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글로벌 2위 '다카타'의 파산이 던지는 메시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10.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80번째 이야기 글로벌 2위 '다카타'의 파산이 던지는 메시지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기록에 의하면 1950년 한국전쟁에 동원된 남한과 북한 정규군의 숫자는 남한 60만 명, 북한 80만 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전사자의 숫자는 남한 15만, 북한 30만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장교들의 경우 남한은 3.3만 명이 참전을 하였고 1.8만 명이 전사하였다고 한다. 전쟁 중에 사망한 일반사병의 전사비율이 25%인데 반하여, 장교의 비율이 55%로 사병보다 두 배정도 더 많았음을 알 수가 있다. 누가 보아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은 뒤에 있으면서 부하들에게는 '앞으로 나서라!'고 외치는 소대장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조직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나서는 리더의 모습을 모두가 기다린다. 훌륭한 리더의 존재는 항상 어려운 시기에 빛을 발휘한다.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평온한 시절에는 리더의 존재감이란 별로 의미가 없다. 하지만 조직이 침체기에 들어갔거나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거나 하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조직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조직을 끌고 나가는 그런 리더의 모습을 모두가 기대한다. 마치 전쟁터에서 부대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누구보다도 먼저 참호 밖으로 달려나가는 최전방 소대장의 이미지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런 리더의 모습에 반하는 행동을 하다가 7조원대의 회사를 순식간에 날려버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장을 보았다. 비록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이긴 하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심정으로 그 회사가 겪은 그간의 사건경위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2017년 6월26일, 8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2위의 에어백 생산업체인 일본의 '다카타'가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매출액 7조원, 영업이익 4000억, 전세계 45,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적 기업이 갑자기 파산신청서를 냈다고 하니 <제조업의 몰락인가?>라는 제목을 붙여가며 그 이유에 대한 상세 보고서가 연일 일본의 주요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파산신청의 이유는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에 대한 배상비용도 있지만 그보다 앞으로 밀려들 리콜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다카타는 에어백과 시트벨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글로벌기업인데, 이 회사에서 만든 에어백에 문제가 생겨 18명이 죽고 180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최초의 결함은 2008년 11월 혼다자동차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에는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건 2009년 5월에 발생한 운전자의 사망사고 때문이었다고 한다.

초기대응이 깔끔했더라면 그나마 낳았을 텐데, 이 회사는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 있어서 자신들의 문제를 은폐하고 숨기는 정직하지 못한 방법을 쓰는 바람에 일을 더 꼬이게 만든 어리석음을 범했다. 그들은 은밀히 진행한 비밀실험에서 <인플레이터>라고 부르는 부품에 문제가 있어 파열로 이어지는 징후가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결과를 공개하지 말 것을 지시함과 동시에 테스트에 사용된 모든 부품을 폐기처분 하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 <뉴욕타임즈 2014/11/7자 보도>

이후 다카타의 행적은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에어백결함으로 연이어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 것이다. 결국, 2015년 11월 미국 사법부는 10억 달러(1조1500억 원)의 벌금을 다카타에 부과하였고, 간부 3명에 대해 제품의 결함을 알면서도 은폐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미 판매된 자동차에 대한 리콜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 그 금액이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보니 결국 2017년 6월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간의 사건경위인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카타의 몰락에 대해 '품질관리의 소홀'로 여기며 여러 가지 비평을 쏟아내고 있는 분위기다. 혹은 '위기대응에 대한 실패'로 보는 측면도 적지가 않다. '사건발생 초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했다'는 의견과 함께, '테스트결과를 은폐하려 한 부정직한 행동이 더 큰 사고를 초래했다'는 의견도 적지가 않다.

모두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관점을 조금 바꾸어, 다카타의 최고경영자인 다카타 시게히사(高田重久) 회장겸 사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2009년도에 실시한 제품테스트 결과의 은폐사건이다. 이런 중요한 일이 위에까지 보고가 되지 않았을 리도 없고, 설령 회장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무한책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 만큼 그가 모든 책임을 지고 은폐사건을 해결했어야만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배상판결을 받은 이후의 행보이다. 2015년 11월, 미국 사법부로부터 배상판결을 받은 이후로 그는 모든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파산에 이르기까지의 2년 동안 최고경영자가 선두에 서서 고객과 주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명과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회장의 진지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 어디에도 최고경영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대조되는 장면이 있다. 작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며 시판에 들어갔던 삼성의 갤럭시노트7의 폭발사건의 뒤처리 과정이다. 2016년 10월11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판매,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트7의 회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조5천억 원, 여기에 판매재개 후 생산한 제품의 리콜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3조원대의 비용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트7을 완전 폐기 처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음은 노트7의 생산중단을 발표하면서 고동진 사장이 삼성의 모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일부분이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최고 책임자로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모든 고객이 우리 삼성 제품을 다시 신뢰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반드시 근본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겸허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장문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이렇듯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삼성의 경영진은 확연히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해외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전면광고로 하는 사과문을 게재하였으며, 고동진 사장은 내부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직접 현장을 누비며 소통의 경영을 시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보를 보면서, 자칫 꺾일 번 한 갤럭시신화가 책임 있는 경영진의 모습을 통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평가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이번에 새로 출시된 노트8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다. 아마도 사태를 수습해 가는 경영진의 모습에서 모두가 자극을 받은 것은 아닌가 추측해 본다.

아래의 도표는 당사가 지난 10년 동안 직장인 의식조사를 하면서 '어떤 상사를 원하는가?'에 대한 항목에 표기된 답변을 정리해 본 것이다. (조사기간:2012~2016, 응답자수:35,000명)
표

도표에서 보듯이 팀장이 원하는 임원의 모습과 팀원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팀장이 바라는 임원의 모습 1순위는 '방향성제시'이며, 팀원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 1순위는 '경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직급에 따라 이상적인 상사의 1순위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어지는 2순위의 모습에는 공통적으로 '책임감이 강한 솔선수범 리더'의 모습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의 다카타와 한국의 삼성은 그 규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견주어 가며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팀장과 팀원의 하늘과 땅만큼의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솔선수범과 책임의식'을 가장 바라는 상사의 이미지 2위에 랭크를 시킨 점은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는 리더십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평온한 시절에는 리더의 차이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어려운 시절일 수록 책임지고 앞장서는 리더의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85년 기업 다카타의 몰락과 노트8의 화려한 부활을 만들어가는 삼성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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