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혁신적 사고는 無에서 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등록인 장우성 등록일 2018.05.15
아인스파트너
208번째 이야기
「 혁신적 사고는 無에서 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소개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이미 세상에 나와있고 이미 쓰고 있는 정책을 보면서 "별거 아닌 것을 가지고 왜들 저리 난리지? 그거 누가 생각 못해?"라고 쉽게 말을 던지지만, 그걸 처음 생각해 내는 일 자체는 정말 대단한 창의와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엄청난 혁신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도 생각 못한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하여 광고업계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일화 하나가 있다. 바로 2009년에 있었던 현대자동차의 '환매조건부 판매'와 관련된 전무후무한 환불정책이다. 당시의 상황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2007년 리먼사태의 영향으로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큰 불황을 겪게 되는데, 현대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이었던 조엘 이와니크(Joel Ewanick)는 당시의 상황을 “공포로 인한 불황(recession of fear)”이라고 말하면서 "현대자동차도 기존 자동차 산업의 방정식에서 이런 공포를 제거하기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광고의 시대>라는 잡지에 게재했다고 한다.

아래의 내용은 당시에 현대자동차가 기존의 방정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행에 옮긴 혁신적 아이디어와 관련된 기사내용이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2월 1일 슈퍼볼 중계방송 중에 방영된 광고를 통해 고객들에게 특별한 판매조건을 제안했다. “융자나 리스 조건으로 현대차를 구입한 이듬해에 직장을 잃은 고객은 신용등급에 아무런 영향 없이 차를 반환할 수 있습니다.” 다음달에는 이 광고를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 중에 아홉 차례 내보냈다.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GM이 포기한 광고 시간을 이용했다. 이런 환매조건부 판매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매출은 2009년에 8%, 2010년에 24% 증가했다. 더욱이 현대가 다시 사들여야 했던 차는 350대에 불과했다. 고객에게 큰 재정적 의무를 지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그런 위험을 감당하기에 회사가 고객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 없는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차의 반환에 따라 회사가 입는 피해는 대출을 갚지 못해 고객이 입어야 하는 피해에 비하면 심각성이 덜하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면 교통수단(차)을 팔아야 할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하락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새로운 판매모델은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있으므로 우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지만, 해당 기업의 제품 구입을 고려하지 않았던 사용자에게 제품의 장점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출처: HBR 2015년 7월호 '혁신이란 무엇인가'에서 인용)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당시로서는 참 혁명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혁신적 아이디어 덕분에 현대자동차는 일제승용차를 선호했던 상당량의 고객들을 현대자동차로 유입시키는데 성공을 거둔다. 이처럼 남이 하지 않은 생각이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손재주보다는 머리가 좋은 민족인지는 몰라도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혁신제품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게임, 음악, 문화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의 혁신은 그래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누가 나에게 지금까지 나온 제품이나 상품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난타공연'과 '카카오톡서비스'를 들고 싶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이 상품들을 베스트 혁신상품으로 꼽는 이유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판매정책과 같이 '유저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혁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고유명사로서의 난타는 본래 PMC프러덕션의 송승환 대표가 기획한 비언어적 퍼포먼스를 표방하는 하나의 행위 예술이다. 송 대표는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난타의 개념을 미국의 The Blue Men의 '튜브스'와 영국의 '스텀프' 등이 공연하는 비언어적 퍼포먼스 공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송 대표는 이들 공연을 보면서 공연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이 입을 열어 목소리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소리와 색채 그리고 동작을 통한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우리문화의 특징인 사물놀이와 마당놀이의 형식에 접목을 시켜 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난타인 것이다. 1997년 10월 호암아트홀에서 초연한 이래 20년 넘게 장기 공연하고 있으며 난타 전용극장도 서울과 제주를 포함 총 4군데에 포진해 있다. 2018년 1월 기준으로 난타의 누적 관람객수는 1,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어린이 난타'까지도 등장하여 전국 순회공연을 다니고 있다고 한다. 제작과 기획은 PMC프러덕션에서 맡아서 하고 있으며, 참고로 PMC프러덕션은 1996년 12월 송승환 대표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서 본래는 소규모 연극 공연을 기획하는 조그만 회사였으나 난타의 흥행에 힘입어 뮤지컬 위주의 공연을 기획하는 대형기획사로 성장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카카오톡서비스'를 들 수가 있다. 카카오톡의 아이디어를 낸 김범수 의장은 한 번도 어려운 벤처신화를 두 번씩이나 써 내려간 위대한 인물이다. 첫 성공은 게임회사에서 이루었다. 1992년에 삼성SDS에 입사했으나 1998년 사표를 내고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임회사를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두는데, 바둑, 장기, 고스톱과 같은 일상적인 놀이를 온라인에서 구현한 것이다. 한게임은 이후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와 합병하게 된다. 그는 2007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아이폰을 접하고 모바일어플리케이션의 미래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귀국하여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하여 스마트폰용 앱으로 10개의 카카오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전용의 메신저어플리케이션이다. 난타처럼 카카오톡 또한 김 의장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 상품은 아니다. 스카이프(Skype)와 왓츠앱(Whats app)이라는 상품이 카카오톡이 출시되기 이전부터 서비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 는 이들을 모방하여 만들었지만 서비스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여 서비스의 내용과 질을 개선해 나가는 유저기반의 편이성이 큰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네비게이션, 택시호출, 대리기사, 주차장의 확인 등과 같은 교통서비스 기능에서 사람들은 차별적인 편리성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이모티콘과 같은 새로운 수익구조의 창출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런 생각은 누가 하는 것인지 궁금증이 일 정도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리고 최근에, 아주 오랜만에 난타와 카카오톡에게서 느꼈던 나의 지각(知覺)을 자극하는 신선한 회사하나를 발견했는데 배달주문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다. 우리에게는 회사이름보다 그들이 배포한 앱의 이름인 '배달의민족'이라고 하면 "아~~~"하는 탄성이 나올 것이다. 암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3월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봉진 사장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원래는 전화번호부 앱을 만들려다 수익성과 이용률이 적다고 판단하여 전화를 자주 사용하는 분야인 배달로 비즈니스모델을 수정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은 개인회사로 시작하였지만, 사업수완을 인정받아 여기저기서 투자를 받게 되는데 큰 금액만 애기하자면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힐하우스케피털에서 570억, 네이버로부터 350억을 투자 받았다고 한다. 현재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식음료의 매출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3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배달음식 전체규모가 업계추산 약 1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하나의 회사가 전체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처럼 업계의 주목을 받아가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만들어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케팅을 참 잘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내가 그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순히 마케팅을 잘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마케팅에는 타깃고객을 향한 혁신의 아이디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세상인들을 위한 '글자체의 보급'과 작년에 있었던 '치믈리에' 자격시험인데, 우선 글자체의 보급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실 한글의 다양한 글자체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보급하는 사업은 다른 회사들에서도 많이 했던 사업이다. 이를 '폰트마케팅'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가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나눔글꼴' 캠페인이다. 이 외에도 인터파크, 다음과 같은 회사들도 자사이름이나 브랜드이름을 붙여 무료로 한글폰트를 배포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에서 배포한 서체가 유독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글자체가 다른 폰트에 비해 친근하면서도 재미가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본래 서체보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식당간판용으로 업주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재미있는 글자체는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야만 하는 대학생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큰 지지를 얻으면서 지금은 학생들 PT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체가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와인감별사인 '소믈리에'를 모방한 일명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만든 것이다. 2017년 7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최초의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치믈리에는 치킨 소믈리에, 즉 치킨 감별사라는 뜻이다. 나눠주는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어느 브랜드의 어떤 메뉴인지를 알아맞히는 시험인데, ‘배달의민족’이 마련한 이 장난스러운 행사에 500명이 응시해 100여 명이 치믈리에 자격증을 받아 갔다고 한다. 공중파 TV를 비롯해 각종 언론매체에 보도가 되고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금액으로 치면 수백억의 광고효과를 보았다고 하는데 효과를 본 광고금액을 떠나 ‘치믈리에’라는 장르를 만든 그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또한 현실에 지친 학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개최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각종 패러디가 더해져 화제가 화제를 부르는 눈덩이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고3수험생인 딸아이가 "'치믈리에'라고 들어봤어?"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말했을까.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창조하려면 기존에 알고 있는 전통적인 상식을 근본적으로 뒤집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마케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런던경영대의 존 멀린스(John Mullins) 마케팅학과 부교수는 "혁신은 1.시대에 뒤진 구매나 사용체험, 2.비용카테고리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 3.고객의 심각한 재무적 리스크, 4.나태하거나 의욕을 잃은 직원, 5.제품이나 서비스의 악성부작용 중에서 어느 하나를 제거했을 때에 비로소 생겨나기 시작한다"라고 말을 했는데,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배달의민족을 보면 멀린스 교수가 제시한 5가지 요소가 전부 제거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1~3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4에 해당하는 '나태하거나 의욕을 잃은 직원'과 관련해서는 "700명의 직원 중에서 그런 직원은 한 명도 없을 거에요"라고 말하는 후배(배달의민족에서 고객관리를 담당하고 있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으로 승부를 거는 혁신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써 보기는 했지만, 잘 관찰해 보면 위에서 사례기업으로 소개한 난타, 카카오톡, 배달의민족 모두가 전혀 없던 無에서 有를 만들지는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조건부판매'정책도 전혀 없었던 정책은 아니다. 이미 다른 업종에서는 많이 시행하고 있었던 정책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에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남들이 가볍게 보아 넘겼던 성공요소들을 이들은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철저히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고객눈높이에 맞추어 멀린스 교수가 제시한 5가지 기준에 넣어서 버무리고 다듬어서 재탄생을 시킨 것이다. '혁신적 사고'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찾는다고 한다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창조는 기존의 것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가공하는 것일 뿐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 당장 고객이 느끼는 결핍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기를 권유해 보고 싶다.


● 신경수의 지난 칼럼보기
207번째 이야기 : 「 비저너리(Visionary) 경영이란 이런 것이다. 」

(주)아인스파트너 대표이사 신 경 수
Address: (135-090)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로95길 15 천해빌딩 3F
T: +82-2-523-3592 / H: +82-10-8914-3592
Direct: 070-7600-1901 / F: +82-2-588-8057
◆ ksshin@ains.co.kr / www.ains.co.kr
대표이사 신경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