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회의문화를 바꿔보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3.16

5형제 중에서 막내로 태어나다 보니 조카 애들 나이가 만만치가 않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건만 10명이 넘는 조카 애들 중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조직 내에서 간부사원을 넘보는 나이들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신입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몇 있어서 가끔은 신선한 조직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직업병 때문인지 자기들끼리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 중에 회사문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되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터넷 광고와 관련된 회사에서 신입사원으로 일하게 된 조카아이가 3년 더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사촌언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언니~ 어제는 황당한 일이 하나 있었다!”

뭔데?”

팀장이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더니 들어와서 1시간 동안 자기 이야기만 하고, 회의 끝났다고 나가버리는 거야!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래도 그건 그나마 봐 줄만해~ 아무 의견 없으면 없다고 뭐라 하지! 의견 발표하래서 발표하면 그것도 의견이냐고 핀잔만 주지! 도대체 어떻게 처신해야 될 지 몰라서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나에게 직접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니었고 둘이서 사회생활에 대한 가십거리를 안주 삼아 수다를 떨고 있는 재미를 깨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듣고 있긴 했지만, 사회 생활 입문이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들에게 선배들이, 그것도 조직의 장이라는 팀장이 어떻게 이런 자격미달의 행동을 할 수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문득 혹시 우리 조직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인간은 자기 흠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단점만 크게 보이는 단세포적 동물인지라 우리의 모습을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회사도 그렇겠지만, 우리 또한 주로 월요일에 회의가 몰려있는 편이다. 간부회의를 필두로 영업회의, 부서회의, 관계자 회의 등 수십 명이 모이는 회의부터 2~3명의 단출한 회의까지 월요일은 회의의 연속이다. 우리 또한 최근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여러 명 있다 보니 가급적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기로 작심하고 어떤 대화가 오고 가나 관찰하는 시간을 하루 종일 가져보기로 하였다. 평상시 참여하는 회의뿐만 아니라 평소 참가하지 않는 회의도 주관자의 동의를 구한 후, 내용을 관찰해 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도 조카아이들이 한심하게 생각하는 그런 회의문화는 보이지 않았다. ‘조직개발 전문가라는 슬로건 하에 조직활성화의 다양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모임이라고 자부하고 있는지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보이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침묵하는 멤버들의 의견을 도출해 내는 작업은, 그것도 진솔한 의견을 끄집어 내는 작업은 항상 높은 난이도를 요하는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회의 주관자가 어떻게 리딩해 가느냐가 관건이다. 즉 회의를 주관하는 리더의 능력이 키워드라고 말할 수 있다.

관련하여 수년 전 이맘때쯤에 회의문화와 관련된 서베이를 한적이 있다. ‘건전한 회의문화 만들기라는 타이틀의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앞서서 시장조사의 차원에서 조사한 자료였는데 이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자료를 재 구성해 보았다.  관리자 이상 직급 36, 일반직원 252명의 총 2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으며 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현재의 회의문화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관리자 35%, 비관리자 25%), 불만족(관리자 48%, 비관리자 63%), 보통이다(관리자 17%, 비관리자 12%) 순으로 결과가 집계가 되었는데, 한 가지 눈에 띄는 현상은 관리자 자신들도 회의문화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관리자, 일반직원 모두 회의문화에 대하여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약간의 입장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관리자의 불만요인의 첫 번째는 회의에 몰입하지 않는 팀원들의 자세에 있었던 것이다. 관리자들은 불만요인에 대하여 참여자세 52%, 진행방식 25%, 회의시간 15%, 기타 8%의 순으로 답한 반면에 일반직원들은 팀장의 일방적인 회의진행을(48%) 가장 큰 불만으로 답해 주었고 다음으로 명확하지 않은 회의시간 (35%)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의를 주관하는 관리자와 참여하는 일반 직원 사이에 얼마 나 큰 인식의 차가 존재하는 지 확연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아닐 수 없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의 문제처럼 팀장들은 몰입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팀원들을 탓한다. 반면 팀원들은 회의시간 내내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팀장을 탓한다. 회의내용에 대한 납득성은 두 번째 문제이다.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한다고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회의방식은 One-Way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원인제공자인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청중의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나의 명 강의에도 졸고 있다. 이 회사 수준이 참 한심하다!” 내가 아는 어느 유명인사가 예전에 A라는 회사의 강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나에게 던진 말이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신 분의 말이었기에 “A사의 수준이 그것 밖에 안 되나?”하고 A사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우연히 그 분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참석했다가 문제는 그 분에게 있음을 느낀 있었다. 청중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강의는 두 가지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둘 다 없었던 것이다.

 

유능한 강사는 참석한 청중의 눈 높이에 맞추어 강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시간을 조절한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리더는 회의를 주관하는 내내 참여자들의 눈동자를 관찰한다. 누가 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재빨리 파악하여 어떻게든 회의에 참여하게끔 유도한다. 회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참가하는 멤버들이라는 사실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납득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시간 죽이기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그에게 사전준비와 시간엄수는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