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미국인?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7.08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역량개발과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사외에서 운영하는 학위 프로그램에 직원들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 국내 유명대학에서 운영하고 MBA 프로그램이다. 물론 회사의 규모나 재력에 따라서 해외 MBA 코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결과가 많아지다 보니 요즘은 해외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MBA 프로그램은 우수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로열티 증진에 분명 효과가 있는 차세대 리더 육성의 가장 모범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꾸준히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MBA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Y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려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그 꿈이 무산된 후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시 소개할까 한다. 그 후배가 다니던 회사는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중견 기업이지만 B2C 기업인 탓에 인지도에 비해서는 매출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후배는 그룹 인사팀의 핵심 멤버로 본인이 직접 CEO를 설득하여 간신히 Y대 MBA에 연간 2~3명씩 조직의 핵심인력을 막 보내기 시작하였고, 아래 이야기는 그 친구와 관련하여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실화이다.

“형님~ 속상해 죽겠어요~ MBA만 바라보고 휴일이며 야근이며 마다 않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모든 꿈이 산산조각이 났어요 ㅠㅠ”
“왜? 이번에는 네가 갈 거라며 그렇게 좋아했잖아!”
“이번에 공부 시킨 직원들이 스카우트 되어서 경쟁사로 가 버리는 바람에 사장이 노발대발 난리가 아니에요! 돈 들여서 공부시켜봐야 아무 소용없다며…… 당장 회사가 지원하는 모든 교육프로그램은 다 없애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그 친구들 학비는 어떻게 하고? 보통 의무 기간 채우지 않고 퇴직하면 물어내게 하잖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스카우트한 회사에서 대신 내주기로 했다는데 잘은 모르겠어요. 아니어도 올라간 연봉으로 해결 가능할 텐데 무슨 걱정이에요. 이렇게 폐지될 줄 알았으면 처음에 내가 그냥 지원하는 건데 엄청 후회가 돼요, 알다시피 내가 제도를 만들고 내가 먼저 혜택을 입는 것이 눈치가 보여서 첫 회는 일부러 양보한 건데, 죽 쒀서 개를 주고 말았지 뭐에요!”

국내 대학에서 운영하는 MBA 프로그램의 비용은 해가 갈수록 꾸준히 상승하여 내가 다니던 10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3배 수준인 4~5천만 원 정도까지 올라와 버렸다. 차세대리더 육성이라는 투철한 사명감이나 꾸준한 영업 이익을 확보한 어지간한 재력을 가진 기업이 아니면 엄두가 나지 않는 대표적인 복리후생제도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 MBA 프로그램을 기업의 대표적인 ‘부르주아 복리후생 상품’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공부를 시켜놨더니만 다른 데로 이직을 해 버렸다는 이야기는 흔치 않은 일이지만 가끔은 듣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아는 어떤 친구 생각이 난다. 시골에서, 없는 살림에 공부 잘한다고 땅 팔아서 박사까지 만들어 놨더니만, 부잣집 처가로 들어가 본가 식구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고…… 이런 동생 이야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면서 화를 품고 사는 고향 친구 생각이 난다.

빵빵한 재력으로 1년에 수십 명씩 MBA에 직원들을 보내는 기업들이야 간혹 배신자가 발생해도 제도 운영에 큰 영향은 없지만, 앞서 소개한 후배의 회사처럼 1년에 2~3명씩 큰 맘먹고 어렵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언제 이 제도가 없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MBA를 밟고 있는 직원들에게 “네가 잘 해야 후배들이 혜택을 본다!”라는 메시지를 항상 조마 조마한 마음으로 발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동료들은 개의치 않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조직을 떠나는 이들도 가끔 생기는데, 우리는 이들을 일명 ‘먹튀’ 라고 부른다.

오늘 아침 네이버 뉴스에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희대의 먹튀 ‘이소연’ 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주제가 보이기에 클릭해 보았다. 이소연 박사는 지난 2006년 4월 3만6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최종 2인에 선발이 되었다. 이후 2순위 탑승자였던 이소연 박사는 1위였던 고산씨의 중도 하차로 우주선 발사를 한 달 남기고 탑승 기회를 얻었다. 그 후, 이소연 박사는 러시아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10일간 머물게 되면서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이소연 박사는 항공우주연구소(항우연) 선임연구원으로 2년간의 의무복무기한을 끝내고, 2012년 돌연 미국으로 건너가 MBA 코스에 들어갔다. 당시 260억을 들여 추진된 우주인 배출사업의 주인공이 우주 과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경영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어, 이상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뉴스에는 아예 미국영주권신청과 함께 ‘재미교포인 신랑과의 충실한 가정생활을 위하여 한국을 완전히 떠나기로 했다’ 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국민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대한민국 대표로 우주인 훈련을 받고 우주선에 탑승한 뒤 그 역할을 포기한 것에 대하여 무책임하다는 비난’ VS ‘일회성으로 그치고 만 우주인 배출 사업을 비롯해 애초에 우주 개발과 연계 없이 단순 탑승 프로그램을 추진 했던 정책 실패의 결과’ 라는 찬반 여론으로 나누어지는 듯 하다. 의견은 서로 갈리지만 우리 국민이 전반적으로 느끼는 국민 감정은 ‘허탈함’ 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는데…… 너무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도 큰 건 아닐까?

엄연히 개인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에 이소연 박사의 개인적인 선택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관련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런 결과가 애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GOAL에 대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만들지 못하고 이벤트성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 관련 단체들의 업무 미숙과 아무 소득 없이 사라져 버린 국민의 세금 260억이 한 없이 아깝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제1호 수혜자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은 국비 우주인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영원히 육성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기서 한 가지 최근 민간기업 MBA 프로그램의 변화를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

첫 번째는 운영방식의 변화이다.
작년 12월, 한국산업교육협회에서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교육담당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의하면, “향후 운영방식이나 금액에 큰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25개 사에 이르렀으며, 운영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변화에 대하여 담당자들은 ‘특정 소수에게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지원하기 보다는 다수의 지원자에게 학비의 일부분을 지원하는 소량 다수방식으로의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루었다.

구체적인 이유를 물어보는 계단식 질문에 대하여, “많은 직원에게 혜택을 주게 되면, 그 중에서 1~2명 배신자가 나온다 해도 어느 특정인에게 큰 기대를 한 것이 아니니까 마음의 상처도 적고, 직원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본인의 비용이 투자가 되고 회사의 비용이 보조되는 형태이다 보니 더욱 더 적극적인 학업의지가 나타나는 1석2조의 결과가 기대된다.” 라고 답변하였다.

두 번째는 운영금액의 변화이다.
MBA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의 증액여부와 관련하여 “늘릴 예정이다-20%, 현행유지–30%, 줄여갈 예정이다-50%” 로 답변하였으며, “왜 줄여갈 예정에 있는지?” 에 대한 계단식 질문에 대하여는 ‘효과의 불확실성’ 을 이유로 가격이 비싼 외부위탁 MBA 프로그램보다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맞춤형 미니MBA 프로그램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기업이 직원들에 대한 육성계획을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야심 찬 위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에서 우주인 양성에 대한 플랜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금번 이소연 박사의 실패사례에서 어떤 학습효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수정 없이 관습에 의해서 정해진 패턴대로 또 다시 우주인 양성사업을 시작했다가는 국민적인 반감을 살 것이고, 그러한 반응이 무서워서 우주인 양성사업 자체를 포기했다가는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담그는 결과’ 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로호 우주센터에 들어간 돈은 8500억이다. 나는 이 돈이 아까워서 우주인 양성사업을 포기하지 말고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위성사업은 10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산업이다. 방위위성으로 가고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와는 반대로 일본을 포함한 G6의 모든 선진국이 산업용 위성사업을 마지막 미래산업으로 규정하고 독자적인 기술력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층 더하여 영국의 버진그룹 같은 민간기업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본 위성들의 배경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지금은 ‘먹튀 이소연’ 논란 때문에 관련 부처는 할 말을 잃은 듯 하다. 아니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책임소재에 휘말릴까 두려워 가급적 이 문제가 조용히 사라져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의 성격이 하도 감정적이다 보니 지금 들끓고 있는 분노의 목소리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관련자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조용히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훗날 다시 우주산업과 관련된 인재육성플랜이 가동이 되는 날, 민간기업들이 중요시 여기는 채용과 육성에 대한 철학이 참고자료로 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재채용에 있어서는 보유하고 있는 스킬보다는 업무에 임하는 사명감(使命感)이 우선시 되어야 하며, 육성에 있어서는 육성이 끝난 후의 최종적인 GOAL이 조직과 개인 상호 간에 100% 일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진리를 왜 그분들은 모르는 것일까? 정말로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아니, 어찌 보면 그 분들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고산씨를 1등으로 뽑았으니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산 같은 사람으로 10명을 선발해 놓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산씨의 지금까지의 행보와 관련된 기사를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더욱 더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옴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