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드디어 우리 회장님이 미쳤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0.22

요즘에는 저녁 모임에 나가면 항상 듣게 되는 재미있는 개그만담이 하나 있다.
“회장님! 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괜찮아~ 전기료 올리면 돼!
“땅만 산 거라 전기료를 저희가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거기다 자동차공장 하나 만들어 줄 테니 삼성보고 사라고 그래!

얼마 전, 그 결론을 속단키 어려운 초대형 투자사건이 발생했다. 2014 9 19일 현대차 그룹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를 낙찰 받았다. 그런데 그 낙찰 금액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가 3 3천억이었는데, 현대차는 감정가의 무려 3배가 넘는 105,500억 원에 낙찰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의 부지 매입이 발표된 후, 이번 매입에 참여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가 낙찰 소식이 나온 후 며칠 사이에 각각 10%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세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분이 무려 10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번에 낙찰 받은 한전 부지 하나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전반적인 여론의 동향은 ‘드디어 우리 회장님이 미쳤다!’로 흐르는 경향이다. 또는 신문을 보면 알겠지만 많은 기자들이 당시에 있었던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제왕적 오너경영의 병폐’라고 하나같이 비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분이 미쳤던, 아니면 이번 사건이 한국의 제왕적 오너경영의 병폐이든 그와는 상관없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업가 정신에 조금이나마 불씨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개인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아마도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의견이겠지만, 어디까지나 평범한 시민의 개인적인 사견으로서 말이다.

마침 지금이 M&A의 계절인 만큼 앞으로도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 잇는 사례는 계속해서 나올 듯 하다. 실제로도 나와 가깝게 지내는 사장님들 중에는 무리한 투자라고 모두가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M&A 덕분에 비즈니스 규모가 배로 성장한 분이 있는 반면에, 인수한 기업 때문에 발생하는 금융부담과 기존 직원들의 원망 어린 눈빛으로 심한 고민과 번뇌에 쌓인 분도 계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면 그 과정은 미화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이 나면 회장님의 무리한 투자 때문에 회사가 이지경이 됐다고 욕을 먹게 되어 있다.

몇 년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모 임원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당시 롯데는 두산주류를 막 인수하였고 인수가격이 장부에 기록된 감정가보다 3배나 비싸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던 때이다. 당시 있었던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2009
1월 롯데칠성은 ‘처음처럼’ 소주를 생산하는 두산주류의 인수자로 뽑혔다. 인수 금액은 530억인 반면에, 당시 두산주류의 장부가치는 2천억이라 언론에서는 롯데가 너무 비싼 가격에 ‘처음처럼’을 샀다고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사례를 들면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있을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책본부에 계셨던 그 분 말에 의하면 회장님의 생각은 달랐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임원들이 다소 비싸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실에서는 “인수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하라!” 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M&A 직후 비판적인 여론과 비관적인 주주들의 투매공세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칠성은 어려운 시기를 거치긴 하였지만 두산주류를 인수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소주와 양주, 와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류를 공급하는 종합 주류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평가를 받는 롯데와는 달리 결과적으로는 형제들이 싸우고 그룹이 해체되는 위기까지 겪은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건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2006
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자체 자금 25천억과 계열사들의 차입으로 1조원을 마련해 총 35천억의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돈은 인수자금 6 6천억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결국 외부 기관으로부터 약 3조원을 투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주가가 투자자들에게 보장해주기로 한 금액에 이르지 못하자 약 4조원에 해당하는 손실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투자자들에게 보장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여 2009 6월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게 된다.

비록 금호의 예를 들긴 하였지만 대부분의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있는 것만 보기 때문에 모두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무너지고 도태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열에 아홉은 될 것이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지금 돌아가고 있는 사업에만 안주한다면 이는 기업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기업가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가다 보며 넘어지고 쓰러지고 하겠지만 이러한 도전과 상처 덕분으로 새로운 분야가 개척이 되고 따라오는 후배들이 더 큰 시장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만일 모두가 반대한다고 삼성이 반도체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삼성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현대차의 한전 부지 인수가 성공인가? 실패인가? 에 대한 결론은 아마도 현대차의 실적상황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현금 보유량이 평균 30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한전 부지 인근 지역의 평당 매매가격이 3억 원이 넘는 곳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10조라는 투자가 크레이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간에서 떠드는 ‘제왕적 오너경영의 병폐’라는 비판과는 별개로, 나는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이 특히 요즘 안락한 현재에 안주하려고 하는 기업가들과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기업가 들에게 있어 이번 사건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계기로 작용해 주었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램을 가져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기업가정신 말이다. 왜냐하면, 흐르는 강물에서 현재에 머물러 있다면 점점 강물에 떠밀려 언젠가는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