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따뜻함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조직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8.02.26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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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이야기「 따뜻함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조직


“유익한 세미나가 있어 신청을 했는데, 같이 가 주면 좋겠다”는 친구의 말에 지난 주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세미나를 다녀왔다. <성과주의문화의 정착>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된 세미나 장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이나 하듯 기업체 인사.경영에서 오신 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그 안에 우리도 끼어있었던 것이다. 요즘 이 친구 ‘성과주의’라는 단어에 무척이나 관심을 갖고 이런 세미나를 찾아 나서는지라 “갑자기 왜 그러나?”하는 궁금증 때문에 같이 동행을 한 것인데,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요즘은 대세가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로 대변되는 개인의 행복추구를 더 강조하는 기류가 힘을 얻어가는 시대라고 생각했기에 '성과주의' '목표달성'과 같은 단어를 가진 이런 류의 세미나는 인기가 없을 줄 알았던 것이다.

세미나가 끝나고 저녁을 먹으면서 친구에게 갑자기 왜? '성과주의'라는 단어에 필이 꽂힌 것인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신대표, 자네도 알다시피 예전에 내가 일했던 직장의 특징은 직원을 너무 기계의 부속품처럼 다루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잖아! 물론 대기업이라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은 전혀 고려를 해 주지 않으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하다 싶어서, 내가 만일 독립을 해서 내 회사를 가지게 되면 나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직원들과 같이 동고동락하고 직원들을 위해 줘야지! 하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했고, 그런데 사람 맘이라는 것이 다 나 같지가 안더라고, 회사보다는 각자의 개인 일이 항상 우선이고, 심지어는 적자가 나도 성과급을 달라하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올해부터는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려고 이것 저것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목표라든지, 성과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좀더 강화시켜보려는 생각에서... 왜? 내 생각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라고 말하면서 최근에 있었던 여러 가지 실망스런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긴 한숨을 내쉬는데, 뭔가 가슴에 응어리진 것들이 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 친구가 겪은 마음 고생이 적지가 않구나 하는 안쓰러움이 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경영의 모순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 친구는 나하고는 다르게 술자리에서의 토론을 즐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터라 분위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의 모순이라 함은 어느 한 쪽 만을 취하는 것이 아닌 서로 반대의 영역에 놓인 것들을 동시에 취해야 한다는 말로 우리의 대화는 시작이 되었다. 예를 들면, 실적과 관련해서,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실적향상에도 큰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 관점과 단기적 관점에는 항상 배치되는 이해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장기적인 관점의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한 R&D투자와 함께 그에 필요한 신규인력도 필요한 법인데, 이런 식의 비용지출은 자칫 코스트 증가로 이어져 단기적인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단기적 실적 향상을 위해서 이익이 되지 않는 사업부를 정리할 경우, 단기적 영업이익의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핵심인재의 퇴사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경영이라는 것이 항상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모순의 연속이라고 해서 ‘패러독스(Paradox)경영: 스탠포드대학교의 짐콜린스(Jim Collins)교수가 그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소개’이라는 단어가 붙여진 것이다.

단기목표와 장기목표의 모순만큼이나 우리를 헛갈리게 만드는 경영방침 중의 하나가 '따뜻함과 엄격함'의 공존이다. 일본의 지속적 성장기업을 연구한 RMS(Recruit Management Solution)의 조직행동연구소는 『일본부활의 힘, 지속성장기업』이라는 책에서 ‘잃어버린 20년(통상적으로 버블경제 붕괴 후의 1991년~2010년의 20년을 말함)’을 통과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 특징 들을 소개했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3가지 특징 중에 하나가 ‘따뜻함과 엄격함’의 공존이었다. 통상 일본식 종신고용제로 대변되는 따뜻함은 전후 일본경제를 지탱해 온 관리구조의 대명사였으며, 성과주의로 대변되는 엄격함은 일본이 70, 80년대 고도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성과와 보수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대표적인 성과평가시스템 중의 하나이다. 너무나 다른 성격의 조직관리체제였던 지라 대부분의 회사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어느 한 쪽을 택한 기업이 대부분으로, 양쪽을 동시에 취한다는 것은 언뜻 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대목이기도 했다.

성과주의문화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일본기업들에게 들불처럼 번져갔던 조직관리체계 중의 하나이다. 그때까지 일본의 고용시스템의 근간이었던 종신고용제는 왠지 구시대의 유물과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적중시의 성과평가는 고도성장기에 어울리는 참신한 이미지가 강했던 지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성과주의 문화구축에 나섰던 것이다. 덕분에 성과평가와 같은 단어들도 사실 이 시대에 가장 널리 퍼져나갔고, 여기서 성공을 거둔 개념이나 방식이 90년대에 우리나라로 흘러 들어와서 유행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에서 이용되고 있는 평가방식은 거의 일본식 시스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평가방식이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는 것인데, 정작 기나 긴 고통을 통과한 일본기업들은 아직도 전통적 종신고용제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일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한자회장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의 종신고용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경제계의 거물이 미타라이 회장인데, 아메바경영으로 유명한 이나모리 가즈오한자교세라그룹 회장이 성과주의를 내세우며 차가운 조직경영을 강조했다고 한다면, 미타라이 회장은 종신고용제를 강조하며 따뜻한 조직경영을 주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거물의 대조적인 행보는 구조조정의 처리방식에서도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데, 먼저 이나모리 회장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2010년 있었던 일본항공(JAL)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례를 거론할 수가 있다. 다음은 기사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를 옮겨본 것이다.

'2010년 파산 일본항공 3년 만에 부활... 이나모리 회장의 조언 小善은 大惡과 닮고 大善은 非情과 닮아 있어 많은 피를 흘리지 않으면 회사는 재생할 수 없다. 4만8000명 직원 가운데 1만 6000명 내보내는 매머드 구조조정 단 1년 만에 끝내, 年2조원대 흑자내며 日증시에 재상장, "구조조정은 단칼에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직원들 마음만 조각난다."라고 말해' (2013/09/28 Weekly BIZ 인터뷰의 머리기사에서 인용)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JAL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본정부의 요청으로 현장에 투입된 이나모리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30%의 인력을 내보내면서 그가 강조한 것이 '실적과 성과'중시의 엄격한 직원평가였다. 그에게 붙여진 또 하나의 별명이 '기업회생의 神'이라는 수식어인데, 그가 이룩한 기업회생의 업적은 사실 사람을 내보내는 일로부터 시작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의 신봉자이다.

한편, 1993년 사장에 취임하여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할 때까지 캐논의 CEO를 맡아 캐논부흥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미타라이 후지오한잔 회장(그는 현재 2020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은 사장 취임 후, 버블이후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놓인 캐논을 구하기 위하여 탑다운 방식의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현금흐름경영(Cash Flow Management)의 추진과 채산성이 맞지 않는 사업의 철수, 행렬식(Matrix) 조직의 도입 등, 차례차례로 새로운 경영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여기서 교세라의 이나모리 회장과 다른 점은 이런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하면서도 그는 캐논의 종신고용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실체는 직원이다. 직원 이외에 회사라는 실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의 실력은 직원들의 실력이 모인 값이다. 따라서 우리는 직원을 성장시키고 활용해야 한다. 사원들이 서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공동운명체 의식을 가지고 능력을 살려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에서는 종신고용이라는 형태로 집약되어 온 것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공동운명체 의식으로 단결된 소수정예가 금전적 보상을 매개체로 모인 조직보다 월등한 힘을 발휘한다. 캐논이 가진 경쟁력의 원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종신고용은 공동운명체이며, 그렇기 때문에 모두 함께 좋은 회사로 키워나가자는 철학이 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철저한 실력주의도 필요하다. 연공서열은 사람을 부패시킨다. 개개인의 능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경쟁의식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캐논은 학력, 성별, 부서에 따른 차별적 대우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히 실력에 의해 평가 받는 성과주의가 당연시 여기는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교세라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위의 기사만 읽어보면 이나모리 회장이 매우 비정한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내부에 있는 직원들 말에 의하면 "회장님처럼 직원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모두가 말할 정도로 '따뜻한 경영'의 신봉자이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개의 시책을 경제계의 두 거장들은 동시에 가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무사히 통과하여 업계의 1위로 자리잡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시책 중의 하나가 왜 '따뜻함과 엄격함'에 있는지를 마주 앉은 친구가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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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번째 이야기 :다면평가의 본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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