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신입사원 교육에 임하는 자세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2.11

얼마 전, 신입사원입문교육이 끝나는 신입들에게 1시간만 특강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 왔다. 내가 김미경씨 같은 스타 강사도 아니고 재미있게 말을 할 자신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완곡히 거절 의사를 표시하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강의료’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고 난 후에야, 안되겠다 싶어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강의료가 없는 ‘토크형식’ 상담을 해 주기로 하고 요청을 수락하였다.

 

50명이 입사를 하였는데 10명이 이탈을 하고 현재 40명이 남았다는 말과 함께 오늘이 한달 교육의 마지막 날이라는 담당자의 말에 이해불가의 의구심을 간직하면서 교육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담당자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A4지를 나눠주고 1달간의 교육에서 가장 크게 얻은 소득이 무엇인지? 그리고 회사나 업무에 대한 의구심, 자신의 미래모습 등을 무기명으로 적게 했다. 그리고 수거된 설문지에 공통적으로 거론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문지를 그룹화 하여 그 내용을 가지고 토크를 진행해 보았다.

 

신입사원들이 교육을 통하여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여기로 있는 점은 무엇보다도 회사라는 조직체에 대한 이해였다. 막연한 상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파악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동료들과의 협업체제에 대한 중요성은 새롭게 느끼게 된 점이라고 가장 많이 답변을 하였다. 반면에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의구심은 선배들과의 인간관계와 현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깔린 의구심이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담대히 맞서달라고 당부해 보지만 이번에 모인 친구들은 드라마 ‘미생’에 너무 몰입한 탓인지 유난히 두려움이 많아 보였다.

 

90분간의 토크가 끝나갈 무렵 교육담당자가 들어왔다. 강의장을 나서면서 그에게 “교육 도중에 10명이 나갔다고 하셨는데 매년 이렇게 20% 정도의 중도퇴사자가 발생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걱정스런 나의 질문에 그 담당자는 자주 듣는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어떤 해는 30%까지 나올 때도 있습니다. 들어간 돈이며 시간이며 아깝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서 항상 30%정도 더 뽑기 때문에 현장투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해 주었다.

 

담당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였지만 이 회사의 오너나 관리임원이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적인 면을 단순 계산해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1인당 한달 직접인건비를 평균 200만원으로 하고 해당 직원과 관련된 간접비를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에 채용직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평균 투자비는 대략 400만원이 소요된다. 10명이 퇴사를 했다는 말은 1개월 사이에 영업과 관련된 직접비가 아닌 내부관리소홀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 4천만이 발생했다는 말인데 영업과 관련된 부서에 있는 분이 아니다 보니 손실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비용손실보다 더 큰 손실이 있다. 바로 감정손실이다. 퇴사한 직원으로 인해 생기는 남아있는 신입들의 머릿속에 남은 의욕상실이다. “내가 입사한 이 회사가 멋있다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나?” “뭐야? 혹시 루저들만 남은 거야?” 등의 패배의식이 싹틀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의식을 담당자가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퇴사하는 직원들의 퇴사이유가 뭔지를 물어 보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요즘 애들이 다 그래요! 너무 편하게 자라서 조금 힘들다 싶으면 금방 때려치운다니까요!”였다. 퇴사의 이유를 힘든 환경에 대한 적응실패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신입사원 조기퇴사의 이유를 교육생 본인들의 문제로 돌린다는 것은 책임전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신입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가 좀더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알에서 깨는 새의 눈에 처음 보이는 존재가 자신의 엄마라고 여기는 새끼 새처럼 처음 입문한 교육생의 눈에 비치는 교육담당자는 그 회사의 전부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마음가짐과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느냐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입사초년생의 이탈을 충분히 사전에 방지할 수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국과 비교하여 일자리가 심하게 부족한 국가에 들어간다. 매년 일자리를 찾으러 사회에 나오는 젊은이들의 숫자는 약 60만 명에 이르는데 비하여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기업, 중소기업 전부 합하여 20만개 정도에 그친다. 모두가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취업재수, 언어연수 등으로 아까운 젊은 날을 소비한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춰도 취업에 대한 체감경쟁률은 훨씬 떨어질 텐데 규모나 업종, 경영자의 의식에 띠라 기업간 근무조건이 워낙 심하게 차이가 나다 보니 양질의 직장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쉽게 수그러들지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2014 6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05개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1년 내에 퇴사한 비율은 25.2%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경총이 지난 2010년 조사한 수치 15.7%보다 9.5% 상승한 수치다. 취업대란의 시대에 1년도 안 돼 제 발로 나가는 젊은이가 4명중 1명 꼴인 셈이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듯이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1년 안에 때려치우고 나오는 젊은이가 4명중에 1명꼴로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퇴사하는 신입직원을 바라보는 담당자의 생각과 실제로 퇴사하는 신입들의 진짜 이유에는 인식의 차가 있는 것 같다. 경총이 작년 6월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신입직원의 퇴사이유에 대하여 조직·직무적응 실패(47.6%), 급여와 복리후생에 대한 불만(25.2%), 근무 지역·환경에 대한 불만(17.3%) 등으로 원인을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선데이가 입사 1년 내 퇴사자 30명을 만나 개별 인터뷰한 결과는 경총의 조사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업무에 대한 불만(36.6%), 미래에 대한 기대상실(30%), 인간관계(16.7%)의 순으로 개별인터뷰에서 답을 하였다고 한다(출처-중앙선데이 2014/8/3기사). 업무에 대한 불만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던 일과의 괴리감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치더라도 나머지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기업측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상기의 데이터는 교육 후에 근무하다가 퇴사한 직원들을 조사한 자료이다. 교육 중에 퇴사한 직원들은 포함하지도 않은 수치이다. 교육 중에 이탈하는 직원들까지 합치면 신입직원 정착과 관련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말인데 영업비처럼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까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모처럼 채용한 인재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고차원적 접근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채용 때문에 조직이 소진했던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우리의 교육담당자가 좀더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