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여성스러움’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0.17

외근이 많은 편이지만 가끔 내부업무로 책상에 앉아 있노라면 참 많은 영업전화를 받게 된다. 가장 많이 받는 전화가 기업대출을 권유하는 전화고, 다음이 좋은 건물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전화고, 다음이 기부를 요청하는 자선단체의 전화이다. 경영부서 직원이 있을 때는 대략 느낌으로 아니까, ‘사장님 부재중이다’라고 둘러대지만 일반 직원들은 이런 내막을 모르니 그냥 있으면 있는 대로 순진하게 내 쪽으로 전화를 연결해 버리곤 한다. 대부분은 상대방이 소속을 밝히는 순간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리지만 세 번째에 해당하는 ‘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는 선뜻 끊기가 어렵다.

 

기업인으로서 이익금의 일부분은 반드시 사회에 환언해야 한다는 의식을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우리 회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봉사단체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줄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금액이 너무 미미하다는 점과 너무 많은 불량단체가 약자를 대변한다는 미명하에 난립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소녀가장 지원센터이다.

 

몸이 아프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 때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우리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자기 밥벌이를 할 때까지는 건강하게 일을 해야 할 텐데…… 하는 소망으로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래서 일까? 부모 없이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소녀가장을 보면, 꼭 우리 딸 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여간 아프지가 않다. 부모의 우산 안에서 한 창 뛰어 놀고 행복을 느껴야 할 나이에 추운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맞아야 하는 슬픈 운명에 놓인 아이들이 한 없이 불쌍할 따름이다. .

 

얼마 전, 바로 그소녀가장지원센터에서 알게 된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여고생의 멘토링을 하는 과정에서 최근 듣게 된 사연이다. 편의상 그녀의 이름을소연이라고 하겠다.

 

소연아~ 얼마 전 A기업 그만두었다며? 일이 힘들지도 않고 월급도 많고 참 좋은 자리라고 하던데, 왜 그만 두었니?”

너무 편해서 그만 두었어요!”

너무 편해서 그만 두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3개월 정도 있었는데요, 3개월간 한 일이라고는 방문하는 손님들 커피심부름뿐이었어요, 서류 타이핑이나 사무업무는 따로 직원이 계시고 저는 그냥 차 심부름만 시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사장님께 부탁을 드렸지요. 저도 매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그랬더니@@?”

매장관리는 남자직원들이 할 일이지, 너 같은 계집애가 할 일이 아니다. 그냥 조신하게 오는 손님 응대나 잘 하고 있다가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여자답게 행동하라고 주의를 주시는 것이지 뭐예요♨”

여자답게 행동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우리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여성스러움의 이미지는 조용하고 사뿐하게, 다소곳한 표정으로 얌전히 시키는 것만 하는, 뭐 그런 모습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고 몇 번 주의도 받곤 했으니까요.”

 

다행히도 이런 상담이 있고 바로 다음날 소연이는 유명 전자기기 유통회사인 B기업에 취직이 되어 그녀가 원했던 영업의 현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남자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대우를 받고 회의도 하고 의견도 내고, 무엇보다도 청바지를 입고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여성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소연이가 잠깐 있었던 A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지 않은 중견기업이다. 그리고 그곳의 사장님 또한 60세 전후의 나이로, 요즘으로 치면 아직도 젊은 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신세대 분이신데, 그 분의 입에서여성스럽게 행동하라!” 라는 지시와 함께 그 여성스러움의 정의를 듣게 되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지금 내 딸들을 완전히문제아로 키우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비교적 여성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나를 포함하여 총 21명의 직원들 가운데 9명이 여자이니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45%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동종업계에 있는 경쟁사와 비교하여도 약 10% 정도 높은 편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여성인력을 더 많이 채용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여성의 구성비율이 높은 다른 회사도 그렇겠지만 우리도 남녀 구별 안하고 능력위주로 채용하고 발탁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뿐이다.

 

서류전형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던 것이 면접에 들어가면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IQ, EQ, NQ 등과 같은 사회활동에 필수적인 모든 요소에 있어서 월등히 앞서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기업을 가더라도 뚜렷하게 보이는 커다란 사회적 트랜드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채용의 상황에서는 기업에 따라 남성의 채용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기업의전략적, 의도적 고려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성인력 약진현상은 채용의 상황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세계적인 마켓리서치 전문기관인 카타리스트 리서치센터The Catalyst Research Center 2014 3‘Women on Boards’라는 타이틀로 전세계 리딩컴퍼니의 여성인력 활용현황을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004 10.4%에서 2014 17.4%로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현상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여성임원 비율은 2004 3월 현재 1.9%로서 조사가 실시된 42개국 중에서 37위에 랭크가 되었다. 우리 다음으로는 오만(1.8%), 쿠웨이트(1.7%), 바레인(1.7%)과 같은 중동국가들인데, 솔직히 일부다처제를 고집하는 중동국가와 같은 반열에 있다는 결과에 조금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생겨난 새로운 경제용어 중에린인현상Lean In phenomenon’이라는 경제용어가 급속도로 전파를 타고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2013년에 출간한 『린인Lean In』이라는 책 제목에서 따온 용어이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도서는 출간된 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에 48주간 랭크가 되면서, ‘여성스러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정의를얌전하고 조용하고 조심스런 행동에서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최선을 다하는 행동으로 바꿔놓게 만든 단초端初 제공하였다.

 

여성스러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준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부사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같은 의견을 가진 동일한 주장이지만 신경수의 주장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A기업 사장님처럼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에 나는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동시에 샌드버그가 린인에서 주장한 것처럼 기업활동에 있어서 여성인력들의 좀더 대담하고도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싶다. 일을 함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성별 차이는 없다. 단지, 과제를 해결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가의 의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P.S: 오늘의 칼럼은 금년 1월에 새로 입사한 우리 회사의 막내 진아, 새롬, 수진이 그리고 요즘 직장 생활에 다소 힘들어 하는 사랑하는 조카 영이와 지향이, 그리고 10년 후 거친 세상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우리 아이들 신수정, 신수연이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 본 것입니다. 애들아, 기죽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