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은혜는 새기고 베푼 것은 잊어버리자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8.3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50번째 이야기 「은혜는 새기고 베푼 것은 잊어버리자」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안 좋은 버릇중의 하나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는 생각이 들라치면, 서운한 감정에 금방 화가 난다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 이제는 가슴 한 구석에 꽈리를 틀고 앉아 몇 일을 서운해 하는 일이 적지가 않다. 예전 같으면 “주기만 하고 받지는 말자”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것들이 이제는 ‘Give 와 Take’를 하나씩 따지는 치졸한 행동을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오래 전 있었던 에피소드를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보며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

(아래의 글은 2012년10월에 신경수칼럼에 올린 글이다)
맑고 푸른 가을하늘이라는 동요의 한 구절처럼 참 깨끗하고 기분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하늘의 연속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단풍구경 가자고 유혹하는 전화가 빗발치듯 오지만, 주말마다 걸려있는 예식장 행사에 단풍구경 갈 짬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이다. 1년 중 지금이 가장 놀러 가기도 좋고 결혼하기도 좋고 뭐 그런 황금계절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지난 주도 예외 없이 결혼식 행사가 있었다. 조카가 시집을 간다고 해서 일요일 아침 일찍 형님과 함께 광주행 KTX에 몸을 싣고 고향에 내려간 것이다. 화려한 예식과 치열한 식사전쟁(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건 좀 어떻게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이 끝나고, 올라오는 차편에 약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예식장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형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왠 산적같이 거칠게 생긴 남자가 내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혹시 경수형님 아니세요?”
“누구세요?”
“아~ 맞구나! 형님~ 저에요~ 승환이~ 박승환! 다섯 번째 이모 아들!”
“아, 그래 승환이구나!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오랜만이다. 승환아^^”

우리 외할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세 분의 부인을 두셨고 그 분들과의 사이에 열 분의 따님과 한 분의 아드님을 두셨다. 아들 하나 보려고 참 다양한 가족사를 만드시는 바람에 우리 어머니 형제간은 남들과는 다른 좀 복잡한 관계로 엮이게 되는데, 이렇게 배가 다른 이모님이 많다 보니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한 채, 몇 번째 이모, 뭐 이런 식의 호칭으로 서로간에 불려지게 되었다. 위의 글에 등장하는 승환이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잠깐 같은 동네에 살았던 5번째 이모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몇 년간 잠깐 같은 동네에서 살다가 승환이네가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줄곧 떨어져 살았는데, 그 때의 승환이가 지금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보기까지 무려 30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승환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 승환아 정말 오랜만이다. 지금은 뭐하고 지내니?”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하고 있어요”
“아~ 그래~ 잘되었구나(^^). 학교 선생님이 최고지!”
“근데 형님 그거 아세요? ‘학교선생 해야지!’하고 마음 먹은 게 경수형님 영향이 컷 다라는 거! 형님 다니던 고등학교가 저희 집 바로 옆이었잖아요. 부모님 일하러 가시고 저하고 동생만 있는 집에 학교 끝나면 항상 들러서 저희를 보살펴 주셨잖아요. 동화책도 읽어주고 옛날 이야기도 해 주고, 숙제도 도와주시고, 마치 선생님처럼 저희들을 돌봐 주셨잖아요. 그 때의 추억이 저의 진로를 결정하게 한 것 같아요~”

나는 생각도 나지 않은 일들을 승환이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한참이나 끄집어 내서 이야기를 하는데, 미안한 마음에 “그랬지~ 그런 일이 있었지~~~”등등 맞장구를 처 주긴 했지만 솔직히 나는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사건이 있고 한달 후, 나는 무려 20년 동안 그리워하며 찾아 헤맸던 선배를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지라 잊지 못하고 재내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우연히 그 선배와 조우하게 된 것이다.

때는 1993년 여름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나는 미국의 UCLA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밟은 적이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썸머스쿨이었는데, 조금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젊은 아저씨 한 분이 눈에 띄었고 서로가 코리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부터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수업도 같이 듣고 주말이면 장거리 여행도 같이 가고, 우리는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코스 종료 1주를 남겨두고 그 분이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마지막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나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그 후로 20년이 흘렀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안착하게 된 나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TV에 사랑을 싣고」담당자에게 보낸 적이 있다.
“안녕하세요.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랑을 주신 그 분을 마지막에 작별인사도 없이 헤어진 게 너무 아쉽습니다. 그 때 받은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합니다. 그분을 찾아주세요. 알고 있는 그분의 신상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록 TV에 채택은 되지 않았지만 그 분과 같은 대학을 나왔거나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이렇게 수소문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분과 같은 회사출신의 선배에게 이런 사연을 애기 했더니,
“어, 종화? 내가 아는 후배인 것 같은데, 맞아 그 때라면 그 친구 우리회사 지역전문가 과정에 선발되어 미국에 있을 때인 것 같은데, 기다려봐~ 지금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
”종화야~ 너 혹시 신경수라고 아냐? 일본에서 공부한 신경수”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다소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왜 개를 몰라,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 때 한국에서 가족들이 와가지고 몰래 여행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지. 형도 알다시피 지역전문가는 가족들 들어오면 끝장이잖아.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여행을 갔었지. 근데, 여행 끝나고 돌아와 보니 경수가 보이질 않는 거야,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내 연락처 주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만났다. 이야기를 하며 새록새록 느끼게 되는 사실이, 종화 형은 나에게 베푼 것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30년 만에 만난 박승환 선생님 앞에 마주앉은 신경수처럼, 내 머릿속의 종화 형은, 꼭 찾아서 은혜를 갚아야 하는 고마운 분으로 새겨져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전혀 기억을 못한 채, 단지 귀엽고 씩씩했던 사랑스런 동생과 함께한 기억만 가지고 계셨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평소에 “받은 것은 가슴에 새기고 베푼 것은 잊어버리라” 라는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하셨다. 베푼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것을 되돌려 받지 못할 때 그 사람을 미워하고 서운해 하는 마음에 분노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베푼 것을 잊어버리고 산다면, 설령 베푼 것이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서운한 마음이 생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받은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가짐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의 말씀은 언제 들어도 나에겐 큰 감동이다. 크고 작은 상처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 어머니의 지혜로운 말씀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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