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5.16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69번째 이야기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는 데 가장 효과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직접체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먹어보았는데 진짜 맛있었다"라든지, "써 봤는데 효과가 있었다"등과 같이 자신의 '직접체험'을 언급하며 주장을 어필하는 것은 확실히 큰 효과를 낳는 방법중의 하나이다. 이런 식의 광고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제품판매에도 큰 도움을 준 인물이 둘이 있는데 한 분은 '윌'이라는 요구르트의 광고모델로 출연한 적이 있는 호주의 베리마셜(Barry James Marshall)박사이고 다른 한 분은 '산수유액'으로 유명한 천호식품 대표이사 김영식 회장이다.

우리에게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이라는 광고인물로 유명한 마셜박사는 1982년 호주의 로열퍼스병원(Royal Perth Hospital)에서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도중에 궤양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or pylori)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학계에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의사의 주장을 세상은 믿지 않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주장을 믿게 하고 싶었던 마셜박사는 1984년 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헬리코박터균이 가득찬 컵을 마시게 된다. 그로부터 몇 일 후, 위에 번식한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해 구토가 시작되고 위궤양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서 세상은 그의 주장을 믿게 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마셜박사는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에 이른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궤양 발생율이 높은 나라이다.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 때문에 거의 모든 한국인이 한 번쯤은 위궤양에 시달려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헬리콥박터균은 한국인에게는 희소식이었고 이 균의 퇴치제로 '윌'이라는 제품이 만들어지면서 광고모델로 마셜박사를 기용한 것이다. 마셜박사의 광고등장은 대성공이었다. 덕분에 '윌'이라는 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24억병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특히나 광고의 수익모델을 전액 과학재단에 기부한 마셜박사의 착한 행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광고의 신뢰도를 더욱 높여주는 작은 효과도 덤으로 안겨 주었다.

마셜박사처럼 자신의 몸을 이용해 직접 임상실험을 끝냈으니 안심하고 먹어 달라는 호소를 하며 직접 TV광고에 출연한 분이 또 한 분 있다.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이다. 이렇게 소개하면 어떤 이는 “누구?” 할 지도 모르겠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말을 하며, 속 시원히 말 못하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신 인자한 얼굴의 회장님이라고 하면 얼른 떠오를 것이다.

제품을 만든 이가 직접 광고에 출연하여 호소를 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천호식품의 순이익은 광고 이전인 2009년만 해도 한자리 수에 불과하였으나 2011년 광고를 탄 그 해에만 무려 50억원대로 껑충 뛰게 된다. 이후 2015년까지 매해 순이익이 50억대 후반에서 70억대 후반을 기록하게 된다. 마셜박사의 출연이후 윌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처럼 김영식 회장의 출연으로 천호식품의 산수유액 판매도 고공행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 체험한 임상실험을 바탕으로 광고에 출연하여 큰 인기를 끈 것 까지는 스토리가 거의 비슷하지만 결과는 서로 달랐다. 윌의 인기에 힘입어 또 광고출연을 하게 되는 마셜박사는 수익금 전액을 과학재단에 기부함으로써 인류건강을 위한 순수한 열정을 보여준 반면에, 산수유액의 판매호조로 큰 성공을 거둔 김영식 회장은 이후 제품과는 관계없는 다양한 외도를 함으로써 회사실적에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치게 된다.

첫 번째가 투자유치다. 높아진 브랜드파워를 이용하여 김영식 회장은 투자유치를 하게 된다. 투자회사 카무르파트너스로부터 2015년 지분율 49.5%를 넘겨주며 총 700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이 되는데, 첫 째는 천호식품이 2018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사인 카무르에게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한다는 조건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투자 유치과정에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구주를 대량 현금화 했다는 점이다. 김영식 대표의 딸 현주씨는 300억원을 받고 지분(23.8%)을 전량 매각했고, 김영식 대표도 보유지분의 절반가량인 20%를 현금화 했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슈의 생산과 가짜 홍삼액 사건이다. 작년 11월 촛불집회의 와중에 발생한 김영식 대표의 ‘촛불집회 비하’발언과 12월 발생한 ‘가짜 홍삼액’사건은 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키며 천호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들로 인해 천호식품은 매출급감과 적자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여기서 시선을 직원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초심에서 벗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직원들은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진심을 다한 회장의 호소력 있는 광고덕분에 천호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이런 진심을 의심케 하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런 일들이 현장의 직원들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회사매출이 꺾인 시점이 사모펀드의 진입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인데,
투자유치가 이루어 진 2015년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이 676억원(전년비 -13.0%), 영업이익은 20억원(전년비 -71.4%), 당기순이익 13억원(전년비 -78.3%)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6년은 아직 공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후에 터진 촛불과 홍삼액 등의 악재에 대한 대응에서도 몇 가지 이해하기 힘든 점이 눈에 보인다. 김영식 대표가 최초 촛불집회에 대한 폄하발언을 자신의 개인홈피에 게재했을 때가 11월3일인데, 이슈화가 된 11월11일까지 8일 동안 내부 직원들로부터 의견이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회장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시간단위로 체크하면서 이런 엄청난 문구에 대해 1주일이나 눈감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가짜 홍삼액’ 사건도 마찬가지다. 100%홍삼농축액이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한 제품에서 물엿과 카라멜색소가 검출이 되고 검찰조사결과 납품업체의 과실로 드러나긴 했지만 제품검수단계에서 직원들이 몰랐다는 사실이 얼른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놓고 분석해 볼 때, 상품과는 무관한 회장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고 이런 심리적 변화가 회사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면서 매출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천호식품은 이런 저런 악재를 딛고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김영식 대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그의 아들이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초심(初心)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직접 체험한 제품의 효과를 어떻게든 고객에게도 전달하고픈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오너일가의 개인재산 증식, 정치적 이슈의 생산, 가짜 제품의 판매는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소비자의 신뢰 또한 잃게 만든 원인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좋겠다. 마셜박사의 일관된 행동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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