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개인의 신념이 만들어 낸 작은 성공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1.22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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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이야기「 개인의 신념이 만들어 낸 작은 성공


개인이든 조직이든 신념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신념이라는 것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시련이나 어려움 등의 고난을 이기는 데 가장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데 있어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등대의 역할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노라면, 얼마만큼 신념이라는 것이 습관이 되어 생활 속에서 발현되고 있는 지를 어렴풋이 느낄 때가 많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신념의 습관화가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종착역에 다다를 즘에는 얼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그들에게는 평생을 관통해서 흐르는 삶의 특별한 가치관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길을 가야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그래도 가슴을 뛰게 하는 '해야 할 일'을 느끼고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축복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쉬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강도 높은 교육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멍청한 놈은 용서가 되도 게으른 놈은 용서가 안 된다'는 말씀을 늘 입에 담고 사셨던 아버지는, 한 시도 가만히 계시는 법이 없으셨다. 심지어는 교사들이 교직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방학시즌'이 되어도 제일 바쁘셨는데, 전국을 다니며 희귀곤충채집과 희귀식물채집으로 곤충도감과 식물도감을 만드느라 시간을 보내셨기 때문이다.

'성실과 부지런함'이라는 단어는 어느 가정에나 걸려 있던 가훈이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아버지의 솔선수범으로 인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습관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은 해서는 안 될 가장 나쁜 ‘악의 축’으로 여겨졌기에 방학이라고 늦잠을 자거나, 일요일이라고 환한 대낮에 일어나는 행동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다. 그 당시 누구나 즐겨 찾던 오락실이나 만화가게, 이런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까운 시간 낭비로 여겨졌기에 어쩌다 한 번씩 친구들과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낼라 치면 왠지 모르게 밀려드는 죄책감에 괴로움만 더해갔다. 다행히도 기원(棋院)에 가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 하지 않으신 덕분에 또래의 친구들과 뭔가의 취미생활 하나쯤은 공유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남보다 빨리 일어나 운동을 하든, 책을 보든, 외국어 공부를 하든, 소중한 아침 시간을 그냥 낭비하지 않는 습관을 몸에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은 내가 무엇을 하든 내 삶의 중심 축이 되어 좋은 결과물을 내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어릴 적에는 부지런하다고 칭찬받아서 좋았고, 커서는 무엇을 하든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한 덕분에, 수확하는 열매가 많아서 좋았다. 아버지께서 몸으로 보여주신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가훈은, 언제부터인가 습관을 넘어 신념이 되고 가치관이 되어 내 인생의 중심을 흐르는 좌우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한 사람의 신념이나 가치관이라는 것은 일생을 두고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막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정체성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며 일류식당을 만들어가는 분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의 맛집을 대표하는 식당 중에 '하동관'이라는 식당이 있다. 원래 '하동관'은 종로에서 해방 전부터 영업을 했던 유명한 곰탕전문점인데, 자녀분 중의 한 분이 10여 전에 이곳 강남으로 내려와 지금의 자리에 '하동관 강남분점'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오픈한 것이다. 이 가게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물론 맛의 탁월함도 있지만,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이곳 사장님의 얼굴과 이 분의 경영철학이 소개되면서부터이다.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이곳 식당을 다시 바라본 이유도 바로 이 <식객>이라는 만화덕분이다.

곰탕 이외에 다른 메뉴는 없으며, 1인분 가격이 13,000원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거의 5천원이나 더 비싼 데도, 점심시간이면 1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이런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계산은 들어가는 입구에서 선불로 해야 하며, 추가반찬이나 물 같은 서비스는 전부 셀프서비스로 들어 간다.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지만 그래도 이곳은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인기 식당중의 하나이다. 비싼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셀프서비스로 식사를 해야 하는 이곳이 나의 호기심과 애정을 자극하는 이유는, 들어가는 입구 오른 쪽에 걸려있는 커다란 안내문 때문이다.

'저희 식당의 폐점시간은 오후 4시입니다. 혹시 준비한 음식이 더 빨리 떨어지는 경우는 더 빨리 문을 닫을 수 도 있으니 양해바랍니다'라고 쓰여진 문구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 식당을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저희 형제들은 항상 부모 없는 고아처럼 생활을 했습니다. 우리 자식들은 나처럼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족식사 전에 식당 문을 닫는 것이고, 최대한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그날 팔 분량만 아침에 준비를 하다 보니 빨리 소진이 되면 4시 전이라도 문을 닫는 것입니다'라는 말로, 왜? 다른 데 보다 폐점 시간이 빠른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아주 오래 전에 홍보 업에 종사하는 후배를 데리고 이곳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 후배는 곰탕 그 자체의 맛보다도 들어가는 입구에 걸려있는 설명문구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스토리텔링이 정말 죽이는데요, 이런 스토리면 맛을 떠나서 강남최고의 식당으로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로서, 일찌감치 '하동관 강남분점'의 유명세를 점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유명작가의 작품에도 여러 번 연재가 되기도 하고, 주요 언론사들이 즐겨 소개하는, 삼성동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한다'고 하는데, 이 경우도 그에 해당되는 것 같다. 후배와 나, 우리 둘이 그 식당이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한 결과적인 관점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그 식당을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유는, 그곳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 즉 가게를 운영하는 ‘신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과 최대한 신선한 음식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가게 문을 일찍 닫는다'는 개인적인 신념에서 '이 분은 그냥 식당주인이 아니구나'하는 고상한 철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이라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할 분이라는 생각이 더해졌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 것이다.

그런데, 홍보 업에 종사하는 후배는, '현관에 있는 스토리텔링이 너무 재미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거리를 담고 있어서 매스컴에서 많이 찾아 올 거에요'라는 말로서 내가 생각하는 인기의 비결과는 약간은 다른 견해를 내 놓은 것이다. 홍보 업을 하는 후배의 관점에서는 입구에 걸려 있는 '가게 문을 일찍 닫는 이유'가 식당 PR에 불을 지피는 엄청난 소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 본 것인데, 누구의 생각이 더 적중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내 입에만 보통이었던 곰탕 맛이 다른 이들의 입에는 천상의 맛으로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 곳에서 일하시고 계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보니, 생각하는 사고의 기준이 항상 경영자의 시각에서만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들도 거의 비슷한 레벨의 포지션에 있다 보니, 대화를 해도 일반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생각을 듣기가 언젠가부터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일었을 때, 일부러 일반직원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지려 애를 쓰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항상 한 쪽에 치우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도 이곳 '하동관 강남분점'은 같은 동네에 있다 보니, 서로 간에 얼굴이 통하기도 하고 해서 어렵지 않게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식사를 하러 들어 간 식당에서 마침 '하동관'에서 일하는 분과 만났다. '일찍 식당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입이 줄어들어서 불만이 많으실 것 같은데~'라는 말로 운을 떼어 보았다. '아니요! 전혀 그런 불만은 없습니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식당보다는 수입이 조금 줄기는 하지만 신선한 음식으로 손님들을 기쁘게 하고, 일찍 퇴근해서 내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들이 지금의 사장님이 지키려 하는 경영철학을 공감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하동관'의 사장님이 추구하는 신념에 자신들의 가치관을 일치시켜 가고 있음은 충분히 느끼게 만든 한 마디였다.

삼성동의 ‘하동관’은 1년 매출이 200억 정도 한다고 하니 왠 만한 중소기업보다도 규모가 큰 대형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명동본점에서 분가하여 10여 년 만에 이렇게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비결에는 '70년 하동관이 갖는 맛의 비결'도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겠지만, 이곳의 사장님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경영철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온 개인적인 신념에 더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 분들 모두의 동화된 가치관 덕분에 모두가 찾는 강남의 명소로 자리매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식당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신념이 만들어 낸 위대한 성공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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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번째 이야기 :인사고과도 평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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