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회장님의 위대한 유산 Part 2 <최고의 선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5.21

(業)의 가치가 ‘고객의 안전’이어야 할 회사가 승무원의 안전교육을 위해 지불한 돈이 1인당 4천원에 불과하다는 기사를 보았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심지어 이 금액도 장부에만 잡혀있는 금액으로 대부분의 승무원은 안전교육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 누가 ‘우리회사는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영진이 아무리 강조하며 외친다 해도 현장에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소리 없이 사라질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대양 사건이 있을 때부터 그 기업의 회장은 사람의 생명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사고(思考)는 그가 거느리고 있는 모든 계열사에 암암리에 침투가 되었을 것이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한 계열사에서 결국은 대형참사로 터진 것이다. 하인리히Heinrich가 말한 것처럼 300번의 시그널과 30번의 작은 사고(事故)가 그 전에 분명 있었을 것이다.

금번 참사에서 보았듯이 창업주가 조직에 어떤 문화를 만들고 어떤 유산을 남겨 주는가는 순조로운 시기가 아닌 위기상황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인도에 TATA라는 기업이 있다. 자회사로 운영하던 타지마할팰리스 호텔에서 2008년 11월,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투숙객 1,500명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호텔 직원 1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투숙객들을 보호하는 와중에 테러범들에게 희생된 것이다.

타지마할 호텔의 직원들은 무엇 때문에 그들의 목숨을 던져가며 조직을 지키고 승객들을 보호한 것일까? TATA의 회장인 라탄타타Ratan Tatar가 어떤 분인지를 알면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라탄타타Ratan Tata 회장은 평소 검소하기로 유명한 분이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을 설립한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총재와 함께 빈민퇴치 운동에 그 누구보다 열심이면서 ‘사회공헌을 위한 이익창출’에 기업의 존재가치를 두고 계신 분이다. 이런 숭고한 사명(使命)을 사명(社名)으로 전파하고 계신 회장님을 그 어떤 직원이 존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이러한 경영철학이 ‘손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타타의 숭고한 문화’를 만드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수습이 되고 CNN Asia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어느 직원의 말이다.

“타지마할 호텔의 직원들은 가족이 공격받는다고 느꼈습니다. 타타그룹 문화에는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가족이란 가치가 녹아 있습니다. 타타그룹은 조직에 영혼이 있음을 진심으로 보여 줍니다. 저는 타타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

아니나 다를까? 회사는 사고로 숨진 유가족에게 10~20만불에 이르는 보상금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지원을 덧붙였다.
- 평생 지낼 주거지 제공
- 액수에 관계없이 모든 부채 탕감
- 직원 사망 시점부터 은퇴 시점까지 임금을 계산하여 전액지급
- 자녀와 부양가족 학비 전액지원
- 평생의료비 전액지원

TATA그룹의 인사담당 임원이 회장에게 이러한 계획을 보고했을 때, “그 정도면 충분한가?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승객을 구하려다 아깝게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장례비 지급조차 거부한 청해진의 행동과는 사뭇 대조적인 장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조직에 위대한 유산을 남겨준 회장님은 없을까? 하고 자료를 뒤지던 중, 다행히 라탄타타Ratan Tatar 회장을 뛰어넘는 위대한 분을 발견했다. 바로,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1895~1971)님이다. 그 분에게 있어서 기업은 나눔을 위한 수단이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봉사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에 배출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첫째 기업을 키워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 성실하게 세금을 내며, 셋째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 이것이 그 분의 생활 철학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업 주식 40%를 각종 공익재단에 기증하는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사회에 넘겼다. 1971년,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실 때 그가 남긴 유언장은 우리국민 모두를 감동시킨 우리시대 가장 값진 ‘위대한 유산’이라 할만하다. 그 분께서 돌아가신 후, 한 달 후에 공개된 유언장의 내용은 이렇다.

“나의 재산이 사회를 위해 쓰여지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당부하는 바이다.
첫째, 손녀 유일링에게는 학자금으로 1만 달러를 준다.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땅 5천 평을 준다. 그 땅을 유한동산으로 꾸며 울타리 치지 말고 유한학교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라.
셋째, 내 소유 주식은 전부 사회에 기증한다.
넷째, 아내 호미리는 재라가 노후를 잘 돌보아주기 바란다.
다섯째,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가라.”

창업자의 정신은 구성원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자부심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는 모양이다. 유한양행과 유한킴벌리의 매출, 영업이익은 수십 년간 업계 부동의 1위로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 Top10 안에 지난 10년 동안 한번도 안 빠지고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제임스 헤스켓James Heskett 교수는 HBR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력한 문화는 성과를 높일 수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같은 사업을 하는 두 기업이 영업이익에 차이를 보이는 원인을 살펴보면, 기업문화가 미치는 영향이 거의 절반까지도 차지한다.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리더가 져야 할 중요한 책임 중 하나이다. 이러한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리더는 그에 따른 위험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어제 발송한 ‘위대한 유산 Part 1<최악의 유산>’과 금번 ‘위대한 유산 Part 2<최고의 선물>’을 통하여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다. 최근,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가치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이 가장 핫Hot한 경영학의 조류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가치경영’이야말로 ‘오너의 위대한 유산’과 가장 밀접한 인과관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짧은 지식을 공유해 주신 주변 분들께 감사 드리며, 유일한 박사님과 같은 회장님들이 1년에 100명씩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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