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일과 재미에 대한 매칭이 중요하다
등록인 김영준 등록일 2018.04.10
205번째 이야기일과 재미에 대한 매칭이 중요하다


이맘때가 되면 가장 많이 들려오는 소식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저 결혼해요!"라는 소식이고, 두 번째가 "저 회사 옮겼어요!"라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을 계기로 또 한번 대화도 나누고 얼굴도 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반가운 감정과는 별도로 걱정 반, 기대 반의 미묘한 감정의 기류가 형성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심리변화는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강하게 일어나는데, 전자의 경우는 배우자가 누구든지 간에 어찌 되었던 축하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후자의 경우는 "왜? 갑자기!"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곳에서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하는 우려와 걱정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이가 먹으면 안정추구형으로 변하기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치면, 걱정과 함께 말리고 싶은 심정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이직의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궁금증이 일었다.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써 본지가 너무 까마득한 옛날이라 요즘 친구들은 어떤 이유로 회사를 옮기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물론 인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접하는 실무경험이 없지는 않으나 좀더 객관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보았으면 하는 욕심으로 이것저것 관련 자료를 뒤져 본 것이다.

'이직'이라는 주제어를 가지고 네이버검색을 해 보았다. 구인구직회사에서 조사한 각종 연구결과가 즐비하게 네이버의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추측해 보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공신력이 있어 보이는 '잡코리아'와 '사람인'이 조사한 설문결과를 올리면 다음과 같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7월 구직활동 중에 있는 직장인 1,0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장인 이직하는 이유'에 대한 조서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이직하는 이유에 대해(복수체크), '회사의 미래와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50.0%)',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39.9%)', '연봉에 대한 불만(35.4%)', '평가?보상에 대한 불만(25.0%)', '상사.동료에 대한 불만(20.3%)', '업무에 대한 불만(17.5%)'의 순으로 대답을 했다. 사람인도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2017년 6월 이직경험보유 직장인 1,0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직의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연봉 및 처우불만(44.9%)', '경력향상을 위해(11.4%)', '기업문화와 가치가 안 맞아서(10.8%)', '성취감이 낮아서(9.5%)', '상사?동료와의 불화(8.1%)' 순으로 답을 했다. 대체적으로 비전(회사와 나), 근무조건(연봉과 복리후생), 업무환경(인간관계와 일)이라는 트라이앵글 속에서 어느 한 쪽이 무너지면 이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을 어렴풋이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채용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교육을 하고 이제 겨우 뭔가 조직에 공헌할 수 있는 포지션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그만두겠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경영진은 물론이거니와 담당팀장은 얼마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일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훌륭한 인재들이 조직에 적응을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은 없을까? 하는 궁리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위에서 열거한 이직의 원인이 되는 것들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현재의 일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위하여 좀더 열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일에 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이직의 이유를 해소한다고 해서 바로 직무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직의 사유를 해소한다는 것은 불만족을 제거하는 '위생영역'에 해당하는 것이고, 직무몰입을 높이는 행위는 만족도를 높이는 '동기부여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업무불만족의 해소에서 동기부여까지 바로 연결이 가능한 영역이 있는데, 바로 업무환경(일과 인간관계)영역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주로 나를 관리감독하고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나의 보스, 즉 나의 상사를 의미하기 때문에 나와 상사 그리고 상사로부터 전달받는 업무의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불만해소는 물론 동기부여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이직의 가장 큰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영역과도 큰 관련성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전의 초기 인셉션은 상사가 그려주는 것이기에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때문에 퇴직합니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직성과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성남에 있는 조그만 의료장비기업인 성남테크(가명)라는 회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내가 성남테크를 처음 방문한 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3백 명도 안 되는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들고나는 직원들의 퇴사율 때문에 경영진은 물론이거니와 인사팀도 골머리를 앓고 있던 시절이었다. 기존의 직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들어온 신입직원들도 얼른 정착을 못하고 회사를 나가기가 다반사였는데,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직장인 퇴사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인사팀이 퇴사하는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퇴사의 사유는 ‘1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2주먹구구식 조직운영’ ‘3낮은 임금과 열악한 복리후생’의 순이었다고 한다. 아마도 마지막 순위가 가장 큰 요인이었을 텐데 가장 뒤로 밀리는 이유를 물어보니, "퇴사하는 이유를 돈에 둔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속물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거에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튼, 표면적으로는 퇴사하는 직원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제기한 성남테크의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우리회사의 성장가능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하였으며, 이런 결과는 젊은 직원들일수록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주먹구구식 조직운영'이었는데, 이는 조직내의 인간관계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상하관계를 말하는데, 특히 상사의 세련되지 못한 조직관리가 큰 문제가 되었다. 관리자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조직관리에 대한 기본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는 기존의 관리자들은 늘어나는 신세대 직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커녕,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그들을 관리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인격이나 성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남테크의 관리자들은 누구보다도 정직했으며 누구보다도 조직에 대한 애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스스로를 업데이트시켜 나가고자 하는 학습노력이 없었던 것인데, 어느 기업이나 안고 있는 전형적인 기득권 안주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사고의 유연성이라도 있다면 주변의 강요에 의해서 조금씩이라도 진화할 수 있는 기회라도 얻었을 텐데, 이런 분들은 워낙 고정관념이 강하다 보니 자신만의 무인도생활에 대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불편하다면, 주변인들이 불편하지 내가 불편한 것은 아니지 않아?"하는 생각을 가진 이도 일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우선 비전문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임금이나 돈이 들어가는 재정적인 문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인지라 상황을 봐 가면서 처리하기로 하고, 대신에 재정적 부담이 비교적 덜 들어가는 비전문제에 집중하여 해결책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2가지 단계별 접근을 시도해 보기로 했는데, 첫 번째가 관리자들의 상황인식교육, 두 번째가 구성원 개개인의 비전설정에 포커스를 둔 것이다. 첫 번째의 관리자 상황인식교육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리더십교육을 의미한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한 상황인식, 그로 인해 야기되는 폐단을 부각하여 본인들 스스로가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갖게 끔 유도하는 '자기성찰'에 무게를 두고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하였다. 두 번째는 직원 개개인의 비전설정인데, 조직의 비전보다는 차라리 개인의 비전을 만드는 쪽을 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의 비전은 경영진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곳 최고책임자의 성향이 쉽게 이를 수용하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 조직의 비전보다는 개인의 비전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단계별 접근은 다음과 같았다. "(1)직원개인별 성향파악-> (2)개인별 성향에 맞춘 업무분장-> (3)배분한 업무에 대한 업무적합도를 측정-> (3)업무적합도에 근거한 커리어패스작성-> (4)희망직무의 기록 및 상담"의 순으로 부서내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 경력관리의 로드맵을 작성케 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강조한 포인트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나 아이디어의 도출'이었다. 사고의 관점을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의 관점으로 생각해 본 것이다. 개인별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업무요소를 파악하여 일에 임하는 동기부여를 만들고,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커리어패스를 그려보면서 개인비전의 실현으로 이어지게 끔 유도해 본 것이다. 이는 조직심리학의 대가인 와튼스쿨의 애덤그랜트(Adam Grant) 교수도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그랜트 교수는 HBR 3월호(2018년)에 기고한 글에서 "훌륭한 인재를 계속 보유하고 싶다면, 관리자가 업무를 구성하는 방식에 더 많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전체 업무를 구성한 다음 그에 따라 인재를 배치한다. 하지만 탁월한 관리자들은 정반대로 일한다. 그들은 우수한 인재를 보면 그에 걸맞은 업무를 새로 만든다. 우리는 연구를 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커리어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실력이나 경험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31% 더 일을 즐겼고, 33% 더 자신의 강점을 활용했으며, 37% 더 자신감을 표출했다. 따라서 관리자는 다음 3가지 조언에 따라 직원들에게 맞춤형 커리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즐거운 일을 하도록 독려하고, 강점을 살리도록 돕고, 개인의 우선 순위를 고려해 경력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비단 그랜트 교수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끼고 동시에 업무집중도도 높은 법이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서도 그 공통분모를 찾아주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흥미와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 사이에 일치하는 업무영역이 없다 해도 개인의 흥미나 관심을 중요시 여기고자 하는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엉뚱한 방향에서 조직공헌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요리에 관심이 많은 직원들이 구내식당 자원봉사를 자처한다든지, 음악에 관심이 많은 직원들이 조직문화개선을 위해 음악회를 준비한다든지 하는, 조직을 위해 봉사하고픈 마음이 자발적으로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러한 시도가 성남의 어느 회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진행 중이라 결과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되지만 이미 퇴사율은 상당한 수치로 떨어졌으며 직원들의 사기진작도 작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직원의 흥미와 관심을 어떻게든 조직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일선 관리자들의 조그마한 시도가, '우리 조직의 비전은 이것이다'라고 거창하게 떠드는 것보다도 훨씬 더 멋진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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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번째 이야기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작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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