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상사를 닮아가는 직원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2.09

최근에 방영된 Dove 3분짜리 광고가 화제다. “Legacy”라는 이름의 이 광고에는 5명의 엄마와 그들의 딸 5명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외모나 성격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장소를 달리하며 각자에게 있어서 가장 자신 있게 생각하는 포인트 5개와 가장 싫어하는 포인트 5개를 적게 만든다. 나중에 그 목록을 대조해 보니 놀랍게도 엄마와 딸이 기입한 항목의 90%가 서로 일치하는 것이었다. 다리에 자신이 없는 엄마, 그녀의 딸 역시 마찬가지로 가장 자신 없는 신체 부위로 다리를 꼽았으며, 스마일을 가장 자랑스런 매력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는 엄마, 그리고 그녀의 딸 역시 스마일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Dove Real Beauty Sketches” 2014년도 버전으로 UK에서 제작된 이 광고는 Dove Legacy라는 타이틀로 현재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방송을 타고 있는데, 전파를 탄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미국광고협회로부터 2014년 가장 잘 만든 광고후보로 추천되었다고 한다. 비록 광고를 찍기 위하여 실시한 실험이긴 하지만 자라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생각이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리학적인 실험을 통하여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행동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었다.

 

엄마이기 때문에 생각이 닮아가기 보다는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보니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일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인사쟁이로서 가져야 되는 당연한 호기심이라 생각하며 이런 가설을 세워 보았다. ‘팀원들이 원하는 팀장의 모습은 팀장이 원하는 본부장의 모습과 일치할 것이다만일 이러한 가설이 사실로 들어난다면 조직의 허리계층에 위치한 중간관리자들의 조직관리능력을 끌어 올림에 있어서 인위적인 교육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경영진에게 원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것 만으로도 팀원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침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사도구 중에 조직진단ECS(Employment Commitment Survey)라는 이름으로 컨설팅의 초기단계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결과물이 있었다. 지금까지 이 조사를 실시한 수백 개에 이르는 회사의 결과 데이터를 하나로 묶은 다음에 그 중에서 리더십항목을 체크하고 팀원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 베스트 5와 팀장이 바라는 경영진의 모습 베스트 5를 나열해 보았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치가 나왔다.

 

 

팀장이 바라는 경영진의 모습

 

(중시도)

팀원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

 

(중시도)

1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46.7%

멤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해 준다

60.3%

2

솔선수범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41.4%

솔선수범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46.1%

3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조언해 준다

40.3%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을 제시하고 끝까지 멤버를 이끈다

35.1%

4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을 제시하고 끝까지 멤버를 이끈다

39.1%

멤버의 성장을 고려하면서 업무를 배분하거나 공정하게 평가한다

33.7%

5

직원의 성장을 고려하면서 업무를 배분하거나 공정하게 평가한다

28.9%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20.1%

 

정리하면, 팀장이 바라는 이상적인 경영진의 모습은 1.방향성제시 2.솔선수범 3.정보제공& 조언 4.목표달성유도 5.멤버육성의 순으로 나타난 반면, 팀원이 바라는 이상적인 팀장의 모습은 1.정보제공&조언 2.솔선수범 3.목표달성유도 4.멤버육성 5.방향성제시의 순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사실은 순위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간의 베스트 5의 내용이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솔선수범이 2위에 랭크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직급에 상관없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실을 안다고 해서 곧바로 행동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 자란 어른이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를 따라 하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엄마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90%에 이른다. 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남편의 성격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엄마는 아들이 아직 어렸을 때 잡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렇게 싫어하는 남편의 모습이 성인이 된 아들에게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후의 행동변화가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 자란 어른들에게 있어서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주변으로부터의 피드백이다. , 전제조건이 있다. 피드백시스템이 정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만 주게 된다. 직업으로 하고 있는 우리들 조차도 이러한 피드백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항상 조심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 자칫 실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심한 경우 자살소동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력의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직 내에서 부하에게 미치는 상사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신기한 것은 부모를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조직에서도 상사의 모습을 닮아가는 부하직원의 수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좋은 면이 되었든 안 좋은 면이 되었든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다. 유능한 팀장 밑에 유능한 사원이 많고 무능한 팀장 밑에 무능한 사원들이 몰려 있는 이유이다.

 

위에서 열거한 항목이나 중시도(복수체크)와 관련해서는 물론 수백 개의 회사를 하나로 묶어서 도출해 낸 통계데이터이기 때문에 각자 처한 개별적인 상황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베스트 5에 들어 있는 항목이 서로간에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관리자라면 데이터를 다시 한 번 눈 여겨 보면서 내가 처한 상황과 비교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는 이유이다. 아무튼 Dove의 광고는 참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