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동전의 양면을 보는 지혜를 주소서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4.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66번째 이야기 「동전의 양면을 보는 지혜를 주소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위주로 생각하고, 자기위주로 판단을 하며, 자기위주로 주변환경을 설정하는 이기적 동물이다.『이기적 유전자』를 쓴 영국 옥스퍼드대의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교수가 한 말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이런 인간의 기본적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듣고 결정을 내린다면 커다란 낭패를 보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판교에 있는 어느 IT기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친한 후배 하나가 예정에 없던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은 사건이 있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일류 벤처'의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그 회사가 벌이고 있는 해외사업의 활동상이 집중적으로 소개가 되었는데, 방송에 나간 긍정적 모습만 가지고 본다면 "우와, 저 회사 정말 멋있는 회사다. 우리 회사는 국내서만 움직이는 조그만 구멍가게인데, 저런 회사에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로 잘 포장된 보도였다.

평소 해외비즈니스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던 후배가 뭔가에 홀린 듯,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방송에 소개된 그 회사로 이직을 해버렸다. 그러나 회사를 옮기고 3개월도 채 안되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선배, 그 회사 야근이 너무 심해요. 전에 다니던 직장은 6시만 넘으면 자연스럽게 퇴근하는 분위기인데, 여기는 저녁 10시까지도 퇴근을 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다. 그 벤처기업은 야근이 많은 회사로 유명했다. 해외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사는 '주야간 24시 대응시스템'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았는데, 사실은 그 시스템이 내부 직원들의 야간근무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빅브러더(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주인공)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은 절대 방송을 타지 않았기에 TV를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멋있는 회사다"라는 말만 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음과 양이 있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항상 공존하는 것이다. 행복하게 보이는 것들도 사실 그 이면에는 불행한 면을 어느 정도는 안고 있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내가 가진 행복은 보지 않고 상대방이 가진 좋은 것만 탐내고 있다. 그 만큼 인간은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균형 잡힌 판단을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의 소리에 치우치지 않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유리한 쪽으로 변명을 하고 자기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는 사례가 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국가간 분쟁에 있어서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나 같은 보통사람들이 내 유리한 쪽으로 받아들이는 건 그렇다 치고, 가장 객관적인 관점에서 오로지 팩트만을 전해야 하는 언론의 영역에서도 똑 같은 사고의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는 건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일본의 공룡기업 도시바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경제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적이 있다. "무리한 투자가 부른 도시바의 몰락"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원전에 대한 투자실패가 결국 105년 역사를 가진 도시바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라는 제목이었다. 나타난 현상위주의 사실적 접근으로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결과위주의 사실적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뉴스포멧이었다.

일본유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같이한 선후배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회사여서 그런지, '도시바의 몰락'이라는 제목은 그냥 쉽게 보낼 수가 없는 기사였다. 좀더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구글에 들어가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도시바 몰락'의 원인분석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일본의 기자들과 미국의 기자들 사이에 상당히 큰 시각 차가 존재하고 있음이 발견된 것이다.

도시바는 사업확장을 위해 2006년 미국의 원전설계업체인 WH(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면서 미국의 원전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런데 WH가 10조원 상당의 손실을 내면서 모기업인 도시바의 재무 건전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고, 급기야 도시바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가전사업, 메모리사업 등의 주력기업들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물론 손실의 진원지였던 WH에 대해서도 파산신청을 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 이르는 원인분석을 함에 있어서 일본과 미국의 기자들 사이에 확연한 인식의 차가 존재했는데, WH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일본의 기자들은 WH에서 일하는 미국의 경영진들이 일본의 경영진들을 속였다고 보도했고, 미국의 기자들은 일본경영진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다음은 일본의 경제주간지 <Nikkei Business>의 篠原 匡(시노하라 다다시) 뉴욕 지국장이 4월4일 게재한 탐사보도의 한 구절이다. "취재결과 WH의 근로자들은 한달 내내 아무 일도 안하고 월급만 받아갈 때도 적지 않았는데, 하지도 않은 일을 마치 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여 인건비를 타가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았다. 경영진들은 이에 대해 '원전사업이라는 것이 일이 몰릴 때면 정신 없지만 없을 때는 몇 달이고 놀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월급을 주지 않으면 실력 있는 기술자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했지만, 자신들의 업무태만을 숨기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저널은 이런 일본인의 시각과는 사뭇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의 <The Wall Street Journal> 3월30일자에 Jonathan Randles 기자가 올린 기사에 따르면, "순조롭게 진행되던 미국 원전사업이 커다란 벽에 부딪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인데, 도시바의 경영진들은 WH의 사업부진을 미국 연방정부의 정책변화로만 돌리고 있다. 지금 현재 4개의 원전이 건설 중에 있기 때문에 투자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문제될 것이 별로 없는데 겁쟁이 일본인들은 WH를 법정관리로 몰아가고 있다"라는 말로서 도시바 경영진의 WH사업포기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었다.

논쟁이나 분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의 사례는 '도시바'같은 민간기업뿐만이 아니라 국가간의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라고 불리는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배치 문제와 관련되어 흥미로운 토론회가 있었다. 2월초 우리나라의 대표적 해외채널 아리랑TV에서 중국의 관영매체 CGTN(China Global Television Network)과 공동으로 THAAD배치와 관련하여 위성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 결과를 떠나 이런 시도를 했다는 그 자체는 정말 훌륭했다)

토론회에는 관료나 군사전문가는 배제하고 순수하게 민간학자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초청되어 자기 쪽 주장을 열심히 설파했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던 한국과 중국의 아나운서, 기자들도 자국에서 주장하고 있는 논리를 펼치며 상대방을 설득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자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야말로 중간자적 관점에서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는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논쟁이 격해지다 보니 서로간에 자국학자들의 편을 들어가며 토론을 유지해 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물론, 당연히 우리는 왜 THAAD가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으로 중국 쪽을 설득하려 하고, 중국의 학자들과 아나운서는 왜 THAAD가 중국안보에 위협적인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는데 주어진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유명 학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객관적인 사실위주의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기자, 아나운서들 조차도 자국위주의 해석과 해설에서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논쟁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이럴 진데, 하물며 나 같은 보통사람이 내가 아는 사실을 근간으로 주관적인 생각의 틀을 만들고 내 의견을 개진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잊지 말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가능하면 반대편의 의견도 같이 경청하고,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한 쪽의 의견은 항상 '절반은 거짓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깔고 의견을 수렴한다면 비교적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동전의 양면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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