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이라는 회사의 인사부서가 드리는 이야기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전하는 인간 신경수의 이야기.
CEO 신경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 전문가이다.
마케팅을 공부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우연히 듣게 된 허츠버그의 '동기부여이론'에 매료되어 진로를 HR로 바꾸었다.
1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조직과 사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아인스파트너의 대표로서 한국의 많은 기업체에 조직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제목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
등록인 신경수 등록일 2016.01.04
신경수의 사람人 이야기
120번째 이야기 「박수칠 때 떠나는 용기」


며칠 전,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국민배우 최불암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선생님! ‘최불암 시리즈’는 어떻게 해서 탄생한 거에요?”하고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명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HR 컨설팅펌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가벼운 질문을 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다른 질문을 던져 보기로 했다.

“선생님, 선생님 연세가 거의 80이 다되어 가시는데, 마지막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나 영화 한 편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으세요?”
“왜 없겠어? 나도 사람인데! 하지만 이제는 판단력이 흐려져서 여러 사람이 공동 작업하는 작품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치게 될 까봐 일부러 안하고 있어! 나만 출연하는 거면 책임도 내가 지면 되니까 상관없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거는 이제는 안 하려고~ 내 소원이 박수칠 때 떠나는 폼 나는 연기자였거든^^!”

멋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있는 연기자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러웠다. 한편으로 기업의 세계와 오버랩이 되었다. 최불암 선생님 같은 멋있는 기업인이 우리에게 있었던가? 하는 물음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유일한 박사님 외에는 다른 인물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서글픈 마음을 안고 지하철 역을 향하는데 저 앞에 ‘스타워즈 7’상영을 알리는 현란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렇구나, 조지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가 개봉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았다. 그런데, 감독의 이름이 달랐다.

1944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조지루카스는 어릴 때부터 공상과학에 빠져 있었다. 학교에서도 공부는 안하고 공상과학 소설을 쓰는 것이 그의 취미였고 즐거움이었다. 원래는 시나리오학과를 지원하려 하였으나 친구따라 입학한 남캘리포니아대학(USC)에 시나리오학과가 없었던 관계로 부득이 영화과를 지망하게 된다. 대학4년 때 미국 대학생 영화제에서 그가 만든 작품이 1등을 먹으면서 1인 영화사를 설립하게 된다. 1967년, 그의 나이 24세 때의 일이다.

1977년,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조지루카스 감독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4편(새로운 희망)에 이어 5편(제국의 역습)과 6편(제다이의 귀환)이 연속으로 개봉이 되었다. 시리즈 Ⅱ(스타워즈4~6편)가 끝나고 16년이 지난 1999년 시리즈 Ⅰ(스타워즈1~3편)이 또 연속으로 개봉이 되었다(스타워즈는 시리즈Ⅰ보다 시리즈Ⅱ가 먼저 만들어졌다). 일부 다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루카스 감독이 직접 투자비를 조달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작품을 완성했다.

조지루카스는 ‘스타워즈 시리즈’뿐만 아니라 ‘인디아나존스 시리즈’도 만들었다. SF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능력을 보여주던 루카스 감독이 2012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67세가 되던 해이다.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는 “창의력에 한계를 느낀다. 젊은 후배들이 더 나은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며 회사를 떠났다. 디즈니에 넘기면서 받은 돈의 대부분은 젊은 영화인을 양성하는데 투자하였다.

최근 ‘스타워즈 7’이 개봉이 되면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새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스타워즈’를 만든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제작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겠느냐는 일부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약속한 대로 영화제작에는 일절 관여를 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스타워즈 7’편은 이전 루카스가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보다 대중성과 완성도 면에서 아직까지는 더 나은 평을 받고 있다.

루카스 감독이 태어나고 1년이 지난 1955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빌게이츠가 태어났다. 빌은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좋아했으며, 수학적 알고리즘을 해석하는 데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1975년 하버드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던 빌은 1975년 프로그래밍언어 베이직(BASIC)의 상용화를 위하여 불과 21살의 나이인 1975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설립하고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게 된다.

회사를 설립하고 20년이 지난 1995년 8월, 빌은 ‘윈도우 95’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후 출시되는 윈도 시리즈는 PC 운영체제의 판을 바꾸어 버렸다. 이는 향후 MS가 전세계 PC 운영체제를 지배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MS는 윈도우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웹브라우저, 사무용 소프트웨어, 온라인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및 모바일비즈니스 등에서도 독점적 지배권을 행사하며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의 컴퓨터제국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 가고 있다.

설립자 겸 CEO로서 회사를 이끌던 빌게이츠가 2008년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타이틀과 업무에서 물러난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애플을 능가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능가하는 더 훌륭한 인재가 MS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더 재능 있는 인재에게 회사를 맡기고 제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겠습니다.” 그가 말한 은퇴의 변이었다. 이때 그의 나이 불과 54세였다.

위에 열거한 두 명의 거장에게는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범상치 않은 재능을 활용하여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였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파악할 줄 아는 상황판단력과 함께, 박수칠 때 떠나는 현명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나는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에 주목하여 언급하고 싶다. 인간의 뇌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퇴보하게 마련이어서 일정한 기간까지는 왕성한 아이디어와 정확한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특정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상황판은 닫히고, 판단력은 흐려져 가는 노화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오컨디션은 더 나은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음세대에게 기회를 주는 자연의 섭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안타깝게도 ‘박수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거장들의 모습을 보기란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상대적으로 진화되지 못한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고령의 창업주를 모시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가끔 우리들의 눈에 잡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얼마 전 발생한 ‘롯데그룹 경영권분쟁’이다.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신격호 회장은 1922년생이다. 내일 모레면 100세를 목전에 두고 계시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명예회장’이 아닌 ‘총괄회장’의 타이틀로 현장의 보고를 직접 챙기고 계시다고 한다. 측근에 있는 분의 말에 의하면 이미 보고받은 내용을 다시 물어보는 경우도 흔치 않다고 하는데,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쳐서 그러는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러는 것인지, 어찌되었던 주변에서는 판단력이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생한 두 아들의 싸움 또한, 그 근본적 원인은 ‘신격호 회장의 판단력 저하’로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은 평균나이 68세를 정점으로 판단력과 기억력이 급격히 퇴보한다고 하는데…… 판단력의 변곡점을 한창 넘긴 나이로 모든 것을 지배하려 들다가 본인이 일생을 받쳐 구축한 ‘롯데의 명성’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만 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신격호 회장과 같이 “이곳은 평생 내가 필요한 조직이야!”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착각은 그나마 낫다. 심지어는 자식에게 물려준 경영이 불안하다 하여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를 선언하시는 회장님도 한둘이 아니다. “역시 내가 아니면 안돼!”라고 주장하시며 현직에 복귀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사람이 욕심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자기자신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새삼 느껴본다.

나이를 먹으면 무조건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최불암 선생님의 말처럼 ‘리더는 사욕私慾 보다는 조직전체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80이 넘는 나이에 “역시 여기는 내가 필요해!”라고 외치며 갑작스런 컴백선언을 하신 회장님으로 인해, 태산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어느 회사가 있어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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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번째 이야기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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