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그 회사는 어떻게 힘든 시기를 극복 했을까?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0.31

“이따 저녁에 소주한 잔 할 수 있어요?”라는 멘트로 걸려오는 전화가 있으면 이는 십중팔구 조직과 관련된 고민 상담이다. 단어 그 자체만 두고 해석 한다면보고 싶으니 얼굴 한번 보여주실 수 있나요?”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수화기에 묻어있는 느낌으로 왜 전화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상대방이 선배라면,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직원들 때문에 생긴 고민상담이고, 후배라면, 상사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어찌 했으면 좋을지 자문을 구하는 상담요청 전화이다. 물론 기쁜 마음으로 뛰어 나가기는 하지만, 때로는 기분 좋은 일로오늘 복권에 당첨되었다! 내가 술 한잔 산다!”하며 걸려오는 전화도 대 환영이다(^^*).

 

아무튼 만나서 이야기를 하노라면, 내 주변에는 왜 이리도 회사를 때려 치겠다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선배가 되었건 후배가 되었건 술이 목구멍에 한잔씩 들어가노라면 비전 없는 조직과 탐욕스런 윗사람들 이야기는 항상 술판 위의 맛있는 안줏감이 되고, ‘회사 때려 친다!’라는 멘트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메뉴가 된다(내가 이래서 우리 회사 회식자리에 2차는 절대 안가는 것이다. 내가 있으면 씹을 안주가 없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될 것 같아서~~~^^;).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이렇게회사 때려친다!”고 큰 소리친 후배들 중에 정작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간 사람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아인스파트너가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인 의식조사’의 이직과 관련된 설문결과를 보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1년에 한 번씩은 심각하게 이직을 생각한다고(1년에 1번 52%) 답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최근 5년 내 이직회수 0번 55%) 상당히 놀라왔다. 결국은 “더러워서 회사 때려 친다!”는 말은 그저 말뿐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경쟁사이긴 하지만, 머서Mercer라는 글로벌 HR회사가 조사한 자료가 하나 있다. 2011년 머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 4사분기에서 2011 1사분기 사이에 직장인 세 명 중 한 명은 직장을 떠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5년 전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했을 때 23퍼센트가 증가한 비율이라고 한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사람은 1.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못된 이성 관계처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 역시 열악한 업무환경과 관련된 이슈 중 하나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한 업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지난 2,3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메이커가 되었던 남양과 피죤에 근무하는 사람들조차도 거의 대부분이 조직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케 한다.

 

2011년을 장식한 피죤 회장님의 청부살해 사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간단히 내용을 설명하면 내막은 이렇다. 직원을 마치 자신의 하인처럼 부리던 회장님이 어느 날 떨어져 가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하여 업계의 리딩 컴퍼니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왔다. 그런데, 그 분이 회장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고수했다. 화가 난 회장은 조폭을 시켜 자신이 스카우트해온 CEO를 살해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실패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된 사건이다.

 

또 하나의 대형사건은 2013년 발생한 남양유업 대리점주 막말사건이다. 내막은 이렇다. 업계 No.1 기업인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주인에게 전화를 한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섞어가며왜 이렇게 장사를 못하느냐~ 무조건 집을 팔아서라도 할당된 물량 채워라~ 채울 자신 없으면 그냥 죽어라~”라고 전화를 했는데, 이 대화가 녹음되어 언론을 타면서 전 국민의 공분公憤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왜 남양의 회장과 연결이 되었느냐 하면은 남양 회장이 간부들을 불러 모아놓고법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 없다!”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본인이 직접 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실제로 그는 아들의 병역비리와 건설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이해하기 힘든 의문점이 있다. 그 조직에도 참 똑똑하고 양심적인 직원들이 많을 터인데, ? 회장의 비인격적이고도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를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발표한권위에 대한 복종심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그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량한 존재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극악무도한 짐승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가지고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실험의 주제는 '권위에 대한 복종심'이었다. 먼저 밀그램은 전문배우 두 사람을 연구소로 초빙하여 한 사람은 교사의 역할(권위적 인물)을 연기하도록 하고 또 한 사람은 학생의 역할을 하도록 주문했다. 실험에서 두 배우는 마치 체벌을 통한 학습성과의 개선여부를 실험하고 있는 교수와 학생처럼 행동했다.

 

실험대상자들은 거리에서 임의로 선택되었고, 이 두 사람의 실험에 도우미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전문배우가 연기하는 교수와 학생을 진짜로 여겼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선택된 남녀 실험대상자들은 교수가 학생의 학습성과를 개선시키기 위해 지시하는 체벌을 학생에게 직접 집행했다. 체벌은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전기충격은 단추를 누를 때마다 한 번씩 가해졌고, 충격의 정도는 단계별로 높일 수 있었다.

 

실험결과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시민의 모습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의 어느 소도시나 집단수용소의 경비원 역할을 하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일상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던 평범한 사람들조차 적당한 권위(교수)에 굴복했고, 자신의 행동이 좋은 결과(학습성과)를 가져온다고 여기며 타인을 잔인하게 고문했다. 밀그램의 실험결과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정도나 권한 위임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밀그램의 실험에서 보듯이 보통의 직원들은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도 저항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는 로봇처럼 다루어도 좋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최고의 회사는 회사사정이 좋지 않을수록 직원들에게 더 잘한다. 형편이 나아졌을 때 직원들이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을 때도 직원들에게 잘한다. 그래야만 다시 힘든 시절이 와도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회사를 도와주니까……. 최고의 회사들이 항상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내는 이유는 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