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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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조직에서의 '제노비스 신드롬' 현상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3.21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64번째 이야기 「조직에서의 '제노비스 신드롬' 현상」


1964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정체불명의 한 남성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뉴욕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살인사건 하나쯤은 그렇게 큰 주목을 받을 일도 아니었다.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이 뉴욕을 넘어 미국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유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무려 36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 있었다(사건 발생 1년 후에 피해자 남동생의 끈질긴 조사로 최초 목격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당시의 사건을 대서특필한 뉴욕타임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제노비스 살인사건을 이렇게 묘사했다. "한 생명이 위험에 처해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수십 명의 목격자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책임회피가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던 젊은 여성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당시 미국 전역에 퍼져가던 ‘사회적 무관심현상’을 제노비스 사건과 연결시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훗날, 사건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제노비스 사건의 기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어나자 당시 사건을 취재한 로젠탈기자는 "목격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하며, “눈앞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도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심리적 상태를 기사로 다루고 싶었을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매스컴에서는 "서구사회의 개인주의적 문화가 제노비스 사건의 본질이다"라는 인류문화 전문가 들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우리라는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말로서 동양문화의 공동체 의식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다음의 사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985년 6월18일 일본 오사카, 기타구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2000억엔(당시 우리 돈으로는 7500억원)이 넘는 고객 돈을 가로챈 도요타상사의 나가노가즈오(永野一男)회장이 이날 구속된다는 정보를 듣고 기자들이 현장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도요타상사는 자동차로 유명한 도요타그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이며 사건의 주인공인 나가노회장은 '다단계 금괴펀드'로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 때문에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오후 4시, 괴한 2명이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노의 집 앞으로 접근했다. 괴한들은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의 부탁을 받았다. 나가노회장을 죽이러 왔다"라고 말하며 품속에서 칼을 꺼냈다. 그들은 태연하게 창문을 깨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비명이 들렸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온 괴한은 "경찰을 불러라, 내가 나가노회장을 죽였다"라고 소리쳤다.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 도요타상사 나가노회장 살인사건이다. 나가노는 머리와 복부 등 13곳을 난자당했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33세였다. 당시 현장에는 취재진이 있었지만 아무도 괴한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된다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의 대표적 사례로 MBA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수십 명의 기자들이 나가노회장의 집 앞에 모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책임감분산’이다. 특정 상황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개인에게 돌아가는 책임감의 정도가 작아지고 이로 인해 도움 행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이론으로서 최초 출처는 서두에서 언급한 제노비스 살인사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고 보면, 방관자효과는 “서양이냐? 동양이냐?”하는 문화적 차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서 "어느 상황에서 책임감이 발생하게 되는가?"와 같이 인간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테마라고 볼 수가 있겠다. 그렇다면, 이것을 조직의 상황으로 대입해 보면 어떤 상황이 연출이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항상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명 'Everybody`s Job is Nobody`s Job'이라고 불리는 '책임감분산현상'이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일명 '겸무(兼務)'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에게 여러가지 일을 맡기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데, '책임감분산' 현상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사례로 많이 인용이 된다. 어느 특정인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맡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인건비의 절감이나 채용의 어려움 때문에 관련된 주변 포지션을 맡기다 보니 '기획실장 겸 관리본부장' 또는 '연구소장 겸 생산본부장'과 같이 한 사람에게 복수의 포지션을 맡기는 현상이 종종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겸무(兼務)'라는 이름의 타이틀은 성과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물론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의도한바 대로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마도 여러가지 직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를 실패해도 용서가 된다는 암묵적 합의와 함께 동시에 여러가지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능력의 한계도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나는 주변에 있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을 하나 돌려보았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 외에 또 하나의 타이틀을 부여 받았을 때, '더욱 더 책임감이 앞선다 VS 실패해도 변명거리가 있다' 중에서 우선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제목으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주변의 가까운 후배 35명 정도가 "선배님 이런 난처한 질문을 던지시면 어떡합니까?"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결과가 취합되면 꼭 알려달라는 요청을 덧붙여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내주었다.

그래프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한 사람에게 여러가지 일을 맡긴다는 것은 긍정적 결과보다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혹시나 하는 기우에서 "그 사람이 정직하다거나 불성실하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것은 단지 서두에서도 인용했듯이 '책임감분산효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의 결과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나는 아직도 많은 조직에서 시행하고 있는 복수의 포지션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조직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우리 회사에서도 일부 '겸무(兼務)'라는 이름으로 특정인에게 복수의 포지션을 맡기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왔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방관자효과’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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