일을 택하겠다고 우겨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상황이 되었네요. 책임감도 강하고 속정도 깊어서 다른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애정을 주었던 친구였는데, 이렇게 보내게 되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잠시 나와 있던 참입니다."

이 분이 말하는 주인공은 정말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오래 전에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 들어있던 자료를 다시 꺼내보니, 퇴사한 직원에 대한 송별회 개최여부를 묻는 질문에 70%가 '퇴사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답을 했고, 떠나가는 직원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는 50%가 '무덤덤하다'고 답을 했고, 30%만이 '서운하다'고 답을 했던 기록이 남아있다. 조직을 떠나면서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아쉬움과 서운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회사생활을 잘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설문의 결과처럼 송별회가 없는 조직도 적지 않을뿐더러, 설령 송별회가 개최된다 하더라도 아무 감흥 없는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떠나는 직원을 생각하며 흘리는 상사의 눈물, 그리고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주인공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의와 작별을 고하며 흘리는 눈물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둘 다, 함께 한 동료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었다는 점과 이로 인해 헤어짐을 안타깝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존재 한다. 단지 쇳덩어리에 불과한 터미네이터도 인간을 감동시키고 인간에게 눈물을 흘리게 끔 만들었는데, 하물며 사람은 이 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퇴사와 관련한 글을 쓰면서 나는 지금까지 조직에 던지는 질문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원들을 떠나 보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채용과 예방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퇴사하는 직원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혹시나 내가 지금 조직을 떠나는 입장에 서 있다면, 조직에 갖는 서운함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고자 한다. 비록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사장의 시각이야!"라는 비난에 직면한다 할지라도,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한 승자야!”라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설령, “그런 폼 나는 모습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혹시라도 언젠가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고 생각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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