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미국 TIME지가 선정한 2014 올해의 인물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2.29

남자들은 예쁜 여자한테 사족을 못쓴다. 그래서일까? 서울 강남대로를 가 보면 얼굴에 칭칭 붕대를 감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라Mummy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예쁜 얼굴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를 반증하듯, 우리나라 성형수술의 시장규모 는 전세계 시장의 4분의 1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성형시장 규모는 약 5조원대 이르고, 이는 약 21조에 이르는 전 세계 성형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5%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집도되는 국가는 미국으로서 1년에 약 311만 건으로 1, 우리나라가 65만 건으로 7위를 차지했지만 인구대비로 환산하면 순위가 역전된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건수는 13.5건 수준으로 전 세계 1위이고, 그리스가 12.5, 이탈리아는 11.6, 미국이 9.9명 이다. 전국에 미용성형을 시술하는 병·의원은 전국적으로 5000여 개로 추정되고 있고, 그 중 절반 정도가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 포진해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여자들을 데려다가 성형을 시킨 후에 Before/After의 대조를 보여줌으로써 예뻐지고자 하는 여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TV 방송도 등장했다. 그 방송을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방송에서 저렇게 대놓고 여자는 예쁜 게 최고야! 하는 식으로 성형을 조장하나.”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그 방송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시청률이 떨어져서 방송이 중단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지만 기대와는 반대로 시청률이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그 방송에 따라다니는 광고단가만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약간의 좌절감마저 밀려왔다.

 

이런 전국적인 성형열풍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를 마친 젊은 의대생들의 의식구조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2015년도 레지던트 전기모집 지원결과를 들여다 보면, 3301명이 지원한 상황에서 성형외과가 142.9%로 가장 높은 지원율을 보였고 피부과 138.5%, 정신과 133.8%가 그 뒤를 따른 반면에 10년 전만 하여도 가장 인기가 높았던 내과는 92.2%로 의사협회가 분류한 26개 전공 중에서 하위 11, 외과는 58.9%로 하위5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참고로 내과 지원율이 정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건국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바람이 젊은 의대생들에게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의 의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주경제신문> 2014년 8월 14 신문에서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는 약 2500개 정도이며 그 중에서 성형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은 채 5%도 안 된다고 보도를 하였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나머지 95%는 내과, 외과 등의 타 분야에서 종사하다 성형시술로 분야를 바꾼 비전공자들이라고 한다. 타 분야에 비해 짧은 기간에 기술습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수술을 전문으로 했던 많은 의사들이 시술로 분야를 옮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둘도 없는 친구 중에 한 명도 어느 조그만 병원의 내과과장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와 이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례가 있다.

 

이런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예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의사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마당에 정말 바보 같은 의사들이 얼마 전에 나타났다. 바로 에볼라 응급구호 활동에 자진해서 지원하고 있는 의사들이다. 서아프리카에 파견할 에볼라 대응 보건의료인력 모집을 지난 7일 마감한 결과 모두 145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보건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35, 간호사 57, 임상병리사 23, 현장안전관리자 30명이 서아프리카 파견을 신청했다고 한다. 이들은 지원서에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필요한 곳에서 실천하고 싶다” “전문의로서 재난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 도리이다” “경험을 살려 국제사회에 공헌하겠다라고 썼다고 한다.

 

지난 10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지역파견 의료진모집이라는 광고를 보았을 때만 해도, 감염되면 무조건 죽는다는 치사율 100%의 그런 위험한 나라에 누가 가겠는가? 라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7천명이 사망한 감염지역에 가겠다고 자진해서 지원한 사람들의 경쟁률이 4:1에 이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금전적 욕구보다는 숭고한 인류애로 무장된 의사, 간호사 들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놀라웠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은 요란한 빈 수레만큼이나 시끄럽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만이 국민을 위해 살고 있는 것 마냥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다가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운전기사의 폭로로 돈을 받고 수 많은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국민적 비난을 초래하였다. 또 어떤 재벌은 국민의 애국심으로 키워온 KOREA라는 브랜드를 자신이 만든 것인 줄 착각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하다 국가적 망신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번에 지원한 145명의 의료진은 정말 자랑스럽다. 모든 일이 소리 없이 진행이 되었으며 대부분이 언론인터뷰 조차 사양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더 그들의 숭고한 정신에 머리가 숙여진다.

 

얼마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은 2014년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의료진을 선정하였다. 비록 성형의사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차지하는 성형의사 비중이 세계 1위이다)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을 안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TIME〉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우리나라 의료진의 숭고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어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마음뿐이다. 아무튼 이번 에볼라 의료진의 성스러운 행동을 계기로,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조명을 받고 찬사를 받는 작은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