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미녀와 야수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7.03.27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65번째 이야기 「미녀와 야수」


우리집 여자들이 하도 성화라서 <미녀와 야수>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누가 맡아도 절반은 먹고 들어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디즈니의 대표작인데, 이번 버전은 <헤리포터>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엠마왓슨(Emma Watson)이 주인공 벨의 역할을 맡아 열연한 뮤지컬 버전이다. 영화에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하여 보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기쁨도 있었고, 만화 같은 화려한 영상미가 극의 구성을 더욱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효과도 좋았다.

여기까지의 감상은 내가 아닌 누가 영화를 보아도 쉽게 쓸 수 있는 ‘한 줄 서평’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또 직업병이 도져버렸다. 뭐든지 ‘조직의 문제’에 대입을 시켜버리는 아주 몹쓸 병이 또 생겨난 것이다.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영화 <미녀와 야수>가 채용의 상황과 오버랩이 되면서 최근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는 ‘채용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겠다’하는 기대감에 다시 한 번 영화를 뜯어보게 된다.

<미녀와 야수>의 스토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외모보다는 내면의 모습을 더 소중히 생각하자’라는 문구가 아닐까 싶다. 외모만 중요시 여긴 왕자가 마녀의 저주에 걸려 야수로 변하게 되고,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을 중요시 여긴 시골처녀 벨은 왕비가 되는 단순한 스토리를 보면서 우리 조직이 안고 있는 채용의 실패와 너무나 흡사한 공통점을 느낀 것이다.

인사에 있어서 채용은 제일 중요한 문제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의 면담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는 모순이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러 왔다는 것은 입사하고픈 의지가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단단히 무장을 하고 면접에 임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2~30분의 짧은 대화로 상대방 내면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채용에 있어서 면접에 대한 중요성과 어려움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아래의 도표는 작년 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하여 얻은 결과이다.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하여 720명의 응답자 중에서 63.6%가 ‘면접’이라는 답을 주었다.

도표

위의 결과에서도 나와있듯이 면접의 중요성이 전체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누구나가 공감하는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궁리를 하고 아무리 과학적인 채용시스템을 갖추었다고 자부를 해도, 처음 만난 사람의 내면의 모습을 제대로 꼬집어 내기란 최상 난이도의 정말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두 선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한 얼굴’ 중에는, ‘천사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도 적지가 않다. 그래서 정말 신중히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문제는 같이 생활해 보기 전에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주변에 보면, 얼마 사귀지 않고 결혼한 커플들의 이혼율이 높은데 그만큼 짧은 기간의 교제는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될 것이다. 결국 제대로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외모에 현혹되어 채용을 했다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제자리로 돌아온 회사가 있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서울 송파에 있는 중견의류업체(A사)에서 지난 해 디자인사업을 총괄할 팀장을 채용하게 되었다. 의류디자인이라는 이미지에 맡게 세련된 외모와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인 박최고(가명) 팀장이 사장의 적극적인 지지로 최종 채용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채용을 진행한 인사팀장의 코멘트가 재미있다. “너무 언변이 뛰어나서 조금 불안했어요. 이상하게 거부감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사장님이 너무 맘에 들어 하셔서 다른 이견(異見)을 내놓을 수가 없었어요”라는 말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렇다. 인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솔직히 너무 없어 보여도 문제지만, 너무 뛰어나도 의심이 가는 것이 사람이다.

아니나 다를까?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날 무렵 팀원들이 하나 둘씩 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퇴사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들은 숨기지 않고 본심을 털어 놓는다(보통은 퇴사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본심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퇴사하는 직원들의 대답은 한결 같이 “새로 온 팀장은 혼자서 일한다!”는 것이었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던지듯이 말하는 ‘무시하는 듯한 어투’라는 것이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인사팀장이 뒤늦게 나마 전에 있던 직장에 전화를 걸어 이 친구가 어떤 친구인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실력은 좋은데 인간성에 문제가 있어요”라고 직설적인 표현을 써 가며 피드백을 주더라는 것이다. 나도 가끔 평판조회를 위해 전에 있던 직장에 전화를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식의 답변이 돌아오는 곳은 거의 없다.

후보자가 정말 괜찮은 친구인 경우에는 “실력도 있고 매우 성실한 친구입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이고, 후보자에 대한 게런티가 약한 경우에는 “괜찮은 친구에요. 실력도 있고 성실한 친구입니다”라는 답변이 보통은 돌아온다. 차이점이 있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인데, 간단한 문장의 작은 코멘트가 엄청나게 큰 뉴앙스를 품고 있다.

결국 A사는 사장의 재가를 얻어 박팀장을 내보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지불해야 되는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우선 금전적으로 상당한 양의 합의금이 지불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흩어진 조직을 다시 추스르는 과제가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채용의 결정 전에 이런 검증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가 되어 버렸다.

다시 이야기를 영화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으로 돌려보자. 영화에서, 왕자는 외모만 보고 판단한 대가로 괴수가 되었고, 시골처녀 벨은 외모를 따지지 않고 내면을 중시한 덕분에 왕비가 되었다. 여기서 내면의 모습을 보기 위해 벨이 사용한 검증도구는 성(城)에서 왕자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한 하인들의 의견이었다. 하인들의 의견은 벨의 마음 속에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보게 만든 중요한 인셉션(Inception)으로 작용했다.

HR모임의 멤버들에게, “경력직 사원을 채용한 후에 현업에서 느끼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어 본 적이 있다. ‘만족-30%, 불만-50%’의 구성비율로 답변을 해 주었다. 학벌이나 언변에 현혹되는 후회스러운 채용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최대한 내면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검증도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누군가 좋은 노하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회사도 ‘면접의 구조화’라는 이름으로 면접관을 위한 1일 코스의 연수가 있긴 하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현장의 노하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요청을 해 보는 것이다.

P.S: 짧은 광고 하나 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책임을 위한 문화활동으로 시작한 <저자강연회>가 벌써 40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분기 한번씩이니까, 꼭 10년이 되는 셈이네요. 이번 40회는 『행복한 로마읽기』라는 책을 발간하신 양병무교수를 초청했습니다. 천년제국 ‘로마의 리더십’을 주제로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로 꾸며볼 예정입니다. 오셔서 함께 들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저자강연회 둘러보기- http://old.ains.co.kr/book/book.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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