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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이론과 경험 누가 이길까?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7.18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74번째 이야기 「이론과 경험 누가 이길까?」


원서를 읽다 보면, 북스마트(Book-Smart)스트리트스마트(Street-Smart)라는 단어가 눈에 자주 보인다. 경험보다는 이론적인 지식이나 사전적 의미에 바탕을 두고 훈수를 두는 사람을 가리켜 ‘북스마트’라고 하고, 살아가면서 몸으로 체득한 각종 지식이나 경험 그리고 실패와 성공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어드바이스를 하는 사람을 가리켜 ‘스트리트스마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마 전, BBC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 하나가 방송이 되었는데, “살아가면서 북스마트와 스트리트스마트 중에 누가 더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요?”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신이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식과 전문가들의 수십 년간에 걸친 연구자료를 통해 얻은 지식 중에서 누가 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너무 밑도 끝도 없는 단편적인 질문이라 대답하기가 난처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이해하기가 편할까? 예를 들면, 목이 좋은 상권에 점포를 하나 계약하려 한다고 치자, 가게를 하나 오픈함에 있어서 관련된 비즈니스에 정통한 각종 자료를 베이스로 하여 판단하는 것이 더 낳을까? 아니면 그 동네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말을 따르는 것이 더 낳을까?

언뜻 보기에는 그 동네 시장상황에 정통한 친구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아 보일지는 몰라도 반드시 그것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스트리트스마트의 치명적인 단점은 본인이 경험한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특수한 사례를 보편적인 사례인 것처럼 일반화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스트리트스마트는 직장에서도 많이 목격이 되는데, 특히 회의장면에서 많이 포착이 된다. 얼마 전 고객사 사장님의 요청으로 모 회사 영업팀의 회의장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말끝마다 튀어나오는 영업팀장의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라는 멘트였다.

예를 들면, “팀장님 이번 출시된 제품의 샘플테스트는 홍대에서 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샘플테스팅은 모조건 강남이야! 강남에서 하도록 해!” “팀장님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리서치회사와 공동으로 조사하면 어떨까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비용낭비야! 쓸데 없는 곳에 돈 쓸라 하지마! 위에서 안 좋아해! 그냥 혼자 하는 게 훨씬 나아!”와 같이 팀원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개진 할 때마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는 것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로버트치알디니(Robert Cialdini) 교수가 쓴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보면,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 있는 전략 중에 하나가 본인의 경험에 의한 스토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명 ‘내가 경험해 봤는데’ 전략이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대화는 강력한 힘이 있어서,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도 반박하기가 정말 힘들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미래를 상대방은 경험해서 그 결과를 이미 안다고 한다는 데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양한 상황변수를 고려치 않은 큰 오류가 숨어있다. 홍대 테스팅의 예를 들어보자. 홍대역 주변의 유동인구의 분포도는 주중과 주말에 큰 차이가 있다. 주중은 20대 초반의 여성이 많은 반면에, 주말은 10대 후반의 청소년과 30대 가족 단위의 인파가 20대를 앞지른다. 반면, 강남은 주중에 더 많은 젊은 인파가 거리를 메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요일에 테스팅을 했느냐’는 결과에 큰 차이를 내기 때문에 하나의 결과를 가지고 일반적인 결과로 통칭해서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HR에서도 종종 발생이 된다. 얼마 전 반도체관련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어느 중견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소 담당팀장에게 천하의 무능한 놈으로 낙인이 찍혀 쫓겨나다시피 팀에서 방출된 A군이 부서가 바뀐 후부터는 그 팀에서 가장 촉망 받는 인재로 탈바꿈 되더라는 이야기를 그 회사의 인사부장으로부터 전해 들은 적이 있다.

“A군을 보면서 상사와 부하 사이에도 케미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전임팀장은 A군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A군은 정말 형편없는 바보’라는 용어를 많이 썼거든요. 근데 지금의 팀장은 A군을 보석 같은 인재로 칭찬을 하는 거에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심리학 용어 중에 후광효과(Halo effect)라는 단어가 있다. 한 대상의 두드러진 특성이 그 대상의 다른 것들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하나가 마음에 들면 전부 마음에 들고,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것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심리를 말한다. 나 또한 직접 그들과 같이 생활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지만 이직이나 전직의 전후(前後)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는 후광효과의 원인이 대부분이다. 즉, 일하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는 말로, 나와 안 맞는 인물이 의외로 다른 사람과 호흡이 잘 맞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무능한 인물로 낙인을 찍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스트리트스마트의 전형적인 오류이다.

그렇다고 북스마트가 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많이 배웠다고 해서, 학력이 높다고 해서 실생활에서도 실패 없이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런 식이라면 대학교수는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아무 문제없이 무엇을 해도 성공해야 하는데, 가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비즈니스의 현장에서는 가장 많이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집단이 대학 교수들이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의 자문이나 고문역할을 하던 교수들이 가끔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우트가 되어 경영의 현장에 서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CEO의 길로 나선 분들 중의 거의 대부분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기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물론 주변의 몇 사례를 가지고 전체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일반화의 오류이긴 하지만). '역시나 훈수를 두던 사람의 눈에 보이는 바둑의 패와 직접 앉아서 바둑을 두는 선수의 눈에 보이는 패는 다르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북스마트는 조직 내부에서도 종종 목격이 되는데, 분당에 있는 어느 통신장비업체에서 있었던 일이다. 조직이 너무 오래되어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요청으로 그곳의 인사팀장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진단을 거쳐 부서별 매너리즘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고 관리자들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교육코스를 설계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나의 제안에, “신대표님, 이래 봐도 제가 경영학 Ph.D 출신입니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교육도 마찬가지인데요, 다 큰 성인을 교육시킨다고 정말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그 회사에서 우리가 진행하고자 했던 모든 일들은 취소가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경영학박사 출신의 그 인사팀장이 자신의 모교에 용역의뢰를 하였고 학교 연구실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해 조직재설계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야 들었다. 하지만 무엇을 했고 어떤 결과가 도출이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회사는 절반으로 조직이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는 조직도 겨우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북스마트는 겁이 많다. 원래 이론에 강한 사람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스트리트스마트는 허풍이 세다.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자신감을 안겨다 주는 장점은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분의 경험을 가지고 마치 전체를 다 아는 것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착각도 만든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현장에서는 둘 다 필요하다.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은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에 큰 도움이 된다. 당황하지 않는 담대함을 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데이터에 근거한 신중한 접근도 빼 놓을 수 없는 무기가 되어야 한다. 혹시나 있을 지 모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한 데, 북스마트의 사고가 큰 도움이 된다. 결국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발란스를 갖는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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