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양들의 침묵.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1.09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93
번째 이야기양들의 침묵


어느 조직이건 모두가 A급 인재들로만 구성된 조직은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사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사람, 언어폭력으로 동료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 가정교육을 배웠나 의심할 정도로 기본 매너는 전혀 갖추지 못한 사람,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사람, 입만 열면 거짓말로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 등등, 어느 조직이건 위에 열거한 직원 한 둘 안고 있지 않은 회사는 없을 것이다.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런 직원들을 조직은 왜, 그냥 안고 가는 것일까? 해답은 양들의 침묵에 있다. 일명 조직의 '썩은 사과'로 분류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대다수의 직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미첼쿠지(Michell Kusy), 엘리자베스홀로웨이(Elizabeth Holloway)라는 조직개발컨설턴트 2명이서 매우 흥미로운 책을 하나 발간했다.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사과(원제: Toxic Workplace)』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 책에서 그들은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직원을 가리켜 ‘썩은 사과’라 칭하면서, 썩은 사과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100년기업도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잘나가는 기업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조직내 썩은 사과가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그들은 썩은 사과 때문에 큰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회사의 주요 임원과 관리자들의 인터뷰내용을 담아 조직이 썩은 사과를 제거하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어떻게 썩은 사과의 해악을 알고서도 그대로 방치해둘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인간은 상당한 인적 · 재정적 손실을 겪으면서도 현상을 유지하며 변화를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러한 경향은 매우 오래 이어지기도 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썩은 사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을 하나 짚고 넘어갈까 한다. 대다수가 ‘사람들은 썩은 사과들을 용인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받아들이며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에 참가한 응답자들 역시 아무도 썩은 사과에 맞서거나 그를 해고하지 않았으며, 그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이 그냥 지나갔다고 강조했다.”

책을 집필한 두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은 쓸데없이 분란을 만들거나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조직의 썩은 사과가 아무런 재제를 받지 않고 활개치는 현상을 설명했는데, 지나친 침묵 때문에 필요 없는 감정소비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어느 IT기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한다. 의료장비에 들어가는 첨단 IT기술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A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주문형 집적회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를 한 명 영입을 했는데, 조직보다는 자기자신을 우선시 여기는 심각한 이기주의 때문에 회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연이다.

“작년에 상당히 기술력이 출중한 엔지니어 한 명을 부서장으로 영입을 했는데, 이 친구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서 큰 걱정이 됩니다. 자신이 맡은 부서의 위치가 작지가 않은데, 회사보다는 자신만 챙기는 현상이 너무 심하네요. 팀원들은 해결하지 못한 과제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낑낑대고 있는데, 부서장이라는 사람은 6시만 넘어가면 누가 보건 말건 칼같이 퇴근해 버립니다. 아무리 급해도 일과시간 외에 일하는 모습은 절대 볼 수 없고요, 틈만 나면 휴가를 내서 여행을 가버립니다. 물론 법적으로 보장된 거라 당연하긴 합니다만, 부서장이 지나치게 그런 것을 챙기니까, 보기에는 좋지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하소연을 하는 박인성대표(가명)의 목소리를 들은 지도 벌써 6개월 전의 일이다.

얼마 전, 모처럼 4차산업과 관련된 주제로 열리는 어느 세미나 룸에서 오랜 만에 박대표의 얼굴을 보았다. 문득 하소연의 주인공이 생각이 나서 “그 때 그 친구 어떻게 되었나요? 지나치게 자신만 챙긴다는 그 부서장 말입니다”라는 말로서 오래 전, 우리들 대화의 화제가 되었던 실력자 엔지니어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아, 그 친구요…… 휴가 내서 지금 제주도에 내려가 있습니다. TV에서 유명 연예인이 제주도살이를 권장한 후부터 직장인들 사이에 제주도에서 살아보기가 유행이라면서 본인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내려갔어요. 근데 참 이것도 그래요. 지금 우리회사가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고급간부가 회사생각은 안 중에도 없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요. 뭐라 하고 싶어도 회사 때려 치고 나간다고 할까 봐 조심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친구의 그런 행동들에 대해 혹시나 나만 이렇게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다른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서도 나타났지만, 박대표의 행동특징 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한다는 점이다.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우리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좋게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고 볼 수 있겠으나, 반대로 주관성이 없는 소심한 리더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점은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리더에게는 큰 약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특히나 중소기업의 대표는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의지대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사 직원들의 의견과 배치되는 상황에 놓여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가는 분들이 결국은 조직을 더 위대하게 만들어 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주변상황을 눈치보지 않는 뚜렷한 주관성이 필요한 자리가 CEO의 자리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렇다면 실력자 엔지니어에 대한 다른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른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박대표만 불만이 가득한 것일까? ‘군중심리론’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유명한 사회심리학자 G.르봉은 “대중은 침묵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있는 것뿐이다”라는 말로 침묵하는 대중의 심리를 묘사했다. 그의 말처럼 박대표가 의식하고 있는 일반직원들도, "쓸데 없는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저 침묵 속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회사에 아는 지인이 있어 수화기를 들고 ‘제주도에 내려가 있는 실력자 엔지니어’에 대한 감상을 들어보기로 했다.

“실력은 있는 분인데요, 너무 자기만 챙기니까 좀 보기가 안 좋을 때가 있지요. 부서장이면 부서장답게 솔선수범하면서 조직을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이 제가 알고 있는 리더의 모습인데, 그 분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어요. 같이 일하는 팀원들 챙겨주는 모습도 전혀 없고, 회식이나 회사행사 때는 볼일 있다면서 항상 사라지고 없고요, 팀원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본인의 생활만 즐기는 분이라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추가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모두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문제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괜한 분란을 만드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조직에는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공공경제학자 모야보발레(Maya Beauvallet)는 그의 저서 『Les Stratégies Absurdes(한국명: 인센티브와 무임승차)』라는 책에서 눈치를 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가리켜 '양떼'에 비유했다. 그는 책에서 “늑대가 가까이서 양들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양들은 늑대의 위치를 파악해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그렇지 않다. 양들은 늑대의 위치보다는 다른 양이 어디로 도망갈지에 더 관심이 많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와 유사한 행동이 벌어진다. 최선의 방향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선택할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양떼처럼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것은 혁신과 창의력을 방해한다. 또 위기의 순간이나 일상적일 때,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늑대를 피해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다른 양들이 어느 방향으로 도망칠까 추측하려 할 것이 아니라 각자 늑대의 단서를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어찌되었건 조직을 병들게 하는 썩은 사과도 문제지만, 이렇게 남들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닫아버리는 양들의 침묵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조직의 혁신이나 개혁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썩은 사과로 인해 병들어 가는 조직을 걱정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직은 썩은 사과의 행동을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더 늦기 전에 썩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으면 조직이라는 사과상자 안에 들어 있는 다른 사과들이 같이 썩어갈 위험이 크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양들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침묵의 이면에 깔린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박대표에게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더 나아가 다른 양들의 행동을 보기보다는 늑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지혜까지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192번째 이야기 : 해피빅마우스(Happy Big Mouth)를 적극적으로 양성하자!


대표이사 신경수 사진 (주)아인스파트너 대표이사 신 경 수
Address: (135-090)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95길 15 천해빌딩 3F
T: +82-2-523-3592 / H: +82-10-8914-3592
Direct: 070-7600-1901  / F: +82-2-588-8057
 ksshin@ains.co.kr / old.ai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