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4.21

지난 번 발송한 85번째 칼럼 의문화를 바꿔보자!에 대한 감상문 중에 다음과 같은 피드백의 글이 있어 주인공의 양해를 구하고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신대표님, 000에 근무하는 백차장입니다. 3년 전에 상공회의소 HR포럼에서 뵙고 인사를 나눈 후, 그 후로 쭉 대표님의 글을 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내 주신 거의 모든 글들이 공감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지만, 어제의 글은 저에게 있어 특히 큰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온 지 5년째가 됩니다만,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 바로 회장님이 주재하는 회의시간입니다. 3백여 명에 이르는 작지 않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장님은 거의 모든 회의를 본인이 직접 주재를 하십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열정이 넘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 눈에는 직원들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 본인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거의 모든 회의가 회장님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루어지다 보니 직원들이 점점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 以下 생략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2011년 저술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괴물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생각하지 않는 동물이 되어가고 있다, ‘무뇌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인류에 대하여 큰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세상에 내어 놓은 적이 있다. 니콜라스가 경고한 무뇌인간처럼 나는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방통행의 오너체제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는 무뇌조직의 폐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창의적 인재와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요구하는 21C 지식사회에서 로봇조직처럼 움직이는 조직이 갖는 경쟁력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에 어느 IT기업의 중간관리자 워크숍에서 있었던 일이다. 경영진 워크숍을 통해서 도출된 사업부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대하여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논의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자리로서 사업부별로 3~4명의 팀장들이 그룹을 이루어 해당 사업부의 본부장과 함께 팀별 상황에 맞추어 해당년도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도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중요한 자리였다.

 

보통 이러한 종류의 중간관리자 연수의 경우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대개는 경영진 워크숍이나 또는 사업 본부장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관리자 워크숍에 참석하여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의례적인 일인데 이 조직의 경우는 지난 번 고급관리자 워크숍 때도 그렇고 금번의 중간관리자 워크숍 때도 그렇고 대표이사가 빠지지 않고 참석을 하는 의욕을 보였던 것이다.

 

최고경영자의 열정적인 의욕에 깊은 감탄사를 보내긴 하였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지난 번 고급관리자 워크숍 때의 상황이 설마 다시 연출될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걸린 워크숍의 KPI가 전부 대표이사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부별 실행전략 또한 거의 대부분이 그 분이 낸 의견으로 채워졌던 것이다. 참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 중간관리자 워크숍 때는 반드시 바텀업의 실행전략을 도출하리라 마음먹으며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돌아왔다. 중간관리자들 또한 그들의 본부장들이 그랬듯이 모두가 입을 닫은 채 모두가 대표이사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24 48개의 눈들이 전부 세미나실 입구에 앉아 있는 대표이사만을 향해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 조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이사의 리더십과 일사 분란한 조직력이 너무나 멋져 보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분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직원들의 생각을 멈추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일사 분란한 움직임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로봇조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오전의 워크숍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가 되고 말았다. 자리를 옮겨 다니며 팀 별 실행전략을 직접 지시해 주시는 사장님의 지나친 친절(?) 덕분에 모든 팀장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부드럽게 액션플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종류의 워크숍은 그 목적이 뭔가 폼 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하다가는 페이퍼 작업을 위한 의미 없는 워크숍으로 끝날 것 같아 개입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용히 대표이사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지금 이 회사의 모든 것은 사장님이 처음부터 만든 것이니 무엇이 성공의 포인트이고 무엇이 실패의 씨앗인지 너무나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관리자들도 사장님의 지시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How2에 있어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운용되게 끔 일부러 상황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뻔히 아는 내용이라고 모든 걸 사장님이 지시하고 알려주기만 한다면 사장님의 회사는 결국 무뇌조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HBR(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조사한 위만 쳐다보는 조직의 말로라는 제목의 전문가 기고와 각종 연구조사가 담겨있는 보고서를 보여드렸다. 조사결과를 한참이나 쳐다보던 그 회사의 사장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중에 좀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미나실을 빠져 나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각하지 않는 무뇌조직이 됩니다!” 라는 용어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HBR의 연구보고서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나의 다소 건방진 돌출발언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 있던 경영본부장에게 결과가 형편없어도 좋으니 가급적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실행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말을 하게 끔 노력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 것이다.

 

사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죄값으로 다음 계약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에 최대한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고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스스로의 생각에 의해서 전략을 수립한다는 개념에 익숙해 있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활발한 의견이 오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팀 별 실행전략은 나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세련되지 못한 KPI가 눈에 많이 보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는 생각으로 내용을 다듬어서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겸한 면담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분은 손에 들고 온 보고서를 옆으로 슬며시 밀치며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무뇌조직이라는 말에 둔기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최근의 실적저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조금은 알겠습니다. 괜히 성실한 우리 직원들 탓만 한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용기를 내어 어렵게 꺼낸 말이었는데, 기대이상의 효과가 되어 돌아온 듯한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 그 회사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물론 실적도 조금씩 호전되어 갔다.

 

위의 데이터는 최근 우리회사가 전국 11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와 실적의 상관관계에서 직원들의 참여가 얼마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3년 대비 2014년 실적이 향상된 기업에서는 주요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직원들의 참여율이 26.5%에 이르는 반면에 실적이 Down된 기업의 경우 불과 8.8%에 불과하였다. 참여하지 않는 전략에 무관심해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런 무관심은 당연히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