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영업을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7.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73번째 이야기 「영업을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영업부서를 지원했다. 우리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에 대해서 더 많은 이해를 하기에는 영업부서가 당연히 최고의 장소라고 생각한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고객접점에서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사회활동을 하는데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나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종은 달랐지만 주변의 친구들 대부분이 우선은 영업직을 지원했다. 간혹 연구직이나 기술직을 지망하는 친구들도 있긴 했지만 그들조차도 처음 1~2년 간은 영업부서에서 생활하는 것을 당연한 룰로서 받아들였다.

이러한 정책은 지금의 일본 모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느 부서가 되었든 입사하고 1년은 무조건 영업부서에서 생활해야 한다. 계열사가 180개, 거기서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가 10만 명이 넘는 공룡기업이지만 어느 계열사, 어느 직무가 되었든 우선은 영업부서의 생활을 경험해야 하는 원칙을 1960년 설립이래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이유는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에 대해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현장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놀랐던 몇 가지 사건중의 하나가 한국은 영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대학생들은 영업을 기피한다. 왜 그런 힘든 일을 해야 하느냐고 불평도 많다. 특히 영업이 아닌 부서의 직원들에게 영업의 일을 시키기라도 할라치면 그 원성이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튀어나온다.

얼마 전에 ‘00편의점’이라는 이름으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물론 우리가 주로 상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HR쪽에 있는 사람들인지라 그날 미팅의 상대도 교육담당자였는데, 예정된 미팅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 예정된 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 나서야 담당자가 나타났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이번에 들어온 신입사원 중에 퇴사자가 한 무리 발생해서 보스에게 꾸지람 듣는 바람에 늦었다고 한바탕 하소연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내용은 이랬다. 연간 채용하는 신입직원이 100여명 가까이 되는데, 입사하고 1년간은 의무적으로 직영편의점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담당자 말에 따르면, 대략 10%정도의 점포를 본사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고객의 트랜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함이고 다음은 직원들의 현장교육이 두 번째 이유라고 한다. 신입들이 들어오면 어떤 직무가 되었든 무조건 이 직영점포에서 1년간 현장근무를 해야 하는 의무가 지워진다고 하는데, 영업직무가 아닌 신입들의 경우 현장근무를 하다가 이탈하는 숫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연구개발을 위해 들어온 거지 영업할라고 들어온 거 아닙니다.” “저는 회계전공입니다. 영업은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등과 같이 불평을 늘어놓으며 사직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이 20~3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유독 그 숫자가 많아서 위에서 뭐라고 크게 지적을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어렵게 들어온 이런 대기업을 영업을 시킨다는 이유로 그렇게 쉽게 떠날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작년에 대학교를 막 마치고 사회에 입문한 조카아이에게 했더니, 이런 코멘트가 돌아왔다. “당연하죠 삼촌, 좋은 학교 나와서 폼 나는 양복입고 쾌적한 사무실에서 편하게 근무하고 싶지 누가 밖에서 굽실거리며 손님들 상대하고 싶겠어요. 나라도 그런 생활을 1년 하라고 하면 여기 계속 다녀야 하나? 하고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우리 조카아이뿐만이 아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1~9월 자사사이트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구직이력서 중 취업희망직무를 공개한 2백10만 건의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20~30대 구직자의 취업희망직무 1위는 사무보조(6.1%), 2위는 사무.총무.법무(5.6%), 3위는 생산.공정.품질관리(4.4%), 4위는 경리.회계(4.3%), 5위는 기획.경영.전략(4.2%)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거의 대부분 사무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젊은 친구들이 사무실 근무를 선호한다고 해서 뭐라 탓할 일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크게 놀랐던 것은 조카아이가 “굽실거리며”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영업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확연히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상대방이 우리 물건을 구매하게 끔 아쉬운 소리 해 가면서 애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인식이다. 나는 신입시절 ‘영업은 절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배웠고, 지금도 이런 생각에는 추호의 변함이 없다.

내가 아는 인물 중에 '강매하는 영업'이 싫다며 시골로 내려가 '찾아오는 고객'을 성공시킨 분이 한 분 있는데, 바로 '전유성'이라는 인물이다. 한 때는 대학로를 주름잡던 그가 갑자기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청도 성곡리'로 이사를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그가 던진 말이다. “대학로에 가면 극장 앞에서 호객행위 하는 아이들 많이 볼 겁니다. 전부 개그맨 지망생들이에요. 한창 연습할 시간에 그런 호객행위하고 있는 거에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죠. 티켓파는 걱정 없이 연습에만 전념하게 하자! 재미만 있다면 장소는 중요치 않다. 재미만 있다면 산속이라도 고객은 찾아온다.”

그의 소원대로 그가 만든 코미디극장(일명 철가방극장)은 영업을 하지 않아도 항상 만원사례다. 심지어 극장에서는 표도 팔지 않는다. 인터파크에 들어가야만 표를 살 수 있는데, 하루 두 번 하는 공연이 한 달치가 이미 예매가 될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개그맨들의 연습량도 많아지고 내용도 충실해져서 출장 공연을 요청하는 전화도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고 한다. 그렇다고 철가방극장에 티켓세일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유성씨의 말에 따르면, 거기서 공연하는 개그맨들 전원이 영업사원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 공연을 홍보하거나 티켓을 팔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은 따로 없습니다. 여기 있는 개그맨들 모두가 홍보맨이고 세일즈맨이라고 스스로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불러 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즉석으로 스탠딩개그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표를 사달라고 구걸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지만 생각하며 그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합니다.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SNS에 글을 올리고 홍보를 해 줍니다.”

『어린왕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생텍쥐페리가 한 말이다. “당신에게 보물섬 지도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산으로 가서 나무를 베어라, 배를 만들고 노를 저어라! 라고 외치지 말고, 보물섬에 다녀와서 누리게 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라, 그리하면 스스로 나무를 베고 노를 저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열심히!”

철가방극장의 성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언가를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행동과,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 나오는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팔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다. 중압감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속여야 한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내가 가지고 있고, 그걸 전하고자 하는 나의 행동이 '고객제일'이라는 사명감의 실천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의 미션은 다른 각도로 보여질 것이다.

대학로에서 표를 구걸하던 개그맨들은 내가 이러려고 서울로 상경했나? 하는 자괴감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스스로 고객을 발굴하고 찾아가기에 열심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에 어떤 가치가 들어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업은 가치의 제공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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