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도요타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10.10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54번째 이야기 「도요타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


1914년 포드자동차의 창업자인 헨리포드는 “자동차가 더 이상 상류층만을 위한 고급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가 타고 다실 수 있는 서민들의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어야 한다.”라는 사명감으로 일반인들을 위한 새로운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게 된다. 기존의 고급모델의 가격이 당시 200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55달러짜리 T모델의 가격은 업계의 상식을 파괴하는 획기적인 가격정책이었다. 그리고 포드는 T모델의 대중화에 힘입어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처음부터 포드자동차가 ‘서민들을 위한 자동차’ 만들기에 매달렸던 것은 아니다. 1903년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헨리포드는 여느 다른 자동차회사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구매가 가능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모델을 만드는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였다. 그러나 고급자동차 시장의 한계를 내다 본 혜안과 대중적인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더하여 T모델은 탄생하였고, 결국 ‘서민들을 위한 자동차 생산'은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역사적인 작품이 되었다.

포드자동차의 대중화 이후, 우리는 지난 100년간 헨리포드의 가슴을 뛰게 한 사명감 덕분에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누리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아마도 헨리포드가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시·공간의 자유는 특정집단만이 공유하는 불평등의 씨앗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시·공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 뉴스 하나가 발표되었다.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내년부터 로봇을 판매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도요타는 본격 시판에 앞서 올 겨울부터 인터넷예약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판매를 한다고 발표했다. 판매가격은 4만엔 정도, 우리 돈으로 42만원 정도의 가격이다.

우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Why’였다. 왜? 뭣 때문에 자동차회사가 로봇을 만들까? 그나마 산업용로봇이라면 납득이 갈 것이다. 자신들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보유하고 있는 기술적 노하우를 쉽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산업용로봇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갈 텐데…… 엉뚱하게도 사람 손바닥만한 크기의 장난감처럼 생긴 미니로봇이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도요타는 ‘KIROB mini’라고 명명된 로봇의 판매를 발표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람과 차가 서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가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차와 운전자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브릿지로서 ‘KIROB mini’의 역할을 기대합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일본 현지의 언론과 이들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어간 한국의 언론들이 게재한 보도자료인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에 뭔가 석연치 않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듯한 묘한 느낌이 들어서 일본의 최대 경제잡지인 ‘週刊 다이아몬드’를 들어가 검색해 보았더니 ‘도요타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 라는 제목의 특별 기획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도요타는 작년 9월 AI(인공지능)연구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미국의 MIT, 스탠포드대학과 공동으로 AI연구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인공지능의 개발거점으로서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를 실리콘밸리에 설립함과 동시에 향후 3년간 총 1000억엔, 우리 돈으로 1조원을 AI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온 첫 번째 작품이 미니로봇 ‘KIROB mini’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요타는 왜 AI의 작품으로서 로봇을 선택한 것일까? BMW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율주행이라는 목표로 AI를 연구하고 있을 때, 도요타는 조금 다른 목표를 가지고 AI에 접근했다는 말인데, 왜일까? 그 해답을 TRI의 CEO인 길 브랫(Gil Bratt) 사장의 인터뷰 기사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일본의 고령화 및 1인생활 비율은 세계 1위입니다. 퍼스널로봇 분야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다양한 자료를 실험할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베드의 장(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1인 생활자와 고령화 비율이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일본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AI의 데이터확보와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말동무가 가능한 퍼스널로봇은 희로애락의 인간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으며, 이러한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최상의 알고리즘이 구축이 되고, 이는 다시 인간과 로봇의 휴먼커뮤니케이션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유추해 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4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노인들을 포함하여 혼자 사는 사람들의 말동무가 될 만한 미니로봇을 시판한다. 사람들의 말동무가 된 미니로봇을 통하여 인간의 희로애락을 포함한 생활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운전자의 안전을 넘어 운전하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기쁨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의 구조인 것이다.

지금까지 도요타가 표방한 슬로건은 ‘안전과 환경을 고려한 자동차’이다. 그러나 최근 홈페이지에 올라온 '도요타의 새로운 미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면, ‘운전자의 감정을 공유하는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가진 새로운 슬로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말해서, AI에 대한 투자, 로봇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는 운전자의 감정을 느끼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는 어떨까?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현대자동차도 로봇을 만든다. 현대차는 얼마 전, 자사가 개발한 로봇수트를 입고 무거운 짐을 번쩍 들어올리는 연구원의 사진을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무거운 물체를 옮겨야 하는 생산현장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여지는 이 로봇장치는 허리, 무릎 등에 거의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장시간의 작업을 가능케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현대자동차가 그리는 미션, 비전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2020비전'이라고 명기된 문구에는 '평생을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자동차'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지금 개발하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은 뭐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차라리 ''아이언맨'보다도 더 튼튼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라고 하면 이해가 갈 텐데... ... 왠지 미션과 연계되는 일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포드가 ‘자동차의 대중화’를 위해 기존의 모든 생산방식을 뒤집은 것처럼, 도요타가 ‘운전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로봇개발에 뛰어든 것처럼, 현대차의 조직역량도 미션과 연계해서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 뭔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도요타와 어깨를 견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인데,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하는 희망으로 우리의 현대차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을 지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기업에게 있어서 미션은 그 조직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며, 조직을 몰아가는 파도와 같은 것이다. 숭고한 가치가 되었든 반사회적 가치가 되었든 조직의 모든 기능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행동으로 통일시켜 나가야 한다. 조직의 미션수행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통일된 자세로 정렬화 되어 있는지 내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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