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CEO로 가는 길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4.12.09

예 사장님실 김소영(가명)입니다

소영씨, 사장님 오늘 점심약속 있으신가?”

~ 전무님~ 다음 주까지는 풀로 차 있으십니다^^”

혹시 중간에 펑크가 나거든 나한테 꼭 알려줘~ 부탁해~~~”

, 전무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전무님~, 저 사장님실 소영인데요, 사장님이 오늘 점심이 취소가 되셔서 혼자 식사하실 것 같은데 어떡할까요?

, 그래! 알았어~ 바로 올라갈게~ 고마워^^!”

그리고 바로 점심을 같이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 친구야~ 미안타, 오늘 점심 다음으로 연기하자! 우리 사장이 나를 찾는다!”

 

대기업의 점심시간에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사장단은 회장에게, 임원은 사장에게, 부장은 담당임원과 어떻게 해서든 점심을 같이하려고 비서에게 부탁하고, 때로는 로비에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반드시 상사와의 점심식사가 나의 치밀한 사전작업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우연한 조우遭遇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믿게 끔 상황이 연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조그마한 에너지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와 얼마 전에 점심을 같이 먹은 적이 있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 친구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는데, 전화를 받더니만 그 친구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 사장님! 아직 식사 前입니다. 바로 로비로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경수야~ 정말 미안하다. 우리 사장이 같이 밥 먹자고 하네~ 여기 밥값 내가 계산하고 갈게! 미안해(^^;)”

기분이 조금 상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친구야~ 네가 조직에서 잘 나갈 수만 있다면 이런 수모쯤이야 얼마든지 이해해 줄게! 대신 탑까지 올라가주기 바란다~ 그래서 네 힘으로 우리회사 팍팍 밀어주면 고맙겠다!”

 

작년에 내보낸 칼럼(임원의 조건, 누가 임원이 되는가)에서 누가 임원으로 승진하는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 본적이 있다. 칼럼에서도 소개를 하였지만 조직의 별이라는 임원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실력은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하고 거기에 얹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사내 역학관계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라고 기고를 하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원인사가 이루어지는 12월이 되면 뜨고 지는 별들 때문에 조용히 보내는 날이 없다.

 

국내 300대 대기업의 경우 임원인사 시즌은 보통 11월말부터 12월초에 대부분 이루어진다. 이어서 중소기업의 임원인사가 발표가 되고, 각 부서의 조직개편이 단행이 된다. 모든 기업이 동시에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업종의 특수성이나 회사 내부의 사정이 우선이겠지만, 자그마한 기업의 경우 큰 조직에서 단행된 임원인사나 조직개편 후에 조직에서 소외되거나 밀려나신 분들을 데려오기 위한 자그마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점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구로동에 있는 어느 유명 유통기업은 관련업종의 대기업 임원인사에서 누락되신 분들을 모셔다가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임원 승진대상에 포함된 부장들이 있는 부서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승진이 결정된 부장의 책상에 놓인 핸드폰에는 연신 날아오는 축하메시지로 진동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정글 속에서는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혹시 마음 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을 건네지는 못하지만, 믿었던 인사에서 또 미끄러지고 만년부장이라는 타이틀을 준비해야 하는 부장들에게는 지금 있는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이것이 바로 직장이라는 정글의 12월 풍경이다.

 

20대 후반에 조직에 입사하여 한 번의 이직도 없이 오로지 한 곳에서만 자신의 모든 청춘을 바친 선배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수 천명의 직원과 수천억의 매출을 자랑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견기업에서 영업으로만 잔뼈가 굵은 우직한 분이시다. 이 선배가 술만 마시면 하는 고정 멘트가 있다. “우리 회사 내가 다 키웠어! 나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고!”고 말씀하시며 초창기 그곳 회장님과 함께 맨주먹으로 시장을 일군 성공신화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맨날 듣는 고정 레파토리지만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 정도로 조직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강하게 느껴져 오기 때문이다.

 

그런 선배가 이번 임원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만년 부장으로 지방영업소를 돌다가 옷을 벗게 된 것이다. 믿었던 회장이 일선에서 떠나고 2세 경영체제로 바뀌면서 환경변화에 적응을 못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판단해 본다. 오래 전에 2세 경영으로 회사의 운영체제가 넘어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나는 그 선배에게 강한 경보사이렌을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형님, 이제는 지방영업소 생활 청산하시고 본부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계속 이렇게 외곽에 남아 계시면 안 되요~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잖아요! 최대한 인사권자 눈에 자주 띄는 곳에 계셔야 해요~ 주변을 한 번 둘러보세요~ 결국 승진은 본부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합니다! 다 이유가 있어요~ 누구나가 현장을 돌지만 어느 시점에 가면 본부로 들어옵니다. HQ에서 일어나는 일도 관심을 가지고 보셔야 해요! 제발~”

하지만 사내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셨던 그분은 워낙 야전생활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본부로 들어오는 타이밍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본부에서만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현장감각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아 더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다. ‘본부와 현장’, ‘관리와 영업이 적당히 밸런스를 유지해야 좋다는 말이다. 얼마 전 조사한 자료를 보더라도(2014년 9월11~30일 잡코리아의 협조를 얻어 그곳에 등록되어 있는 남녀 직장인 806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와 관련된 3차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여러 항목 중에서 최고경영자의 커리어패스를 물어 보는 항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다.

 

귀사 CEO 대부분의 경력은 어느 분야입니까?”라는 질문에 관리분야가 48.8%(공기업 53.4%, 민간기업 48.5%, 외자기업 41.4%), 영업분야 33.9%(공기업 19.3%, 민간기업 35.6%, 외자기업 37.9%), 연구분야 10.3% (공기업 19.3%, 민간기업 9.1%, 외자기업 10.3%), 기타 7.1% (공기업 8%, 민간기업 6.8%, 외자기업 10.3%)로 나타났다. 외자기업의 경우 관리와 영업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관리VS영업의 커리어패스가 10%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생활은 가급적 차장급에서 끝내고 부장 이후로는 어떻게든 관리분야로 돌아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더 나아가 인사의 결정권자가 있는 HQ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무리 영업중심의 회사라 할지라도 CEO가 되기 위해서는 관리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수년 전에 삼성 비서실에서 오랜 시간 이건희 회장을 보필해 오신 분께서 들려주신 일화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용어는 달리 나온 게 아닙니다. 현장경험은 기본입니다. 다음은 ‘KPI & Management’입니다. 얼마나 철저히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갈립니다. 그래서 삼성은 영업에서 시작하였건, R&D에서 시작하였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그라운드가 어디가 되었든 계열사 사장을 임명할 때에 두 가지만 체크합니다. 첫째, 얼마나 유능한 관리자인가? 둘째, 조직을 위해 얼만큼 희생할 수 있는가? 회장님의 개인철학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