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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박하사탕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12.2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19번째 이야기 「박하사탕」


2000년1월1일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 <박하사탕>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창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설경구, 문소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우리 생에 꼭 한번은 봐야 할 한국영화 100선에 들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마 직접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절규하는 설경구의 모습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인 김영호(설경구)는 달려오는 기차를 마주보며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절규하는 듯한 어조로 내 뱉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어찌 보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속하는 클로징 부분이 도입부로 소개가 되고,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흐름으로 연출이 되면서 이런 장르의 영화를 처음으로 접한 나는 무척이나 신선한 감동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에게는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세 번 있었다. 잘못된 첫 단추는 80년 5월 광주의 봄에서 시작이 된다. 평범한 군인의 신분에서 차출되어 광주의 계엄군으로 투입되는 영호는 골목에서 마주친 여고생을 실수로 죽이게 된다. 한 동안 미칠듯한 괴로움에 빠져 허우적대던 영호는 살인을 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반공분자를 뿌리뽑는’ 공안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84년 가을에 일어난다. 대공분실의 유능한 형사로 인정받게 된 영호는 온갖 고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악명 높은 형사가 된다. 더 이상 첫 사랑의 연인 순임(문소리)과 어울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순임은 너무 깨끗하고 사랑스런 박하사탕 같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호는 타락한 여자 홍자를 택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결혼을 결심하고 바로 후회를 하지만 다시 돌아갈 마음의 의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세 번째 전환기는 94년 여름에 발생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공분실의 악명 높은 형사 영호는 옷을 벗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퇴직하고 가구점 사장이 된 영호, 마누라 홍자는 운전교습 강사랑 바람이 나고, 그 또한 가구점 직원 미스리와 바람을 피운다. 어느 날, 과거 형사시절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영호, 저주받은 영혼처럼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한다. 돌리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 버렸다고 생각을 하며,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채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나약한 중년이 되어 버렸다.

2015년의 끝자락에서 영화 <박하사탕>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영화 속 주인공 영호처럼, 살아오면서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재앙이 닥치고 그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던 때도 여러 번 있었다. 물론 그 때마다 내게 닥친 시련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였으며,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인디언 썸머’도 맛보았다. 하지만 달콤한 휴식은 거의 잠깐이고 대부분은 긴장과 무거운 책임감에 잠못 이루던 날이 훨씬 많았지 않았나 회상해 본다.

만일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느 시점으로 가보고 싶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면서 큰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했던 사건 두 가지가 생각이 났다. 하나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던 도쿄의 일식 집(84편- 미워하지 못해 미안합니다)과 관련된 일화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울에 진출한 어느 대부업체의 유혹과 관련된 사건이다.

4학년이 되고 어디에 입사원서를 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터에 아는 선배로부터 후나이종합연구소라는 회사를 소개받았다. 일본에서는 꽤나 인지도가 있는 유통전문의 컨설팅펌이었다. 대규모 유통체인이 시장을 선도하는 일본의 산업구조를 보면서 언젠가 우리도 유통라인이 제조를 리딩하는 흐름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동경에 유통컨설팅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면접에서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만다.

풀이 죽어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인 아주머니가 조용히 나를 불러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신君, 서울에 가게를 하나 만들어 줄 테니 초밥기술을 본격적으로 연마해서 서울분점을 운영해 보는 것은 어때?”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들처럼 여기는 나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요리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은 아주머니도 잘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고맙긴 했지만 거절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게를 맡아서 잘 이끌어갈 자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고향에 계신 아버지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이야 ‘백종원’이라는 외식업계의 재벌도 탄생하고, ‘000쉐프’라는 이름의 멋있는 요리사들이 하루 24시간 TV에 나오며 국민적 사랑을 받는 시대가 되긴 했지만, 당시에는 아무리 큰 식당이라도 사장은 그냥 ‘식당주인’으로 통하는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간단히 아주머니의 제안을 거절한 건 아니었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9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최고의 경제부흥기였다. 서울시내 어디를 가든 사람과 돈이 넘쳐 흐르는 풍요로운 시기였다. ‘3대째를 내려온 일본전통스시’라는 타이틀로 강남에서 오픈을 하면 돈 있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릴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나는 돈보다는 명예를 택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S로 시작하는 일본 굴지의 대부업체 기획실장이 나를 보자고 한 것이다. 학교 다닐 때에 친하게 지낸 친구의 형이 그 회사의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미 서울에 들어 온 나를 찾아 온 것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이번에 서울에 진출을 하는데, 신君 자네가 맡아서 해 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하시는 것이었다.

너무 놀랐다. 일본의 대부업은 빠찡코와 함께 지하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자본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적인 정당성까지 확보한 정치세력이기도 했다. 당시는 일본의 대부업체들이 우리 금융시장의 법적 허점을 노려 물밀듯이 들어오던 시기였다. 지난 10년간 그들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였고, 우리 귀에 익숙한 대부업체는 거의 대부분이 일본계일정도로 일본 대부업체들은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30대 중반의 젊은이에게는 큰 유혹이었다. 하지만 나는 몇 일간 불면의 고민을 한 끝에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이 좋아 제3금융권이지 대부업은 사채업과 별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빠 하는 일이 뭐야?”라고 물어 볼 때, 나는 과연 당당하게 대답을 내어 놓을 수가 있을까? 하는 自問自答 속에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윤택하지 못했지만 한 번도 내가 걸어 온 길을 후회해 보지는 않았다. 영화 속 주인공 영호에게 있어서 박하사탕은 20십대 초반에 영임을 만날 때 뿐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박하사탕은 내 주변에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정직한 눈망울이었고, 나는 항상 그 맛을 즐기면서 살아 왔다고 자부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힘들 때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그리움은 더 커져간다. 영화 속의 영호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그리움과 후회는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다른 박하사탕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2016년을 맞이하면서 새삼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야기를 해 보았다. 다들 신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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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번째 이야기 :「Face-to-Face 동기부여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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