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우리회사 고문관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4.0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30번째 이야기 「우리회사 고문관」


일요일 밤의 TV프로그램 중에 '진짜 사나이'라는 군대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공주들이 좋아하는 잘 생긴 남자 연예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얼마 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내와 아이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이들: 엄마! 고문관이 뭐야?
마누라: 고문관? 글쎄? 군인들 생활하는 것 돌봐주는 ‘생활 지도사’나 ‘어드바이저' 같은 것 아닐까?
아이들: 근데 왜 저기서는 우리부대 고문관을 다른 부대로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마누라: 아마 문제가 있는 다른 부대에 보내서 그 곳의 군인아저씨들이 잘 생활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지(^^)
신경수: *#&@#^$!

군대에 다녀온 남자든, 다녀오지 않은 남자든, ‘고문관'이란 단어를 모르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남자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언어인 ‘고문관'이란 단어가 우리 집 여자들에게는 또 저런 식으로 해석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한 동안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남자들 사이에 고문관하면 얼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이미지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 이다. 이해력이 부족한 걸 넘어서 엉뚱하게 해석하는 바람에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를 내 놓는 사람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멀미약을 사오라고 했더니 설사약을 사온다거나, 잔디를 깎으라고 지시 했더니 잔디밭에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

나 또한 입대동기 중에 고문관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 때문에 한 동안 예정에 없었던 고생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동기들 연대책임을 강조하는 군대에서는 동기의 실수는 나의 실수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영혼의 입대동기가 저지론 실수로 인해서 우리 동기들은 가끔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운명에 없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겨울 동계훈련 도중에 행군을 지휘하던 선두 차량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고 1시간을 눈보라 속에서 보낸 적이 있었다. 선두차량의 운전병이었던 동기녀석이 훈련 시작되기 직전에 연료를 넣으면서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지프에 화물차나 버스에 들어가는 경유를 넣어 버린 것이다. 한 동안 대소동이 일어났고, 결국 훈련이 끝난 후에 이 친구는 다론 부대로 전출이 되어 버렸다.

놀라웠던 점은 군에서만 쓰는 용어인 줄 알았던 고문관이 사회에서도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시절의 일이다. 조직개편으로 옆에 있던 부서가 우리와 합쳐지면서 갑자기 새로운 사람들과 생활하게 되었는데, 내 옆 자리로 자리배정이 된 동료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경수씨, 저기 보이는 박대리 보이지~ 우리 팀 고문관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

이런 큰 회사에 고문관이 있다는 사실이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았다. 다들 서울시내에 있는 4년제 대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입사한 멀쩡한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말귀 못 알아먹는 고문관이 있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같은 날에 입대한 동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고문관의 다양한 행동 특징을 익히 경험한 터라 두려움과 걱정 또한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나갔다. 관심이 생길 때부터는 평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는 '소머즈의 법칙'처럼, 그 때부터 박대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유난히도 크게 부각되어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박대리는 고문관이 아니라 직장상사의 가혹한 괴롭힘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불쌍한 샐러리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대리의 하루 일과는"왜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 그런 우중충한 옷을 입고 출근을 했느냐?"는 부장님의(지금으로 치면 팀장) 복장지적부터 시작이 된다. 아침마다 치러지는 정기 미팅에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으면서 유독 박대리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그것도 의견이냐!"고 윽박을 지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시와 폭언은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하루는 박대리에게 조용히 물어본 적이 있다. "박대리님은 왜 부장님 지적에 그냥 참고만 있으세요? 제가 보기에는 부장님이 좀 지나치신 것 같은데!"라는 나의 질문에 "이상하게 부장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가 없네요. 제가 너무 주눅이 들어 있나 봐요.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실수를 한번 한 적이 있거든요. 그 후로는 이상하게 부장님 앞에만 서면 긴장이 되요.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 후로 박대리는 3개월을 더 버티다가 회사를 떠났다.

그 후로 박대리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나도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 머릿속에서 그 친구의 존재감도 잊혀져 갔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그 친구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친한 후배가 미국으로 PhD를 밟으러 갔는데 그 대학에 박대리가 이미 건너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본인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MBA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어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피그말리온 효과'에 나오는 실험과 같이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에 따라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나누어지는 학생들처럼, 조직에서의 저성과자(C-Player)의 문제도 사실은 조직이나 그들의 매니저의 영향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할 만한 서베이 자료가 있어 소개해 본다. 아래의 결과는 수년 전에 직장인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중에 포함된 문항 증의 하나이다.

표01

정리해 보면, 본인의 자질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1.8%, 조직의 문제라고 답한 사람이 33.1%, 매니지먼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34.4%로 집계가 되었다. 조사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조직의 골치덩어리로 여겨지는 저성과자 문제는, 사실은 '본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사실 본인의 자질 또한 엄밀히 말하면, 조직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이나 "이번에 우리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최고중의 최고입니다. 우리는 항상 심혈을 기울여 최고의 인재만을 선발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공지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발한 최고의 인재가 알고 보니 바보였다고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군 생활을 완전 꼬이게 만든 그 입대동기가 선천적으로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진 고문관 이었는지, 아니면 직무 부적응으로 이상징후를 일으킨 후천적 고문관 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고시 공부를 하다 들어온 친구였는데 본인은 원래 행정병을 지원했는데, 운전병으로 보직을 받는 바람에 부대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 이 친구의 인생경로 또한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우리 마누라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여보~ ‘고문'하고 '고문관' 하고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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