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회장님의 위대한 유산 Part 1 <최악의 유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5.20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모 대학의 특강이 끝나고 강단에서 내려오는데 어느 건장한 청년이 내게 다가와 “대표님, 강의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개인적인 고민이 있는데요, 10분만 시간 좀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면담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다른 약속이 있어 마음이 급하긴 하였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요청인지라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는 같은 건물 1층에 마련된 학생용 미니카페로 자리를 이동하여 그 학생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이번에 생활용품회사인 P사에 합격이 되었는데요, 입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P사는 세탁제의 대명사라 유명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회사라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 도움이 안 돼서 어떡하지? 그런데,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고민하는 이유라도 있나?”
“인지도도 높고 해서 좋긴 한데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거기 회장님이 좀 이상한 분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을 마치 자기 하인 취급하듯이 대한다는 말을 거기 다니시는 분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 턴 오버도 심하다고 합니다.”

유독, 그 때의 상담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마주보고 앉은 그 남학생의 사고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에 취업이 되었다고 무작정 좋아하기보다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주가 어떤 분인가를 좀더 비중 있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라고 그는 말했다. 그 나이에 떠올리기에는 쉽지 않은 생각이었기에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별로 정보가 없던 터라 P사를 잘 아는 분의 연락처를 건네고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3년쯤 지났을까? 그 친구로부터 다음과 같은 e메일이 들어왔다.
“대표님, 잘 계시죠? 대표님과의 면담을 끝낸 후, 저는 P사에 들어와 근무하고 있습니다. P사의 사정은 잘 아실 겁니다. 요즘 연일 신문에 보도가 되니까요, 저는 이제 조직을 떠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저의 힘으로는 불가항력인 것 같습니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 당시 모 일간지에 보도된 P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P사 회장 일가는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아 왔다고 한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편지 봉투를 뜯는 칼로 직원을 찌르는가 하면, 슬리퍼로 직원들 얼굴을 때리는 등…… 이런 모멸적인 행동은 일상 다반사라고 직원들은 말했다.” - 2011/07/19 한겨레21

“서울중앙지법은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전직 임원을 청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P사 회장을 법정구속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P사 회장은 무등산파 오모 씨에게 3억 원을 주고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던 임원을 청부 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오다가 오늘 법정 구속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2011/12/06 서울경제

2007년 이후 P사에 몸담은 임원은 총 34명이다. 평균 재직기관은 5개월이 채 안되며 이 중 8명은 입사한지 한 달도 안돼 나갔다. P사 임직원은 2011년 5월의 경우 161명(정규직기준)이다. 이 중 재직기간 1년 미만이 32%, 1~2년이 24%다. 2년 미만 직원이 절반을 넘고 10년 이상 근속 임직원은 6%에 불과하다.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1.5년인 것과 비교하면 P사의 이직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높은 이직률 때문에 회사는 연중 채용 중이다.

업계에서 P사는 전문경영인의 무덤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 중에 한 분을 만나보았다. P사 회장님은 어떤 분이냐? 는 나의 질문에 “그 분은 직원들을 하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주인이고 고로 내 말에는 철저하게 복종해야 한다는 그런 사고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처음에는 그러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나이가 드시면서 사람이 변했다고 합디다.”

상식적으로 보면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회장님이시지만, 그 분보다 더한 분이 최근에 나타나서 대한민국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듣기만 해도 경기(驚氣)를 일으킨다는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유병언 회장의 파렴치한 이야기가 마치 양파껍질을 까는 것처럼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보도된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금번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배가 감내할 수 있는 수용 용량의 3배에 해당되는 과적화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간접적인 원인으로는 ‘배의 이상징후를 느낀 선원들의 수리요청에 대한 무시, 운행에 필요한 승무원들이 거의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볼 수가 있겠다. 결국,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소속감이 없는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고 싶다. ‘기업문화는 그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에 의해 시작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도대체 청해진의 오너는 누구일까가 처음부터 궁금했었다. 그러던 터에 유병언 회장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일시에 해소가 되었다.

“청해진 해운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회장은 회사 경영에는 더없이 ‘짠돌이’ 지만, 개인적으로는 ‘얼굴 없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를 불러 초호화 사진전시회도 열고, 프랑스의 어느 시골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현지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하였다. 재벌닷컴에 의하면, 유회장의 개인재산은 2400억, 계열사의 자산가치는 5600억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2014/04/23 동아일보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회사경영에 관여도 안하고, 심지어는 회사에 얼굴도 비치지 않는 회장이 어떻게 기업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말입니까?' 라고…….

현장을 떠난 회장님들이나, 조직의 정점에 계시는 CEO들과 인터뷰를 하노라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한다.
“일선에서 다 알아서 하는 일이라, 나는 영향력이 거의 없어요. 내가 있건 없건 조직은 전혀 신경조차 안 쓸 겁니다.”라고…… 과연 그럴까?

여기 재미있는 데이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5년 전에 나는 현업에서 물러난 설립자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설립자가 2선으로 물러난 작은 벤처기업 2개사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서베이를 실시하기 전의 가설은 다음과 같았다.
가설 1: 직속상사는 CEO(전문경영인)보다 해당 부서 팀원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가설 2: CEO(전문경영인)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회장보다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다.
결과는 완전히 나의 예상과 반대로 나타났다. 가설 1, 2 모두 음(-)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영향력이, 조직의 규모가 작을수록 영향력도 줄어드는 변동성이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건 눈에 보이지 않는 회장이 눈에 보이는 CEO보다 훨씬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로 입증이 되었던 것이다.

 

Part2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