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내 마음속의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 1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5.05.19

인사나 경영과 같은 사회과학 영역에서는 저명인사들의 이론이나 사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가끔내 마음속의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예전에 북미에서 발간된 서적 중에 『Kill Your Father』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책 제목만 보고 너무 놀라 무슨 내용인가 하는 궁금증에 정독을 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아버지를 죽여라!’의 뜻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아버지가 아니라기존의 관행, 저명인사가 만들어 놓은 사고나 가치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라!’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로 해석되어 가슴을 쓸어 내린 기억이 난다.

 

똑 같은 용어가 심리학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상담치료의 대부라 불리는 유명한 심리학자 애들러Alfred Adler가 저술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애들러는 그의 책에서 인간은 누구나가 어린 시절 주변 환경에 의해서 열등감이라는 것이 하나쯤은 만들어지고 이렇게 형성된 열등감은 성격구성의 한 요소로 작용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괴물 같은 존재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성개발과 자아성장을 위해서는내 마음속의 아버지를 하루빨리 죽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이 상담치료의 요체라고 말했다.

 

성격과 관련된 연구는 애들러외에도 여러 심리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관련하여 가장 활발한 연구활동을 한 학자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그의 제자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성격형성과 관련해서는 둘 사이에 큰 의견차이가 있었다. 프로이트는 성격형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로 성과 관련된 원초적 본능을 제시한 반면, 에릭슨은 그의 스승인 프로이트의 이론과는 약간 방향을 달리하여 인간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고 이들 과제의 성취여부에 따라 성격이 만들어 진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커다란 의견 차에도 불구하고 두 거장이 인간의 성격형성과 관련하여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하나 있다. 어린 시절에어떤 부모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느냐가 그 사람의 인성형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이어받아 애들러는인간이 발전하려는 원동력은 지난 시절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는데, 그는 여기서 열등감의 대부분은 소년기에 형성되는 것이고 성격은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내일 모레면 50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어느 중견기업에서 CFO를 하고 있는 이 친구는 매사가 전투적이고 치열하다. 그의 좌우명은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이다. 좌우명에서 알 수 있듯이 1 1초도 헛되이 보내는 법이 없다. 나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친구들은쌈닭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쌈닭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매사에 전투적인 그의 성격은 어린 시절 그를 둘러싼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나이 터울이 얼마 나지 않은 형제들 때문에 항상 양보하고 뺏기는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관심과 사랑이 형들과 동생들에게 집중된 덕분에 본인이 나서서 투쟁하지 않고는 절대 본인 몫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그는 양보를 모르는 자기중심적 인물이 되었고, 한번 그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물건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욕심 많은 인물이 되어 버렸다. 본인도 이런 자신의 성격을 고쳐보려 노력을 해 보지만 잘 되지 않아 고통스럽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지난 친 욕심만큼이나 그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열등감이 있다. 비교당하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 것 같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항상 그를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여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보다 훨씬 공부를 잘한 형과 동생을 더 예뻐해 주셨고 입만 열면 “형만큼만 해라! 동생만큼만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셨다고 한다.

 

너무나 공부를 잘한 형과 동생 때문에 항상 기가 죽어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친구는 지금은 충분히 훌륭한 스펙과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끊임없이 주변과 자신을 비교 하면서 심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어쩌다 가족 이야기가 나올라치면 똑똑한 형제들 때문에 생긴 피해의식과 그런 형제들만 예뻐해 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은연중에 묻어 나온다.

 

그 친구에게 있어 세상은 전쟁터고 재물도 사랑도 우정도 싸워서 쟁취하는 전리품으로 취급되었다. 지금은 누가 봐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씩 보이는마음속 아버지의 그림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 친구를 괴롭히는 괴물로 나타나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때가 가끔씩 있다. 이제는마음속 아버지를 놓아주라고 조언도 해 주지만 쉽게 치유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움만 더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