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당신의 수호천사는 누구입니까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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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번째 이야기 「당신의 수호천사는 누구입니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기업가센터에서 경영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티나 실리그(Tina Seelig)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기업가 300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기업가적 성공을 위해 필요한 공통요소로 10가지 성분을 추출하였다. 이렇게 추출한 성공요인을 분석하여 2010년 『스탠퍼드대 미래인생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하였는데, 여기에 실린 공통요소들은 대부분 노력이나 도전정신과 같이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던 단어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1순위로 실리그 교수가 꼽은 것이 ‘행운’이었다는 점이다.

실리그 교수는 행운을 정의함에 있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강조하였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성공한 기업가들은 자신의 성공의 비결로 ‘행운’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혀 생각지 않은 사람에게서 아이디어와 자금을 얻는 행운을 얻었고, 이러한 행운을 발판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행운은 찾아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그녀가 말한 행운이라는 성공요소가 동양문화권에서 나왔다면 이해가 가겠는데, 최첨단 IT기술의 원산지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발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요소가 성공으로 가는 비결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나는 찰나에 그 동안 만나왔던 사회저명 인사들과의 리더십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리더십을 테마로 언론이나 잡지사에 기고를 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여명에 이르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탐문한 인터뷰 원고가 나의 노트북 파일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한 분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한 인터뷰 내용을 보니 대략 이런 결론이 나왔다.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었고 그럴 때 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하여 고난이 극복되는데, 이러한 싸이클이 일정한 주기로 반복이 되더라’라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힘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알 수 없는 힘의 존재에 대해 자신과 너무나 가까웠던 가족 중의 그 누군가를 지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와는 조금은 다른 특징으로 분류가 되었다.

예를 들면, ‘살아있는 지성’으로 불리는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은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큰딸이 항상 당신의 주변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이야기를 했고, 정운찬 前총리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이섬의 강우현 前대표는 어머니가 어려운 고비마다 자신을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리해 보면, 행운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 오긴 오는데,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행운을 전해 주는 사람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우리는 행운을 전해 주는 사람 뒤에 있는 그 누군가에 더 의미를 두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수호천사로 불리는 ‘알 수 없는 힘’의 대부분은 애틋한 관계에 있었던 가족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나 또한 “당신의 수호천사는 누구입니까?’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돌아가신 할머니를 말할 것 같다. 그만큼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들이 나에게는 소중했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도 어릴 적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던 아버지는 항상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학교로 전근을 다니셨고 어머니는 부족한 살림살이 때문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땅덩어리에서 논농사, 밭농사하시느라 나를 돌봐줄 틈이 별로 없으셨다. 집에 외롭게 버려진 나를 키우고 돌보는 일은 항상 돌아가신 할머니의 몫이었다.

우리 할머니는 욕심이 많은 분이셨다. ‘한 번 내 호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절대 나가지 않는다’가 할머니의 생활신조였다.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어린 손주에게 조차도 이런 철학을 심어주는데 절대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화투를 좋아했던 할머니는 경로당의 친구분들하고 집에서 화투를 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화기애애하게 시작한 화투 판이 항상 고성이 오가는 싸움판으로 끝이 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할머니의 이런 금전철학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유독 나를 사랑했던 또 다른 이유는 죽은 형 때문이었다. 나중에 커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위로 형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병으로 죽고 말았다고 한다. 끔찍이도 아끼던 손주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슬픔 속에서 하늘을 원망하며 보내던 어느 날 내가 태어났다고 했다. 죽은 아이가 환생한 것이라 생각하셨는지 자라는 내내 할머니께서는 나를 정말로 예뻐해 주셨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을 보여주신 할머니였지만, 어머니에 대한 태도는 정반대였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무지막지하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포악한 시어머니 그 자체였다. 조그마한 꼬투리만 잡혀도 어머니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옳지 걸렸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어머니를 사정없이 쏘아 붙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타지생활이 많았던 아버지는 이 사정을 알리 없는지라 할머니와 어머니의 언쟁이 있는 날이면 항상 할머니 편을 들으셨고 그런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더욱 더 서럽게 눈물을 흘리셨다.

그 어떤 누구와 언쟁이 붙어도 지는 법이 없으시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할머니가 서럽게 우는 모습을 두 번 보았다. 둘 다 나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며 지냈는데, 겨울 어느 날 연탄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는 사고가 생겼다. 혼수상태에서도 기억나는 건 할머니가 나를 보며 “우리 막둥이 죽으면 안 된다”라고 외치며 서럽게 우시던 모습이었다.

내가 할머니의 두 번째 눈물을 보게 된 건, 공부를 위해 한국을 떠나기 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시골에 내려갔을 때였다. 모처럼 내려간 김에 어린 시절 할머니와 같이 지냈던 그 방에서 할머니의 냄새를 맡으며 같이 잠을 자기로 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연로한 몸으로 거동조차 불편하신 할머니가 물그릇을 떠 놓고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조상님들 우리 막둥이 멀리 떠나는데 공부 마치고 돌아오는 날까지 제발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나지막이 귀에 들어왔다. 볼을 따라 흘러내리는 할머니의 눈물을 보면서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막내손주 걱정뿐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할머니의 부고를 듣고 정신 없이 시골에 내려가던 날도 지금처럼 눈발이 흩날리는 12월이었다. 할머니의 시신을 땅에 묻으면서 얼음처럼 차가운 흑을 만지며 “얼마나 춥고 외로우실까”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제 같은 할머니와의 이별도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에서인지는 몰라도 기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는 날이면 나는 항상 할머니를 보았다. 오래 전에 아내가 병으로 입원해서 큰 수술을 받을 때도 할머니를 꿈에서 보았고, 대통령 표창으로 큰 명예를 얻었을 때에도 할머니를 보았다. 상을 받기 몇 일전, 할머니가 꿈에서 황금보따리를 주고 가셨는데 나중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된 것도 너무 신기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평선의 끝자락에서 지난 1년 동안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본다.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무난하게 한 해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올 해는 유난히도 힘든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지금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조만간 또 할머니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마도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무 걱정 말아라~ 내년에는 잘 될 거란다.” 수호천사의 든든한 빽을 믿고 내년을 기약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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