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떨어져 있는 부부보다는 같이 사는 친구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2.21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62번째 이야기 「떨어져 있는 부부보다는 같이 사는 친구가」


얼마 전 오랜만에 정부세종청사에 내려가 있는 친구를 만났다. 다른 공무원들도 그렇지만 이 친구 또한 처음에는 처자식 모두 서울에 남겨두고 원치 않은 지방살이를 하는 바람에 불만도 많았고 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친구를 힘들게 한 건 가족들하고의 이별이 아니라 같은 부서에 속한 동료들하고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고 하는데, 이유는 이 친구가 선발대로 먼저 세종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처 전부가 통째로 내려가 그럴 일은 없지만, 처음 세종에 정부청사가 들어설 때에는 선발대가 먼저 내려가고 본진은 2~3년 후에 내려간 부처가 많았다. 회의 대부분이 화상회의로 이루어졌는데, 동료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고 때로는 본의 아닌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중요한 사항이 아닌 것은 대화를 꺼리는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얼굴을 보면서 토의를 했다면 5분이면 끝날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간낭비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

그래서일까?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했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답습하는 비효율적 의사소통이 많아져 갔다는 것인데,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당시 선발대로 같이 내려온 타 부서 사람들이 오히려 서울에 있는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들보다 동료애가 더 좋았다고 말하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같은 곳에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순간, 사상최대금액의 M&A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다음카카오가 생각이 났다. 마침 그날 아침 재미있는 기사하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기 훨씬 전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6월23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주 이재웅 사장은 다음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당해 년도인 2004년에는 인터넷지능화연구소 직원들이 입주를 하고, 다음 해인 2005년도에는 미디어본부가 옮겨가고, 2006년에는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GMC)를 완공하여 주하고, 2009년 3월에는 서울에 있는 본사직원 전원을 제주도로 옮긴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이재웅 사장은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음의 제주 이전은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미국의 IT기업들이 캘리포니아 산호세로 이전해 실리콘밸리를 만든 것처럼 우리도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면 근무환경과 생활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제주도는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자유도시를 추진하고 있어 빠르게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하며 제주도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4월 7일 제주발전연구원은 ‘다음의 제주이전 10년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다음이 제주에 이전한 이후에 생산유발효과 1,89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042억원, 고용유발효과 2,705명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라고 언론에 발표하면서 서울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제주이전을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보도자료를 내 놓았다.

다음의 성공적 제주안착을 축하하는 결과보도가 나가고 두 달 후인 2014년 5월26일, 다음은 카카오와의 1:1통합을 발표하게 된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느 쪽 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되느냐의 문제였다. 만일 다음을 중심으로 한다면 카카오의 직원들도 제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며 이런 일이 현실이 된다면 이재웅 대표의 꿈대로 제주도를 한국의 실리콘벨리로 만들 가능성도 낮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말하는 이재웅의 ‘아름다운 실험’은 그야말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도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일단 시간을 갖고 현상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판교에 있는 카카오와 제주에 있는 다음의 현재 지역거점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인터넷 기업이기 때문에 공간의 통합이 없어도 사업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제주사업장의 규모를 더 키워갈 것이라고 한발 더 나아가 발언을 했다. 그러나 원거리 결혼생활은 1년을 못 채우고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통합법인이 출범하고 1년이 조금 안 된, 2015년 7월2일 다음카카오는 제주본사직원 400명 중에서 2,30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을 판교사옥으로 이동배치 한다는 사내공지를 발표한다. 또한 그 동안 지급해온 제주근무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제도를 폐지하여 서울이동을 촉진시키겠다고 발표를 했다. 김범수 의장이 훗날 “다음과 카카오가 두 집 살림을 하던 1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표현을 할 정도로 양사의 조직적, 화학적 통합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사의 대표상품 중에 ECS(Employee Commitment Survey)라는 상품이 있다. 주로 조직의 현 상태(As Is)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조직진단 툴의 하나인데, 조직과 조직간의 차이를 내는 요소는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그러한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는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면서 개인적으로도 내가 매우 좋아하는 조직진단 툴 중의 하나이다.

이 툴을 사용하여 도출된 결과 중에 매우 특징적인 것 중에 하나가 같은 회사에 존재하는 부서나 인력이라 하더라도 사무공간이 다를 경우, 다른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서로 다른 부서라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경우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방향으로의 업무몰입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인스컴퍼니’라는 회사가 있다고 하고 이곳에 A, B, C사업부가 있다고 가정할 때, A사업부는 부서원들이 모두 한 곳에서 생활을 하고 B사업부는 ‘가’와 ‘나’사업장으로 나뉘어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C사업부는 B사업부의 나 사업장과 장소를 공유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가정을 해 보겠다.

상식적으로는 일의 가치, 바라보는 방향, 업무몰입의 정도 등과 같이 구성원들을 묶어 주는 구심점이나 핵심가치가 사업부별로 그 특징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 마땅할 텐데 희한하게도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부서별로 같은 특징을 드러내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예를 들면, ‘아인스컴퍼니’의 경우, ‘1-A사업부, 2-B사업부의 ‘가’사업장, 3-C사업부와 B사업부의 ‘나’사업장’과 같이 1, 2, 3의 세가지 색깔로 조직의 특징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가 떨어져 있는 부부보다 더 잘 통한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해 주는 듯 한 결과가 나온다.

M&A나 부서간의 통폐합을 통해 조직 간의 물리적 결합을 시도하는 기업을 가끔 보게 된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에 성공한 기업은 그리 많지가 않다. 화학적 결합에 대한 난이도나 중요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경영자들의 안이한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 없이는 조직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다. 일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인간은 내 눈에 자주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고 조직의 화학적 결합은 여기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에리조나 주립대의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교수는 ‘익숙함이 호감도에 미치는 무의식적인 영향력’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소개했다(실험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이다). “연구자들이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재빨리 스크린에 지나가게 하면서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피실험자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크린에 얼굴이 많이 보인 인물일수록 피실험자들은 더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어지는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스크린에서 자주 보았던 사람들의 견해에 더 쉽게 설득을 당했다. 그들이 지역대표로 출마한다고 했을 때, 피실험자들 대부분은 스크린에서 얼굴이 익숙해 진 이들에게 표를 던졌다. “TV에 많이 얼굴을 드러낸 정치인의 당선 확률이 익숙하지 않은 얼굴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바로 이런 무의식적 심리와 관계가 있다”고, 치알디니 교수는 덧붙여서 말했다.

‘사람은 친숙한 얼굴에 더 정감을 느낀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에 속한다. 그렇다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구성원들 서로간에 Face to Face의 노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본값을 설정하는 구조적 시도가 화학적 결합의 첫 출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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