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현장에 답이 있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09.30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사건이 한달 전에 있었다. 내가 무슨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저 삶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조직관리와 관련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주변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시작한 에피소드 형식의 칼럼인지라 파급력이나 영향력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나에게 한달 전 사건은 타인에게 나의 생각을 전함에 있어서 더욱 더 신중한 자세를 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아~ 선생님이 아인스파트너의 신경수 사장님 이시군요!”
“저를 아세요?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아닙니다! 우리가 만난 건 처음이지만 사장님 덕분에 저희 매장 이미지가 많이 개선이 되어서 언젠가는 꼬옥 만나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터였거든요^^”
두 눈을 크게 뜨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나에게 그가 전해 준 내막은 대충 다음과 같다.

인센티브가 효과를 발휘하는 한계 효용의 데드라인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센티브를 주면 달라질까?’라는 제목으로 작년 봄에 칼럼을 내 보낸 적이 있는데, 글에 등장하는 Y사 매장의 이야기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수뇌부에 전달이 되었던 모양이다. 회사는 사실 확인 차원에서 그 매장에 대한 서비스 체크를 실시하였고 내용이 사실로 들어나자 전국에 있는 모든 고객센터에 ‘미스터리샤퍼’를 파견하여 대대적인 현장점검을 하였다는 것이다. 실사와 함께 다양한 매장 개선 작업을 병행하여 지금은 예전보다 고객만족도가 약 10%정도 향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 매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젊은 알바생들의 생존 여부였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실, 칼럼에 등장하는 일화는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글에 등장하는 알바생들에게 불이익이 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마 내가 무슨 유명인사도 아니고, Y사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들은 그대로 가감 없이 글을 쓴 것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현장 실사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에 기분이 이만저만 꿀꿀한 것이 아니었다.

조직에 대한 애사심이 없으면 그 마음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고 그러한 행동은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법이다. 비록 본인들에게 직접 전해 듣지는 안았지만 그 알바생들의 불성실한 문제는 인센티브하고는 관련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전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직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고객에게 친절하게 행동할 리가 없다’는 격언에서도 나타나듯이 조직에 대한 애사심이 바탕에 깔려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인센티브의 제공은 큰 동인적 요소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2년전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요청으로 전국의 영업소를 상대로 대대적인 직원 의식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온라인 서베이와 함께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의 개별 인터뷰를 겸하여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로열티->자발성->고객만족->매출’의 상관관계에 확신을 주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자동차는 다른 산업에 비하여 차량판매가 인센티브 시스템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과 Input->Output 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심플하게 도출되는 산업군에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의뢰를 받아 업무를 수행할 때에도 큰 기대감과 함께 인센티브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작업에 임한 기억이 난다.

‘회사-조직-상사-업무’의 4대 영역에 해당하는 160가지 질문과 자유기술형식을 통하여 가장 긍정적으로 기술된 단어들과 가장 부정적으로 기술된 단어들을 정밀 분석해 보았다. 이렇게 해서 도출된 종합 데이타의 순위와 최근 3년간 각 영업소 판매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회사에 대한 신뢰가 가장 낮은 영업소의 하위 10%와 판매량 매출이 가장 저조한 영업소의 하위 10%가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도출이 되었다.

정량조사와는 별도로 정성조사도 병행을 하였다. 우리는 각 영업소를 다니며 주요 보직에 있는 사람들과도 개별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채집된 목소리를 긍정의 신호와 부정의 신호로 분류하여 위에 열거한 정량데이터와 비교해 본 결과, 놀랍게도 긍정의 신호로 채집된 영업소의 상위 10%와 부정의 신호로 채집된 하위 10%에 해당하는 영업소의 데이터 결과값이 정량데이터와 일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판매량 기준 영업소 실적 순위와도 거의 비슷하다는 결과값을 얻었던 것이다.

조직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을 때 훌륭한 실적을 자랑하는 영업소의 멤버들은 마치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하듯이 애정과 사랑이 어린 눈빛을 보여주는 반면에, 실적이 저조한 영업소의 멤버들은 본인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험담을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내게 들려 주었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솔직한 민족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사자성어 중에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의 뜻과는 달리 현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뜻으로 우리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장의 목소리가 최고위층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지난 6월에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하여 전국의 직장인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직장인 의식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경영진은 현장의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관리자와 비관리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관리자: 매우높다-32%, 높은편이다-25%, 보통이다-18%, 낮은편이다-15%, 매우낮다-10%, 비관리자: 매우높다-8%, 높은편이다-12%, 보통이다-16%, 낮은편이다-29%, 매우낮다-35%) 관리자의 57%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 준 반면에 일반직원들의 64%는 부정적인 답변을 해 준 것이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현장의 상황을 위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일반직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왜 상층부까지 전달이 되지 못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불경기라서 매출이 어렵다고 하늘만 원망할 일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고객만족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단군이래 불경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