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비서실 사람들 Part 1 <비서 전성시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1.14

최근 문고리 3인방이라는 이름의 신조어가 유행이다. 청와대 비서실에 있는 3명의 비서관을 지칭하는 단어로서 최고권력자의 비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풍자하는 용어로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듯 하다. 새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비서라는 직무가 민간기업에서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은 정확히 무엇인지 등을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비서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중앙공무원 연수원장을 지내셨던 윤은기 박사이다. 2012년11월 27 화요일 오후 과천에 있는 중앙공무원 연수원에서 인터뷰 도중 그 분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내 책상 옆 벽면에 노신사와 찍은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공군장교 복무 당시 모셨던 김동호 장군입니다. 내 인생의 멘토입니다. 중위 때부터 나는 그 분을 모시고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분을 알고부터는, 아침에 눈 뜨는 게 즐거웠습니다. 오늘도 한 수 배워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후 나는 어시스트형 인간으로 살리라, 결심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 사람의 장점 또는 강점이 무엇인지, 빨리 파악해서 그 사람을 어시스트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윤은기 박사는 청년 장교시절 맡게 된 비서라는 직무를 통하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회고했다. 윤은기 박사처럼 우리 주변에는 비서라는 직무를 통해 배운 지혜를 활용하여 조직의 성장에 공헌하는 CEO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소장은 2007년 발간한 그의 저서《비서처럼 하라!》에서 2007년도 삼성그룹 사장단의 47%이건희 회장의 비서출신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사장 중에서 둘에 하나는 비서실을 거쳐갔을 정도로 비서실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탁월하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로 그룹 오너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다는 또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병상에 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하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미래전략실(삼성은 비서실이라 부르지 않는다)최지성 부회장이다. 그는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멘토로서 삼성 3세 경영의 총괄지휘자이기도 하다. 삼성에 최지성 부회장이 있다면, 현대자동차에는 김경배 글로비스 사장이 있다. 나이나 경력은 삼성의 최지성 부회장보다 훨씬 짧지만 비서로 조직생활을 시작하여 오너의 신임을 얻고 주력 계열사의 사장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1990년 현대정공에 입사하여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를 맡으면서 조직생활을 시작하였다. 이후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친 후에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에 부임하게 된다. 그는 불과 45세의 나이에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주력계열사 사장이 되어 매스컴의 뜨거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룹 사장단의 절반이 비서실 출신이라는 통계는 비단 삼성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LG, CJ, LOTTE, 현대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으로부터 건네 받은 자료를 보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사장단 중에는 확실히 비서실 출신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LG그룹은 2005 GS그룹(LG칼텍스포함 15개 계열사) LS그룹(LS전선포함 8개 계열사)이 분리된 후, 국내 4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비서실 출신이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때 LG전자의 간판 얼굴이었던 남용 前부회장 역시 구본무 회장의 비서출신이다. CJ그룹 역시 2014 6월말 기준, CJ제일제당을 필두로 국내 71개사(상장 9개사, 비상장 62개사)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중 비서실출신이 4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LOTTE그룹은 한국LOTTE 75개사, 일본LOTTE 54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비서실 출신이 전체의 49%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현대자동차 역시 2014 3월 기준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과 같은 상장사 11, 현대엠코와 같은 비상장사 46개를 합쳐 총 5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그 중에서 비서실을 거친 사장은 25명으로서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 계열사의 외부에서 영입된 사장들의 숫자를 빼고, 여기에 비서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정책본부, 구보본부, 기획본부의 사장급 인력에 대한 숫자를 더한다면, 아마도 비서실 출신 인력들의 약진현상은 더욱 더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한다. (1-기업에 따라서는 비서실의 의미를 순수 의전기능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구조본부나 정책본부와 같은 광의적 의미로 확대 해석하였다. 2-개인적인 관심에 의해 조사한 자료이다 보니 100% 정확하지는 않다)

 

이처럼 비서실 출신이 인정을 받고 약진하는 이유에 대하여 조관일 소장은 ‘1 최고경영자의 의중을 잘 알고 있으며, 2 조직내부 정보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규모가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비서실에 있는 사람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혹시 비서실에 있다고 직무를 가볍게 보고나 우습게 생각한다면 아직 본인이 그 정도 체급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뭘 안다면 절대 비서실 사람들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비서실에 있는 그 자체가 최고경영자로부터 능력과 신임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음주 비서실 사람들 Part 2 <사람보는 안목>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