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2.24

1976년 미국 코네티컷Connecticut주의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10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아덴하우스Adenhouse라는 이름을 가진 시골요양원이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거동이 불편한 수십 명의 노인들이 새롭게 배정받은 방으로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이주하는 대 이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방만 서로 바꾸는 간단한 작업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도 없는 노인들의 움직임이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노인들이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몇 가지 요청을 받은 것이다. 인테리어나 가구배치가 끝난 방으로의 이주가 예정된 A그룹과 자신들의 방에 필요한 가구와 인테리어를 본인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요청을 받은 B그룹으로 실험집단이 나뉜 것이다.

 

특이한 점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두 부류의 노인들은 각자가 조그마한 화분 하나를 가꾸도록 요청을 받았는데 A그룹의 경우 요양원이 이미 정한 화분을 간호사가 키우는 환경으로 설정이 된 반면에 가구와 인테리어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 받은 B그룹의 노인들은 넘겨받은 화분 역시 본인들이 직접 키우도록 요청을 받았다. 모두가 조금 이상하게는 생각하였지만 특별한 불만 없이 실험에 동참해 주었다. 그리고 18개월이 흘렀다.

 

이 실험이 의도했던 바는, 스스로가 선택권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집단과 타인에 의해 이미 선택이 끝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는 집단 사이에는 어떤 환경변화가 일어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모두에게 선물로 나누어 준 화분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다소 엉뚱한 방향에서 기대하지 않은 놀라운 결과를 손에 넣게 된다. 바로 실험에 참여한 노인들의 생존율에 있어서 A그룹과 B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미 타인에 의해 생활환경이 정해진 A그룹의 경우 실험이 시작된 후에 15명이 세상을 떠난 반면, 스스로의 선택으로 주변환경을 구성한 B그룹 노인들의 사망자 숫자는 A그룹의 절반 정도인 7명에 머물렀던 것이다. 실험에 참여한 노인들의 숫자 및 신체건강은 양쪽 다 균등한 조건으로 구성이 되었기 때문에 2배에 이르는 사망률의 차이는 연구진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른 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실험에서 힌트를 얻은 연구진은 여세를 몰아 실험이 끝나고 1년 정도가 경과한 1979년에 똑 같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마음의 시계Counterclockwise”라는 연구를 하게 된다. ‘주어진 환경과 본인의 의지는 신체나이도 조절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심리학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그 실험을 주도한 엘렌 랭어Ellen J. Langer 교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 심리학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함과 동시에 하버드대학교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직에 임명이 된다. 우리나이로 올해 69세가 되는 그녀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버드에서 책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각종 실험을 주도하며 세상에 충격을 주는 놀라운 연구결과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엘렌 랭어Ellen J. Langer 교수가 진행한 ‘통제의 환상’실험에서 보인 노인들의 사망률이 2배의 차이를 보이듯이 인간은 스스로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상황보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2배 이상의 불안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로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상황을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나는 평온하게 운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조수석에 앉은 우리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아빠는 왜 이렇게 운전을 난폭하게 하느냐”고 심한 불만을 털어 놓을 때가 가끔 있다. 자동차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나는 충분히 상황예측이 되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은 반면에 통제권이 전혀 없는 가족은 조금만 스피드가 올라가도 앞 차와 충돌할까 봐 조바심을 내는 것이다.

 

‘통제의 환상’을 조직 내 상황과 비교하여 해석해 보면 더 큰 시사점을 얻게 된다. 우리회사가 주로 하는 일은 ‘조직활성화 컨설팅’이다. 쉽게 설명하면 침체된 조직을 살아있는 조직으로 변하게 끔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행방안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사, 부서, , 개인별 주요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개발하고, 개발된 KPI가 실현 가능토록 포스트의 관리자와 주요멤버들을 교육시키는 일이 우리의 주요 업무이다. 고객으로부터 “우리의 기업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고맙다”라는 칭찬을 받을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으로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반대로 고객 내부의 반응이 냉랭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소주잔으로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변화가 보이는 조직과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조직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 입장으로 본다면 성공한 프로젝트와 실패한 프로젝트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현상이라는 것이 한가지 인풋으로 한 가지 아웃풋이 나오는 단순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성공했고, 이것 때문에 실패했다’라고 단정지어 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프로젝트 참가자의 열정이다.

 

본인의 기안에 의해서 프로젝트가 발주가 되고, 이후 진행되는 과제의 TF로 참여하여 KPI추출부터 주요 멤버들의 교육 현장까지 직접 챙기는 담당자가 있다면 그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은 거의 100%이다. 오래지 않아 조직의 변화를 느낄 수가 있다. 그 담당자는 당연히 프로젝트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반면에,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작스럽게 TF에 합류하게 되는 담당자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이변이 없는 한 거의 100% 실패로 끝나게 된다. 처음 시작했던 담당자의 퇴사나 보직변경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TF에 합류하게 되는 케이스인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내가 아는 훌륭한 회사의 전반적인 조직분위기는 멤버들을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참여를 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힌 멤버로 하여금 주도적으로 일을 하게 하는 모습들이 일상화 되어 있다. 반면, 모든 설계와 그림은 위에서 다 그려놓고 아랫사람에게는 결과만 내 놓으라고 다그치는 회사는 침체된 조직분위기에서 원인을 모른 체 방황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의욕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랭어Langer 교수가 아덴하우스Adenhouse에서 연구한 실험이 4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여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는 시대를 초월하는 불변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기업문화나 조직관리 또한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특징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생활환경을 꾸미고 싶어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조직관리의 상황에서도 잘 활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