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란 무엇인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1.07

 

2010 1216, 미국 LA북부의 한적한 미션스쿨인 퍼스트루터런 고등학교, 이곳에서 19살의 한국인 유학생 이모군이 같은 학급의 또 다른 이모(17)군에게 살해당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한다.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끼리 싸우다가 생긴 살인사건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 뉴스에도 크게 보도가 된 바가 있다. 뉴스에 의하면 같은 반 동급생인 이 둘은 2살이라는 나이차이 때문에 생긴 호칭문제로 그 전에도 여러 번 싸움을 벌였다고 한다.

 

“내가 너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 왜 반말이냐?”

“같은 동급생끼리 무슨 존댓말이냐? 그냥 친구하자!”

에서 시작한 시비는 주먹다짐으로 비화되었고싸가지가 없다!’는 말과 함께 얼굴을 가격당한 어린 이군(17)이 나이 많은 이군(19)에게 반격을 가하면서 살인으로 이어지게 된 사건이다. 같은 반 동급생끼리 형동생이라는 호칭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고, 현지 교포들은 기분은 나쁘겠지만 그게 살인까지 부를 정도의 사안은 아닌데…… 라는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은 국내도 아니고 어떻게 미국에서 나이 때문에 싸움이 붙나?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물론 그들이 미국인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장소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한국인은 나이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 유학시절 나도 병역문제 때문에 나이로는 한참 어린 동생들과 같이 공부를 한 경험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외국인이라는 호기심이 작용 하였겠지만 무엇보다도 나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문화 덕분에 같은 반에 속한 동급생들끼리 친구로서의 깊은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한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몇 살이냐는 문제는 서로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도쿄6대학 유학생 연합회(도쿄에 있는 상위6개 대학의 연합모임)에서 주관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주먹다짐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를 마치고 들어온 신입생이 병역을 마치고 들어온 예비역 신입생에게 친구하자고 까불다가 뒈지게 얻어 맞은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회원명부 옆에 출생연도 표기가 시작이 되었는데 나중에 일본인 친구들이 이 수첩을 보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난다.

 

나이와 관련된 문제가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직장문화 형성에 있어서 나이가 차지하는 역할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올 봄에 있었던 일이다. 국내 모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선배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둔다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놀란 눈으로 그 선배의 회사 앞까지 뛰어갔던 일이 있었다. 놀란 눈으로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려 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나에게 그 선배가 들려 준 답변은 조금 황당했다. “이번에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나이 어린 후배가 팀장으로 승진을 해 버렸거든! 우리 세계에서는 조직을 떠나라는 암묵적인 지시나 마찬가지라서 어쩔 수가 없어!”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검사劍士 세계도 아니고 뭔 이 따위 조직문화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에게 있어 나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이것만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갈리는 사회적 이슈는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정말 뜨거운 감자라고 말 할 수 있다. 우선 생각나는 긍정적인 측면은 어색한 상황에서도 짧은 시간에 위계질서를 잡아주기 때문에 쓸데없는 정신적 에너지소비를 막아준다는 점이다. 반면에 부조리와 불합리가 눈에 보이더라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때문에 생긴 거라면,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미덕이다. 합리성보다는 장유유서長幼有序 위계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회사가 가지고 있는 조사도구 중에서 JOES(Job Evaluation System)라는 이름의직무가치평가시스템이 있다. 이른바 개인이 다루고 있는 직무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조사 툴Survey Tool인 것이다. 회사 내에 존재하는 각종 직무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수치화함으로써 사람중심의 연봉체계를 직무중심의 연봉체계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이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직무급제도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해 줌으로써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승급하는 연공서열식 급여제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해 보자는 숨은 의미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다.

 

JOES의 결과치를 적용함에 있어서 가끔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직무가치가 같을 경우 급여도 같은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JOES의 제안내용을 수용하면서도 입사연차나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데이터에 의해 산정된 급여와는 별도로 특별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인위적인 급여조정을 해 버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직급이나 호칭도 마찬가지다. 등급이나 맡고 있는 일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나이가 차면 그 연령에 상응하는 일반적인 직급을 붙여주는 것이다. 팀원 없는 팀장이 난무하는 이유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능력이 없는 매니저가 버티고 있을 때이다. 단지 입사가 빠르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깨에 견장을 차고 있는 사람이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너무나 많다. 나이는 어리지만 조직을 이끌어가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멤버가 눈에 띄어도 나이가 어리면 팀장이나 본부장으로의 승격은 꿈도 꾸지 못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거의 모든 조직이 나이 많은 팀장과 나이 어린 팀원의 구도를 절대 깨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 만큼 한국인에게 있어서 나이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의 도표는 2014 4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실시한 ‘2014 직장인 의식조사에 포함된 항목중의 하나이다. 일본에서의 조사는 Ains의 모기업인 RMS(Recruit Management Solution)에서 실시하였고, 한국에서의 조사는 Ains의 의뢰를 받아 잡코리아가 실시하였다. 일본은 종업원수 1,000명 이상 기업의 중간관리자 412, 한국은 300명 이상기업의 중간관리자 283명이 답해 주었다.

 

 

 

 

도표에서 보듯이 일본의 경우 나이 많은 팀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 팀장이 63.8%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12.3%에 불과했다. 우리의 경우 역시 나보다 나이 많은 부하직원이 있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나보다 나이 어린 후배가 내 위로 올라가는 것 또한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우리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나이나 입사연도가 승진승격에 있어서 큰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 한국인의 고유한 특징인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부정적인 면보다도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과 능력은 나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이 풍부하여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나 지혜는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에 필요한 건 개별적인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라 적극적인 마인드로 목적지에 이르게 끔 팀원 개개인을 동기부여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전략이다. 성장하는 회사의 공통점이사람 좋은 관리자보다는 스마트한 관리자가 더 많다라는 사실에 있음은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