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8.29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78번째 이야기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


우리 회사가 위치하고 있는 선릉역 주변은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가 벌어진다. 시위대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라도 시위대의 모습이 안 보이는 날은 거의 없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특검사무실 앞에서 벌이는 ‘어버이부대’와 같은 정치적 시위가 대세를 이루더니만 언젠가부터 삼성생명, BGF, 동부와 같은 대기업건물 앞에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주류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시위현장이 삼성역과 선릉역 중간쯤에 위치한 포스코건물 앞이다.

워낙 덩치가 큰 철강회사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이나 사고가 끊기는 날이 없다. 바로 얼마 전에도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가스폭발로 건설현장의 인부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당하는 참혹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대형사고 말고도 언론에는 보도가 되지 않은 자그마한 사고도 수 없이 일어나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거의 대부분이 포스코에 직접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직원들의 사고라기 보다는 하청업체, 또는 하청의 하청, 즉 2차, 3차 하청업체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어느 노동자의 죽음’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데모현장을 지나 가는데, “왜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사고를 원청업체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시위대를 앞에 두고 포스코를 두둔하는 저 분이 포스코 직원인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행인에 불과한지는 알 수 없으나 예전에도 바로 이곳에서 이와 유사한 종류의 항변을 들은 듯한 기억이 떠올라 이 문제에 대해 잠깐 짚어보고자 한다. 하청업체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는 정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법적인 책임이고, 두 번째는 윤리적 책임이다.

2016년 5월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직원 김모 군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할 당시, 최초 여론은 2인1조로 작업해야 하는 안전수칙을 어긴 김군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왜 그가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김모 군이 소속되어 있던 은성PSD라는 회사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나아가 은성PSD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이곳에 용역을 맡긴 원청업체인 서울메트로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모든 책임은 서울메트로가 지게 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비록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문제이긴 하나 검찰은 원청업체인 서울메트로에 법적인 책임을 묻기로 했다. 서로 간에 주고 받은 비리가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2016년 6월5일, 서울메트로는 임원급 이상 간부 등 총 180여 명이 사표를 제출했으며 그 중에서 경영지원본부장과 기술본부장 등 2명의 임원에 대한 사표가 수리되었고, 팀장급 관리자 5명이 직위 해제되었다.

다음은 윤리적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수수방관하다 호되게 당한 후, 오히려 그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된 글로벌 기업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의 사례이다.

2011년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어느 하청업체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미얀마출신의 노동자들과 공장측 사이에 큰 분쟁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미얀마에서 건너온 이주 노동자를 지원하는 인권단체의 관심과 지원을 받으며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고, 말레이시아 현지회사의 인권유린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공장은 국제적인 비난을 사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의 국내문제로 치부되는 듯 하던 이 사건이 갑자기 큰 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바로 이곳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제품이 이름이 잘 알려진 글로벌기업 히타치로 납품되는 물건이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은 이름이 잘 알려진 히타치를 맹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히타치 지사에는 수천 통의 항의 메일이 쇄도하게 되고, 인권단체가 조직한 데모부대가 세계각지의 히타치 공장에 출현하여 피켓소동을 벌이고, 이런 소동이 반년을 이어갔다.

“하청업체의 인권문제가 원청업체의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실을 통감한 사건이었다”라고 당시의 히타치 CSR매니저는 회고했다. 히타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부품메이커는 수 많은 하청업체 중의 하나에 불과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글로벌기업인 히타치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라는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 본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히타치는 2013년에 ‘히타치그룹 인권지침’을 발표하고 히타치의 발주를 받아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하청업체에 대해 인권침해가 없는지, 근무환경에 대한 위법사항이 없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제도를 만들게 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히타치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보안관리시스템을 수주하게 된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엄격한 CSR기준을 통과한 기업에 한해서만 올림픽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정이 제정된 것이다. 한층 강화된 CSR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던 히타치가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수주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CSR기준이 처음으로 제정된 2012년 런던올림픽의 사회적책임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하여, 올림픽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국내의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해외 하청업체의 인권이나 근무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윤리적 책임을 지게 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글의 처음에 언급한 ‘스크린도어사고’가 법적인 부분을 다루었다고 한다면, 올림픽위원회가 강조하고 있는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강화캠페인은 기업들에게 윤리적 측면에서의 책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처음 시작이 되었는데, 친사회적, 친환경 경영에 집중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런던올림픽이 가장 강조한 분야는 친환경이었다.

예를 들면, 코카콜라는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에서 자선단체 ‘스트리트 게임스’와 3년 후원계약을 맺고 스포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청소년 11만 명을 돕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런 스포츠 인프라 제공과 같은 사회적 공헌 외에도, 올림픽 기간 중에 납품하는 모든 자사의 드링크제는 100% 재활용 가능한 용기만을 사용하고, 14대의 바이오가스 트럭을 동원해 올림픽기간에 탄소배출량의 절감노력과 함께, 태양광을 이용한 자가발전시설에 대한 가동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더하여 2020년 도쿄올림픽은 한층 더 강화된 기준으로 친환경과 사회적 기여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근무환경과 관련한 기준은 도대체 이것이 올림픽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없지는 않지만, 인권문제의 해결은 올림픽이 추구하는 이념 중의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올림픽을 떠나 세계적인 추세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우선적으로는 일본내 대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물건을 만들고 있는 자국의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더 나아가 해외 하청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위해 일본의 대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직 CSR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족한 동남아국가의 하청업체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지원사업에도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모양이다. NHK 뉴스에서도 이런 대기업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올림픽이라는 스포츠행사는 우리 기업들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강화되면 되었지 완화될 것 같은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하청업체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을 내 뱉는 일부 대기업의 형태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너무 안이한 사고에서 기인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법적인 책임과는 별도로, 세계는 기업들에게 좀더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윤리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우리 기업들이 좀 더 빨리 적응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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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번째 이야기 :「 임원에게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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