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임원에게 안전지대는 없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8.21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77번째 이야기 임원에게 안전지대는 없다


조직의 임원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다. 대표이사를 보좌하여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이기도 하거니와 수십 명, 수백 명에 이르는 부서원들의 생사여탈을 관장하는 자리이기도 하기 때문에 임원이라는 자리는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맘대로 할 수 있는 자리는 절대 아니다. 특히 대기업 임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리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임원을 절대 과소평가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권한이나 중요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례해서 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임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회사의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부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 말은 결론적으로 우리 부서의 임원이 누구냐에 따라 내가 속한 부서 그리고 나의 미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하늘의 별로 비유되기도 하는 임원의 자리는 과연 누가 되는 것일까? 기업의 규모나 현재 처한 상황변수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가정의 수가 다양하게 작용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고 다음의 두 가지 요소를 거론해 보고 싶다. 첫 째는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성과적 차원의 접근인데, 임원 후보 군에 드는 사람은 일단 평균이상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담보를 해 주어야 한다. 아니 좀더 허들을 올려서 상위 30%안에 드는 퍼포먼스를 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임원후보로 이름이 거론 되어도 조직 내에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다.

두 번째는 충분조건으로 볼 수 있는 인성과 태도적 차원의 접근인데, 이 문제는 사내 인간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원의 자리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신뢰하는 든든한 후견인이 사장단 급의 최고경영진 안에 반드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또한 최고경영진에 있는 누구와도 소원한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되며, 아무리 성격이 맞지 않는 최고경영진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적당한 거리의 친분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이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수년 전 어느 중견기업의 임원선발에 관여하면서 조직내부의 역학관계를 피부로 경험한 소중한 사건이 하나 있는데, 다음은 이와 관련된 일화 중의 하나이다. 대개 임원선발과 관련해서는 기본조건이 안 되는 간부를 억지로 임원으로 승격시키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는 미묘하게 작용하는 사내 역학관계와 많이 관련이 된다. 내가 경험한 그 기업도 회장직속의 HR에서 추천한 A부장에 대해 A부장이 속해 있는 계열사의 사장이 자질 문제를 들고 나오며 결사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임원승진에서 누락이 되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끌어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뒤에서 잡아당기는 사람도 없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실력이나 인간관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며 조직생활을 해 왔다는 것은 그 만큼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간부가 임원이 되면 어느 정도 자기소신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있다. 자기주관이나 소신, 가치관, 신념을 가지고 조직을 이끌어 간다. 어느 정도의 검증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실패확률은 그리 높지가 않다. 문제는 이런 자체검열 없이 오너의 지시로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다음은 앞에서 언급한 기업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케이스이다.

을지로에 있는 중견 A기업의 회의실, HR팀장과 간부리더십 파이프라인과 관련된 미팅을 하는데 담당팀장이 불쑥 이런 질문을 던진다. “신대표님, 움직이지 않는 임원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갑자기 나온 그의 질문에 나 또한 머리 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 눈만 꿈뻑거리고 있는데 그가 다시 이렇게 말을 던진다. “이것 저것 제 나름대로는 시도를 해 보긴 하는데요, 위에 임원이 새로운 것은 절대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미치겠어요, 이것도 제 나름대로는 필요할 것 같아 의욕적으로 추진해 보긴 하는데, 우리 임원이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없었던 걸로 할 공산이 매우 크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임원이 되었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강력한 도움으로 얼떨결에 임원에 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하소연의 대상이 된 그 회사의 임원도 들어보니 오너의 일방적인 지시로 임원이 되었고 가급적 회장이 시키는 일만 처리할 뿐, 새로운 것은 만들지도, 추진하지도 않는 보신주의 업무스타일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답답한 건 해당부서의 직원들이다. 어떻게든 과제를 만들고 조직에 적용해 가면서 자사에 맞는 스타일로 교정도 해 가면서 일에서 보람을 느끼곤 했던 직원들인데, 이런 직원들에게 납작 엎드리고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니 모두가 답답한 속앓이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임원 스타일은 “일은 찾아서 하는 거야!”라고 강조했던 깨어 있는 조직의 일원이기를 바라는 조직의 행동강령에도 위배되는 것이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나와 상담을 했던 팀장도 해당부서 멤버들 하나 둘씩 영혼 없는 직장인이 되어 가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아래의 도표는 수년 전에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 중에 지속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회사와 정체되어 있는 회사를 골라 조사한 데이터의 결과이다. <리더십이 조직구성원의 업무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한 문항 중에 주관성을 가지고 조직을 통솔해 나가는 부서장과 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부서장의 업무스타일이 구성원의 직무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한 것인데, 보는 바와 같이 자기 주관이 뚜렷한 리더가 이끄는 기업이 해바라기형 조직의 리더가 이끄는 기업에 비해 업무만족도가 2배 이상 높게 나온다는 사실이 파악되었다.

자기주도형 임원이 이끄는 부서의 경우 업무만족도가 27%인 반면, 해바라기형 부서의 업무만족도는 12%로 파악이 되었고, 불만족 또한 ‘35% VS 55%’의 수치로 해바라기형이 자기주도형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그래프

그렇다면 여기서 설문에 참여한 기업의 직원들의 의견을 잠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자기주도형’ 임원이 이끄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어느 중간관리자의 말이다. '옆에 부서만 보더라도 위에 눈치만 보느라고 아무 일도 안 하려고 합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부서장의 의도가 반영이 되어서 그러는 건지, 그냥 시키는 일이나 잘 하자…… 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데 우리 부서의 경우 본부장님 스타일이 우리에게 자꾸 새로운 뭔가를 요구하고 또 그렇게 올라오는 의견에 대해서 워낙 강력하게 현실화시키는 스타일인지라 실무적인 일을 하는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고 신바람이 날 수 밖에 없지요'

이와는 반대로 '해바라기형' 임원이 이끄는 부서에 소속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저희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극적인 의견개진에도 불구하고 우리 본부장님은 항상 부정적인 말씀만 하셨습니다. 뭐 때문에 안 된다, 뭐 때문에 결재가 안 될 것이다, 등과 같이 아무리 새로운 기획 안을 말씀 드려도 항상 부정적인 말씀만 하셨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고, 나중에는 어차피 안 되는 거, 뭐 때문에 골치 아픈 생각을 해…… 라는 직원들의 의견들이 퍼지면서 점점 영혼을 잃어가는 조직 분위기로 전락해 갔습니다. 가끔은 이건 아니지 싶다가도 지금의 생활이 너무 익숙해 져서 새로운 변화가 솔직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힌트가 들어 왔다. '해바라기형' 임원의 부서에 소속되었던 어느 주니어 직원이 인터뷰 도중에 갑자기 던진 말이다. '우리 본부장님은 팀장 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분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건데요, 직원들 그 누구도 이 분이 임원승진할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거든요, 근데 갑자기 연말인사이동에서 임원승진이 되었다고 발표가 된 거에요. 모두가 정말 의아해 했지요. 근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어요. 이 분이 회장님과 각별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사내에 퍼지고부터는 이 분의 생각이 회장님의 생각이다, 라는 소문이 퍼지고, 다음부터는 사장님도 이 분을 함부로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 때부터였어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

위에서 인터뷰를 한 회사는 지금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의 오너는 직원들만 닥 달 댄다고 한다. '왜 다른 회사 직원들은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너희들은 그렇게 여유만만이냐'고 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대책회의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사람을 볼 줄 모르는 회장의 리더십에 두기 보다는 회장의 각별한 신뢰로 임원의 자리에 오른 그 분에게 돌리고 싶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일단 임원이라는 자리에 올랐으면 책임지는 부서 직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를 바라보기 보다는 밑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가 오를까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위만 바라보다 보니 아래의 생각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기업의 몰락의 원인 첫 번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부족한 자신에게 임원이라는 큰 직책을 맡긴 회장에 대한 배신이다. 임원으로 승격시킨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자신에게 기회를 준 회장을 위해서도 큰 틀에서의 조직관리를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는 복지부동의 자세는 자신을 믿고 본부장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긴 회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배신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인물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회장의 안목도 문제가 있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기대에 부응치 못하는 해당 임원의 행동은 조직침몰의 가장 큰 원인변수임에 틀림이 없다.

마땅히 실력으로 임원의 자리에 올라야 하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변수에 의해 임원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 어느 쪽이 되었건 명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임원에게 있어서 '안전지대는 없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적인 이해보다는 공적인 이해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이끄는 부서의 단편적인 면만 보기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조직의 전체적인 틀을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임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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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번째 이야기 :「‘선장과 추장’의 성공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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