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상사의 고충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등록인 김영준 등록일 2018.04.25

206번째 이야기상사의 고충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주에 가산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옆 건물에 있는 1층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바로 뒷자리에서 젊은 친구 둘이서 자신들의 상사에 대해 대화하는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관심 갖고 있는 것과 관련된 대화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신기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번 건의 경우는 심지어 바로 뒷자리에서 오가는 대화였던 지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귀에 들리는 행운이 찾아 온 것이다. 여기서 행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관리자급이나 경영진이다 보니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아서이다. 설령 운이 좋아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허심탄회한 속내를 듣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처럼 젊은 친구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거짓없이 드러내는 대화의 장면은 어지간해서는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말할 만 하다. 또한 이런 살아있는 솔직한 대화의 장면은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나오면서 감사한 마음에 힐끗 얼굴을 쳐다보니 대략 30대 초반의 사원~대리급 주니어 사원들인 듯해 보였다.

"선배님, 우리 팀장님 올림픽공원 근처에 빌딩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아요?"
"응 맞아~ 그래서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거야!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위에서 뭐라고 해도 별로 긴장도 안하고, 시키는 일도 대충 하는 척만 흉내만 내고, 그런 팀장이랑 일하는 것이 행운일 것 같아? 아니면 불행일 것 같아?"
"글쎄요. 실적 안 나온다고 쪼는 것은 없으니까 회사생활 편하기는 한데 그래도 아직은 이 분야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고 선배들한테 많이 배우고 싶고 해서요. 지금은 왠지 모르게 계속 그 자리인 것 같아 조금은 불안해요. 저 부서 바꿔달라고 하면 이상한 놈 취급 당할까요?"
"물론 인사팀에서는 바꿔는 주겠지만 소문이 별로 좋게 나지는 않을 거야, 뭔가 명분을 만들어서 움직이려고 해봐, 나는 어차피 지금처럼 적당히 회사 생활하는 게 편해서 그런 생각은 안 해 봤지만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영업 3팀은 어때요?"
"거기 팀장은 실력은 좋은데 인성이 거지같다고 소문이 나 있잖아,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애들 관리는 전혀 신경을 안 쓴대, 근데 인맥은 좋아서 실적은 꽤 나오나 봐"
"그럼 인천사업장은요?"
"거기 팀장은 또 반대로 실적은 없는데 밑에 있는 애들은 엄청 잘 챙겨주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지, 거기 있는 강대리 알지? 내 입사동기잖아! 그 친구 말에 의하면 팀장이 실력은 없어도 인간적인 신뢰감은 끝내준다고 하더라고!"

그 이외에도 이런 저런 조직이 안고 있는 갈등이나 고민을 서로 간에 공유하는 시간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아쉬웠지만 나는 중간에 듣는 것을 끊고 거기를 빠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약속시간이 다가와서였다. 그들이 어느 회사에서 일하는 지는 모른다. 다만 대화 중간중간에 튀어나왔던 제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충 알 것도 같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밖에서 자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주변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무척이나 고맙긴 했지만, 그래도 회사근처에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 뒷담화를 깔 때에는 주위를 한 번 살펴보는 기본예의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바로 뒤에서 누군가 듣고 있는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상사에 대해 치부를 드러내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와 나의 궁합은 조직생활에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직원들을 구분하는 일반적인 분류법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에 자주 사용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여러분도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조직에는 4가지 부류의 직원이 있다고 합니다. 1. 인간성도 훌륭하고 실력도 있는 직원, 2. 인간성은 훌륭한데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직원, 3. 인간성은 떨어지는 데 실력은 좋은 직원, 4. 인간성도 영 별로인데 심지어 실력까지 안 되는 직원입니다. 이중에서 당신이 팀장이고 누구 하나를 데리고 일하라고 한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가 질문이다. 그러면 모두 예상한대로 1번을 꼽는다. 당연한 결과이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또 한 명의 직원을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를 택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다소 고민하는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4번은 고르지 않는다. 2와 3사이에서 약간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백, 수천 명의 관리자들을 상대로 질문을 해서 얻은 결과는 9:1의 비율로 2번을 택한다는 사실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답을 한다. "실력 없는 놈은 두드려 패서라도 데리고 갈 수 있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는 놈은 두드려 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친구하고 같이 일해봐야 돌아오는 건 배신감입니다." 다들 한 번쯤은 경험이 있다는 듯이 이 대목에서 격하게 공감을 한다.

자 그렇다면 입장을 바꿔서 팀원들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팀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팀원들이 만약 상사를 고르라고 한다면 어떤 상사를 고를까?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이 질문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 질문이냐? 는 것이다. 팀장들을 상대로 한 질문은 팀원선발이나 팀원배치는 거의 팀장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인사를 단행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이나 생각은 무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팀원들이 팀장을 고를 수 있는, 선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인사를 하는 회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전혀 없지는 않다. 간혹 가다 팀원들이 팀장을 선택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벤처기업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건 매우 드문 케이스의 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팀원이 기존의 팀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다른 팀장 밑으로 옮겨가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위에서 제시한 문제는 너무 비현실적인 것이다. 대신에 이런 질문이 적합한 질문이다. "팀장이 나와 맞지 않을 때는 어찌하시겠습니까?" 팀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사의 종류는 딱 2가지만 존재한다. 1. 나와 코드가 맞는 상사, 2.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상사만 존재할 뿐이다. 팀장 정도가 되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고민을 하는 것이다. 업무능력은 중간이상은 하기 때문에 조직을 이끄는 관리자로 승진을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성적인 면에 있어서 나와 코드가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만 해결이 되면 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일반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는 이걸 가지고 질문을 던져 본다. '현재의 팀장과 그래도 코드가 잘 맞는 편이다'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로 나누어 질문을 던져 보면, 항상 대답은 5:5로 나온다. 팀 멤버들은 절반은 만족, 절반은 어떤 이유로든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조직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편한 상사와는 어떤 관계설정을 하면 좋을까? 조직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어떻든 지금의 상사와 원만한 관계설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문제를 고민할 때는 무엇보다도 팀장, 또는 본부장과 같은 직책이 갖는 무게나 책임감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이 되어야 한다. 보직을 맡게 되면 위로부터의 기대치를 전달 받게 되는데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 수록 더 심해지는데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일반직원들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팀장이 되고 처음에는 "우리 팀원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알아 주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데, 이런 기대감은 얼마 안 있어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심하면 분노로 바뀌게 된다. "나는 이렇게 죽어라 일하는데 왜 멤버들은 희희락락(嬉嬉樂樂) 주말에 놀러 갈 생각만 하는 거지? 팀 실적에 대한 고민을 왜 나만 해야 하는 거지?"와 같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며 미친 듯이 자기 일에만 매달리는 행동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팀장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데 제가 뭘 도와드리면 좋을까요?"라고 위로 섞인 말을 건넨다면, 아마도 팀장의 눈에 눈물이 고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코드가 맞지 않아 불편했던 관계는 봄눈 녹듯이 녹아 없어질 것이니 꼭 실천해 보기 바란다.

다음으로는 나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자신의 상사와 관계가 불편했던 사람들을 보면 대개 그 사람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조직에 잘 융화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팀 회식에 불참하거나, 무슨 일이라도 같이 할라치면 항상 급한 일이 있어서 빠진다거나, 멤버들 경조사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거나, 하는 사람이다. 혹시나 나에게 이런 행동특징이 있다고 한다면 팀장과의 불편한 관계는 나에게서 나온 거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고치면 관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팀장이 자주 찾는 동료의 행동특징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들 중에서도 팀장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기면 일을 맡긴다든지, 같이 해보지 않을래? 하는 식으로 특별히 신뢰를 보내는 동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한번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그 친구는 그 친구고,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데요!"의 반응이라면 조직과 팀장에게서 인정을 받기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더 이상 말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상사에게서 인정받는 부하직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인정받는 동료가 왜 인정을 받는 지는 알아보는 것이 기본자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해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면 조용히 이력서를 준비해서 취업사이트나 헤드헌터에게 보내 두기 바란다. 물론 담당임원이나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부서를 옮기는 일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데, 부서를 옮기기 위해서는 현재의 팀장과 나 사이에 무엇이 문제인지? 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아주 소상히 작성해서 경연진과 인사팀에 제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장과의 불화로 부서를 옮긴다는 것은 사내에 순식간에 퍼질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사람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문서로 제출한 나의 모든 기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홍글씨처럼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족쇄가 되어 나의 커리어에 방해가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팀장을 비난하는 내부고발자가 되는 것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그냥 코드가 안 맞아서요"라고 한다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용히 다음 커리어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직은 최대한 현재의 직장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끔 퇴사를 하고 직장을 알아보는 후배들을 보게 되는데 별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다. 일단 퇴사를 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유발하여 원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불편한 상사와 어떻게 관계개선을 할 것인가? 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러 조언을 하긴 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감(共感)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상사의 직책에 대한 공감, 상사의 스트레스에 대한 공감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조금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서 불편한 마음도 점점 사라지지는 내면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팀을 이끄는 팀장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그를 따르는 멤버들의 마음가짐도 결코 가볍지가 않아서 적어 보았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205번째 이야기 :일과 재미에 대한 매칭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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