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조직이 CEO에게 바라는 것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6.25

친구 중에 반도체 회로설계를 주 업종으로 하여 코스닥에 상장까지 시킨 잘 나가는 상장사 CEO가 한 명 있었다.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는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의기양양하던 그 친구는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된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으로 받은 거액의 돈을 챙겨서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떠나 버렸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마지막으로 잠깐 얼굴이나 보자는 그 친구의 협박에 저녁 12시가 다 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어느 술집으로 그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기억이 난다.

“어찌된 일이야? 어렵게 코스닥까지 올려놓고 왜 갑자기 회사를 팔아버린 거야?”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라고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코스닥까지만 하자! 아무리 힘들어도 코스닥에 올리는 것 까지만 하자고 수십 번 되 뇌이며 이를 악물고 참았지!”
“뭐가 그리 힘들었는데?”
“신사장, 너도 사업을 하고 있으니 알 것 아냐? 시장, 고객, 직원……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1년에 한 번씩은 회사를 접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럴 때 마다 지금까지 같이 해 온 직원들 얼굴이 떠오르고, 다만 얼마 만이라도 그런 직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회사를 떠나야지 라고 다짐을 했고, 지금이 그 시기라고 생각한 것뿐이야!”

그리고 다음 날, 그 친구는 서울을 떠났다. 회사를 키울 더 이상의 자신이 없어서 회사를 떠난 건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큰 돈이 필요해서 회사를 매각한 건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 친구와 나누었던 그 날 저녁의 대화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 그날 이후로도 많은 사장님들로부터 “마음 같아서는 내일이라도 당장 회사를 정리하고 싶다!”라는 말씀을 숱하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사장으로 사는 인생’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적당한 보상’을 받고 자신의 짐을 내려놓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건 비단 우리 사장님들만이 아닌 것 같다. 그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도 무거운 돌덩이 같은 것을 어깨에 올려 놓은 채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얼마 전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 의뢰하여 직장인 9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조직문화를 알아보기 위한 서베이를 실시한 적이 있다. 조사항목 중에서 이직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지금의 직장에서 몇 번 정도 이직을 고민해 보았는가?”라는 질문에 50%가 넘는 450명의 직장인이 ‘4번 이상’이라고 답변하였다.

오래 전, 어느 신문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1년에 한번씩 이직을 고민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기사가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과장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1년에 한번씩은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우리 사장님들처럼, 우리 직원들도 1년에 한번씩은 이직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우리의 직장문화가 얼마나 팍팍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현실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당연 CEO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실적일 것이다.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경영자 인터뷰이다. 인터뷰에 응하는 사장님들에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10명중에 9명은 ‘실적과 성장가능성’을 이야기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답변일지도 모르겠다. 식솔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가장의 모습처럼, 조직의 영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장기적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사명은 사장이 짊어져야 할 숙명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CEO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같은 배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은 우리의 선장이 너무 밖으로만 눈을 돌리지 말고 집안 문제에도 신경을 써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CEO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적과 관련하여, 이런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져보았다. “조직 분위기가 조직의 실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 900명의 70%에 해당하는 630명의 직장인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변을 하였고, ‘미미하다’는 3%에 불과하였다.

그렇다면, 조직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는 조직의 분위기는 무엇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일까? 조직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물어보았다. “우리 팀의 분위기 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1순위 팀장(65%), 2순위 동료(30%), 3순위 CEO(13%)라고 답변하였다. 역시나 조직관리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부서장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질문에서 드러났다. 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팀장이 조직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는 ‘3%-매우긍정적이다, 17%-긍정적이다, 32%-보통이다, 28%-부정적이다, 20%-매우부정적이다’로 응답하였다.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상사가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주범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경영진들은 실적악화의 원인을 무조건 경기부진으로만 돌린 채, 내부의 문제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군이래 ‘불황’이 아닌 적이 없다라는 가시돋친 농담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설문에 응한 900명의 직장인들은 조직의 최고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을 ‘실무능력(8%)’, ‘통찰력(21%)’, ‘비전제시(13%)’보다도 ‘조직관리(39%)’라고 응답하였다. 이 대목은 통찰력이나 비전제시가 압도적일 것이라는 나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는 수치였다. 내부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우리 직원들의 절규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CEO의 무관심 -> 관리자의 능력부족 -> 몰입하지 못하는 현장직원 -> 실적악화] 이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실적은 결과변수이다. 결과변수의 수치를 바꾸기 위한 가장 심플한 방법은 최초 원인변수에 해당하는 항목부터 수치를 바꿔주는 일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마찬가지로 그리 쉽지도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최초 원인제공자가 CEO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관심을 1/3만이라도 내부로 향하게 할 수 있다면 훨씬 많은 개선점이 보일 것이며 이런 노력은 멤버들을 자극하고 조직의 분위기를 훨씬 생동감 있게 바꾸어 꿀 것이다. 단, 부정적인 관심은 차라리 안 가져주느니만 못하다는 사실은 명심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